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국
교단에 선 지 41년째다. 햇병아리 교사가 이순(耳順)의 문턱을 딛고 섰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와 결 고른 인연으로 만났다. 무시로 건강한 인사를 전해주곤 하는데, 생각나는 제자가 많다. 6학년 담임만 30년째 맡았다. 웬만 행복감이 아니다. 교사로서 이만한 자족감은 또 없다.
그러나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속이 편치 않다. 유독 스승의 날을 즈음해서 불거지는 불협화음에 지레 가위 눌린 탓이다. 이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피해의식이 아니다. 스승의 날은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제정된 바람직하지 못한 행사였다. 한때 교사를 군홧발로 다그치며, 정권의 시녀로 나팔수로 길들였던 군사문화의 산물이다. 그런데 왜 교사가 불편해하는 스승의 날을 의례적으로 이어가는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교사는 스승의 날이라며 따로 부추김 받는 게 달갑지 않다. 때문에 차라리 없앴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만큼 스승의 날 하루가 교사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기보다는 스스로 비굴해지고, 처참해지는 일이 많다. 의례적인 스승의 날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간청해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을 없앴으면 좋겠다. 대신에 국제노동기구(ILO)에 규정되었듯이 ‘노동자의 날’과 같이 이 땅의 모든 교사가 자존감을 새롭게 하는 ‘교사의 날’을 마련하면 좋겠다(교사의 날은 스승의 날과 분명 그 실천적 의미가 다르다). 하여 최소한 그 날만큼이라도 교사로서 자긍심을 되새겨보았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더는 스승의 날이란 빌미로 직분에 헌신적인 교사를 욕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현장에서 아이 앞에 떳떳하게 서고, 교사로서 당당하게 대접 받았으면 좋겠다. 아이와 학부모, 교사가 부담 없이 한데 어울렸으면 좋겠다. 그간 우리 사회가 이처럼 도약하게 된 힘은 묵묵히 자기소임을 다하는 이 땅의 교사 덕분이 아닌가?
|박종국_문화행동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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