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투발루의 운명, 남의 일이 아니다
박 종 국
분명 지구촌은 이상기후 징조이다. 예년 같으면 입추무렵 서늘해서 벼이삭 여무는데 걱정이었다. 한데 올해는 연일 폭염주의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촌 일대가 몸살을 앓은 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즈음의 날씨는 덥다고 까탈부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논밭 알곡과 과수,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심란하다.
본업으로 사과농사를 짓는 지인이 그랬다.
"날씨가 계속해서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10년이내로 평양사과 만주사과를 사 먹어야할 날이 올거야. 이미 사과생육 북방한계선이 홍천과 철원까지 올라갔어. 이제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로 변했어. 오죽했으면 태국베트남에서 시집온 아줌마가 자기 나라 식물을 갖고와 심겠니?"
재지난해 동해안을 돌면서 보았던 폿말 하나가 선연하게 떠오른다.
'산 명태 한 마리 잡아오면 10만원 드리겠습니다'
얼핏 그 간판을 보았을 때는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실상을 듣고보니 이 또한 엄연한 자연 재앙이었다.
벌써 수년전부터 우리 바다에서는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바닷물이 데워졌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금 우리 식탁에서 만나는 명태는 전량 북한산이거나 시베리아산 내지는 일본을 거쳐온 수입산이다.
지난 봄 벚꽃이 꽃망울 부펄즈음 섬진강 하구로 벗굴을 맛보러 갔다. 그런데 그때 벚굴을 따는 어민이 그랬다. 이제 이 일도 얼마 못할 거라고. 왜냐고 되물었더니, 밀물 때면 바닷물이 하동 송림까지 들이치는 바람에 강고기 잡는 그물에 바닷고기가 잡힌다고 했다. 아이러니다.
일전에 먹거리X파일을 시청했는데, 그쪽 지방에서 최고의 먹거리로 자랑하는 재첩과 토종게가 이제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그만큼 많은 수입산이 토종으로 둔갑해서 부리나케 팔렸다고 한다.
이제는 제주도에서 생산되던 과일도 뭍에서 쉽게 만난다. 이것은 무엇을 반증하는 얘긴가? 기후가 달라도 이만저만 달라진 게 아니다. 요즘은 걸핏하면 국지성 소나기가 내린다. 화들짝 번개처럼 순식간에 내리는데, 그 지역도 큰 편차가 난다.
가령 내가 사는 칠원과 남지는 승용차로 10분 정도의 거린데 소나기 내리는 요량을 보면 판이하게 다르다. 어제 칠원에는 운전을 알 수 없을만큼 순간소나기가 내렸다. 그런데, 내가 학교에서 근무했던 그 시간대 남지는 너무나 하늘이 말짱했다.
베트남을 다녀온 사람 얘기로, 요즘 같은 때 내리는 우리나라 폭우는 그곳 스콜과 비슷하다고 한다. 소나기가 집중적으로 퍼부어대는 시간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혀 비가 내릴 하늘이 아니데도 불과 한두 시간 먹구름이 엉키면 달구어진 지열과 데워진 공기가 상충하면서 굵은비를 퍼붓는다. 그래도 세상을 살만큼 살았는데, 이즈음의 소낙비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지난주말 산행하고 하산길에 계곡물에 발을 담갔는데, 예상과 달리 계곡물이 그다지 차갑지 않았다. 마침내 지구의 따스운 열기가 계곡물까지 데웠다. 사실 우린 그만한 온도변화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미세한 온도변화가 동식물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수온변화에 가장 만감한 열목어는 수온 1°만 상승해도 그 개체수가 1/3로 감소한다.
이미 지구의 대재앙은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대란으로, 대지를 바짝 말리는 가뭄으로, 살인적인 추위로, 달갑잖은 지진으로 나타났다. 한데도 우리는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멀커니 지켜만 보았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상이변으로 다가오는 자연재해는 피부로 느끼는 감도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태평야 섬나라 투발루의 운명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부분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북반구 사람에 절제를 호소한 지 오래다.
근데도 참 이율배반적이다. 이렇게 무더운 날 나는, 시원한 도서관에 앉아서 만족한다! 잘잘 끓는 바깥에 나가 더위에 맞서기는커녕 되레 화석연로의 힘을 빌어 시원한 피서를 즐긴다. 딴죽을 걸자는 얘기가 아니다. 더위를 피해서 계곡을 찾고 바다를 찾는 일도 그만일 테지만, 나는 여름한철은 꼭 도서관에서 난다. 그만해도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고, 삼겹살 굽는다고 부탄가스 때지 않아 지구온난화를 늦추는데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물론 도서관 전체 에어컨을 가동한다는 사실을 전제하면 오십보백보다.
그제께 태풍 카눈으로 전국에 집중폭우가 쏟아져 많은 지역이 물바다가 됐다. 국가재난콘트롤타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탓이 크겠지만, 그보다 사전 대비가 불충했던 인재였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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