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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팔십 노익장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4. 5.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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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팔십 노익장



박 종 국



요즘 그다지 책을 읽지 않는다. 설령 여유가 생겼다고 해도 책보다 스마트폰 터치가 먼저다. 그게 세태를 반영한 진솔한 모습이다. 독서가(Reader)는 지도자(Leader)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책을 읽지 않는 지도자는 명민하지 못한 탓에 독선과 편협으로 일을 그르치고 만다. 오죽했으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는 교유하지 말라고 했을까.

그렇다고 책 읽는데 부담을 가질 까닭이 없다. 책은 일주일에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 주제를 정해서 그것과 관련된 책을 폭넓게 읽어도 좋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신문잡지라도 읽으면 된다. 그러면 그 분야에 대한 식견도 생기고, 세상을 보는 안목도 넓어진다.

 


사람은 일생동안 세 권의 책을 쓴다. 제1권은 과거라는 이름의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이미 집필이 완료돼 책장에 꽂혔다. 제2권은 현재라는 이름의 책이다. 이 책은 지금의 몸짓과 언어 하나하나가 그대로 기록된다. 제3권은 미래라는 이름의 책이다. 그러나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은 제2권이다. 1권이나 3권은 부록에 불과하다. 오늘을 얼마나 충실하게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 하나같이 공부에 짓눌렸다. 요즘 부모는 아이를 너무 학원과외로 내몬다. 좋은 점수 받아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는 게 최선의 목표다. 그렇지만, 누구나 다 똑같아지는 삶, 무작정 시류에 휩쓸려 가는 삶이 과연 아이에게 얼마나 행복을 담보할까?
 
부모가 책 읽으면 아이도 따라 읽는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통해서 얻은 좋은 생각은, 바른 행동을 일깨우고, 장차 무던한 습관으로 배인다.
부모의 잣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는 제각각으로 새롭게 깨우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열정이 책 읽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이는 평소 책을 놓고 사는 어른도 마찬가지다.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한 집안은 서로 낯붉힐 까닭이 없다. 

사람은 새롭게 변화하고, 일생 동안 배워야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길목에서 하고픈 일이 많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데만 매달리면 천박하다. 평생 배우며 살아가는 인생은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듯 행복하다. 그래서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머리를 조아리는 열의는 아름답다. 별일 아닌 데 감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런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 저절로 생각이 고아해진다.

우리 주변에는 평생 배워야 할 일로 가득 하다. 인생을 멋지게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배운다. 어디 배울 게 없나? 무엇을 더 추슬러 담을 게 없나? 이 같은 생각이 노릇노릇 퇴화하지 않고, 파릇파릇하게 진화하는 인생의 매력이다.

나이를 초월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배움에서 묻어난다. 얼 없는 사람은 대학 졸업장 하나로 평생을 우려먹고 산다. 학창시절 그토록 지겹게만 느꼈던 공부. 그 때문에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 인생은 배움을 통해 처연히 나아가야 할 긴 여정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가까이 하는 칠팔십 노익장을 자주 본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배움에는 정년이 없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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