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경애 시인] 5·18 영화 '송암동' 불응하면 사격하라!
김경애 시인
[목포시민신문] 지난 2024년 2월 3일 목포에서 5·18에 관련한 영화 <송암동> 독립영화 시사회가 있었다.
목포 오즈카페와 손소영 배우, 이효빈 프로그래머가 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봐 왔던 5·18에 관련된 영화와는 다른 접근이었다. 3억도 안되는 저예산으로 4개월 만에 찍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와 몰입도가 높았다. 72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보는 내내 긴장하며 집중해서 관람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눈물만 훔치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계속 눈물이 흐르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였다. 이 영화는 각색된 영화가 아니라 역사 그대로를 말하고 있었다.
영화 <송암동>은 1980년 5월 24일 광주 송암동과 효천역 일대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아군 간의 오인 교전으로 시작되었다. 군인 9명이 숨지자, 이들의 총구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향한다. 그러나 아군 간의 오인 사고도 어쩌면 이미 계획된 일이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펼쳐진다.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며, 국제 인권법으로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한다. 감독님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에 관한 진상을 밝혀내고, 현실적 성취를 이루어내는 것이 영화를 만든 목적이라고 하였다.
군인이라면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을 어린아이들에게 무자비하게 쏘아대는 총, 연락이 닿지 않는 자식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광주로 가는 어머니를 향한 총, 어머니가 사 준 비비화 운동화를 방문 앞에 놓아둔 20대 청년을 향한 총은 나의 아이, 나의 어머니, 나의 오빠가 되어 더 고통스럽게 와 닿았다. 나는 1980년 그 당시 10살이었다. 엄마가 장사하셨는데 목포에 자주 오가던 터였다. 내가 살던 곳은 무안의 작은 마을이었지만, 어렴풋이 목포에 무슨 사건이 일어나 버스가 끊기고 주변이 소란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던 기억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이해 안 되었던 부분은 20여 명의 민간인을 논두렁에 세워놓고 한 군인이 계속해서 총은 난사해 학살하는 장면이다. 명령에 따른 총살이었는지, 개인의 판단력이 사라진 분노였는지, 다시 생각해도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20여 명의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그 총부리를 잡고 저항하지는 못했을까? 공포에 짓눌려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을까? 이것 또한 거짓이 아닌 실제 고증을 거쳐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날 영화를 보고 난 후 <송암동> 생존자 김행하 님이 참석하셔서 직접 현장 목격담을 증언해 주셨다.
최근 상영된 <서울의 봄> 총제작비가 230억이었다고 한다. <송암동>은 3억이라는 저예산으로 시나리오 구성, 스토리 전개, 전라도 사투리, 역사적 상황, 5월 24일 송암동의 처참한 사건들이 모두 잘 전달되었다. 상업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예산이지만, 그에 빠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영화였다. 시사회가 끝나고 이조훈 감독님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조훈 감독님은 독립영화와 5·18 영화의 투사 같았다. 아니 현대판 독립투사였다. 운명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감독님은 앞으로 2탄 아니 8부작까지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밝히셨다. 그만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와 밝혀내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5·18을 바라봤던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발굴해야 할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2월 목포 시사회 때는 목포의 인사들과 시민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박홍률 시장님을 비롯하여 손혜원 전 의원님, 목포대 역사학과 최성환 교수님, 정대성 교육장님, (사)목포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곽재구 이사장님, 한봉철 위원장님 등 5·18에 관련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많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영화는 5월 곧 개봉된다. 시사회 관심도 중요하지만, 영화는 개봉되었을 때 많은 사람이 관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 <송암동>은 서울, 광주, 전주, 안동, 목포 등 전국의 몇 군데 독립영화관에서 개봉하고 있다. 목포는 5월 17일 저녁 7시. 시네마 MM에서 김정훈 배우의 진행으로 특별 개봉이 된다. 아직 밝혀지지 않는 진실들을 알 수 있는, 알아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시민이 영화 관람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지역에서 독립영화관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묵묵히 독립영화를 만들고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홍보 또한 의식 있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 목포시네마 MM : 목포시 백년대로 394, 2층 (문의 : 정성우 감독 010-8702-4898)
|자료출처: 목포시민신문 202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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