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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초등학교 제90회 졸업식 답사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2.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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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사


   작년 이맘때 선배들의 졸업식 송사를 하였는데, 교문을 드나들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이 순간에도 졸업식이 실감나지 않는데, 졸업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지난 6년 동안 교정에서 함께 어우러져 웃고, 부대끼며, 뛰놀았던  아름다운 추억을 되짚어보면, 졸업한다는 것이 마냥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게 아닙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6년 전 그 날을 떠올려 보십시오. 처음 학교에 입학하던 날 비뚤비뚤 줄도 잘 서지 못하고, 무엇하나 스스로 챙겨하지 못하였는데, 은행잎이 여섯 번 노랗게 변하는 것을 지켜본 지금, 저희들은 이렇듯 의젓하게 자랐습니다.


  물론 저희들이 이만큼 자라기까지 부모님 눈가에는 주름이 하나둘 더 늘었을 것이고, 저희들의 꿈과 여린 마음을 곱게 다듬어주시느라 애쓰신 선생님의 손은 더욱 거칠어졌을 겁니다. 이제 저희들은 부모님의 든든한 믿음이 되어 그 주름 말끔히 펴드리겠습니다. 선생님들의 포근한 눈빛을 가슴에 간직하고 늘 푸른 나무로 야무지게 자라겠습니다.


  사랑하는 아우들!
  운동장에 서 있는 저 키 큰 느티나무, 우리들이 가꾼 화단, 웃고, 울던 정든 교실, 함께 뒹굴며 뛰놀았던 운동장. 즐거웠던 봄가을 소풍, 운동회, 서로 다 다른 것을 뽐냈지만 한 마음으로 참가했던 학예회…. 떠나야 하는 우리들에게 어느 것 하나 아쉽지 않은 게 없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묻어나지 않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우들에게 자랑스러운 언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믿음직한 여러분들이 있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운지도 모릅니다. 아우들은 우리가 다 못한 것을 대신해 주기 바랍니다. 우리들 보다 학교를 더 사랑하고, 학교의 긍지와 자랑을 언제나 새롭게 만들어 주십시오.


  존경하는 선생님, 아직도 저희들은 기쁘고 슬펐던 일, 가슴 아파했던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끄집어내지 않으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넓히고 크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추억들을 하나 하나 마음 깊이 새겨 두고, 새로운 자리마다 필요할 때 끄집어내어 가는 길 환희 밝혀 나가겠습니다.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곳을 영영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좋은 만남과 더 나은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날개를 휘저어 갈 뿐입니다. 언제고 자랑스런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따스한 마음으로 지켜 봐 주십시오.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 주신 부모님,
깨끗하고 당당하게 살라 가르치신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일 궂은 일 가리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했던 친구들,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던 사랑스런 아우들
모두 사랑합니다.


2004년 2월 14일

영산초등학교 제 90회 졸업생 대표 김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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