금주금연 5년, 결코 싶지 않았다
박종국
"그래, 술 안 마시고 살만 하냐?"
어느 모임에서 대뜸 들은 얘기다. 어떻게 사냐? 재미가 없지?이젠 한 잔 정도 마셔도 돼. 하다못해 위로하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할까. 마음이 씁쓰레했다. 금주를 해제하라는 유혹은 만만찮다. 만남의 자리마다 똑같이 겪는다.
술담배를 끊는 게 쉽지 않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배려가 먼저다. 오죽하면 그 좋아하던 술담배을 끊었을까. 그냥 허두로 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그 고충을 응원해주어야 한다.
"술담배 끊은 사람하고는 상종하지 말라."
이 또한 뜨끔한 얘기다. 새겨들어라는 농담이다. 한때 두주불사하며 어울렸던 주군이 불콰한 취기로 내뱉은 말이다. 순간, 꼬장꼬장한 자존심이 꿈틀댔다. 그러나 발칙한 생각은 그때 뿐이었다. 혼자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였던 그때를 떠올리면 이같은 언사는 아무 일도 아니다.
"단단히 맘 먹고 건강부터 잘 챙겨라!"
술자리, 모두가 핍박만 하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술담배를 권하기보다 배려의 폭이 큰 이들도 많다. 오죽했으면 술을 마다할까, 내 아린 속을 먼저 헤아리고 든다. 고맙기 그지없는 응원군이다. 해서 지금 나는, 어떤 닦달에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다시 입원하려면 술담배를 계속하세요."
오랜 병원생활을 마무리 짓고 퇴원을 결정하던 날 담당 주치의가 다그쳤던 일성이었다. 예전처럼 완전하게 건강을 되찾으려면 적어도 5년, 길게는 평생을 금주금연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런데도 술담배를 입에 댈까?간뎅이가 부었지.
"박선생, 여때껏 좋아하는 술담배 원없이 즐겼잖아?이제 미련없이 끊어. 그래야 오래 보고 살지."
2018년 7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극한의 병원치레를 끝내고나자 친구가 한 말이다. 나의 건강을 치받는 얘기였다. 오죽하랴. "어렵더라도 잘 견뎌내라."고.
한데모인자리, 끝없이 술잔이 오고갔다. 끄트머리에 앉아 연거푸 찬물을 들이키며 작심했다.
'까짓것! 술담배, 5년이 아니라 평생 끊어야겠다'
|박종국에세이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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