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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화려한 잔치의 두 얼굴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1. 2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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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화려한 잔치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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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만/한국해양대학교 교수·동아시아학
19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를 배경으로 촬영된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긴 채 부산 아펙은 막을 내렸다. 은은한 빛깔의 한국 전통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서 있는 21개국 정상들의 더없이 환한 미소는 아펙의 성공적 마무리를 자축이라도 하는 듯하다.
 

부산 아펙의 성과는 역대 그 어느 대회에 견줘도 적지 않다. “개도국은 2020년까지, 선진국은 2010년까지 역내 무역과 투자의 완전 자유화를 달성한다”는 94년 보고르 선언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고, 몇년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관한 실질적 진전 촉구를 위한 ‘특별성명’도 채택했다. 우리 입장에서도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지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라는 거창한 주제를 걸고 열린 이번 회의에서도 참여국들 간의 ‘불안한 공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떨쳐버릴 수 없었다.

 

회의 개막에 앞서 ‘아시아의 새 질서와 연대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정치·경제, 사회·문화, 비정부기구(NGO)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제 심포지엄이 이틀에 걸쳐 열렸다. 열띤 관심과 논쟁의 핵심은 미국이었다. 자국의 영향력 확대에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미국과, 이에 맞서 아시아적 동질성으로 대항하려는 아세안 사이에 패인 명징한 골이 확인됐다.

 

결국 논의의 초점은 아시아 지역에 현존하는 미국의 영향력을 어떻게 ‘현명하게’ 또는 ‘바보스럽게’ 활용할 것인가에 모아졌고, 내내 ‘미국에 의한’ 또는 ‘미국에 대한’ 긴장은 한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그에 비할 바 아니지만,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사이의 골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 동북아 3국 사이와 동남아 각국 사이에 매미 날개처럼 그어져 있는 경계와 영역의 금을 뛰어 넘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이렇듯, 아시아·태평양이 진정한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아펙을 뛰어넘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하다.

 

잔치가 화려했던 만큼 남겨진 그늘 또한 깊다. 한국정부는 반아펙 관련 국외 비정부기구 인사 1천여명의 입국을 거부했다. 행사기간 내내 노점상의 상행위 금지, 해운대 일대 건축공사 중단, 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 단속 강화를 통한 사실상의 통행금지 등으로 사회적 약자인 빈곤층은 ‘그들만의 잔치’를 위해 눈물로 ‘양보’하며 허리를 졸라매야 했다. 아펙이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부시반대, 세계화 반대’를 외친 2만여명의 반아펙 민중들의 시위와 아울러 국제민중포럼의 ‘부산민중선언’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노동자, 농민, 외국인노동자,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내적 통합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진정한 공동체 구축의 기초가 됨을 서둘러 인식해야 한다. 또 아시아 각국은 수평적 대화와 소통을 토대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남는 문제는 아시아 지역의 패권적 역할을 포기하지 못하는 미국과, 미국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여전히 ‘탈아입구’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일본을 ‘어찌 할꼬’이다. 이 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해 이왕에 ‘의기투합’해 모인 21개국이 더도 덜도 없이 초심으로 돌아가 머리를 맞대고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협력체 조기 구축’을 위해 21세기를 함께 구상해야 할 일이다.




김태만/한국해양대학교 교수·동아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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