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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수첩과 황우석, 그리고 베트남전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1. 2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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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과 황우석, 그리고 베트남전
[주장] 진실이냐 국익이냐, 기로에 선 한국인
텍스트만보기   서정표(jpseo21) 기자   
다니엘 엘즈버그. 그는 역적이었다. 국방부 연구원으로 베트남 전쟁에 깊숙이 개입했던 그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던 통킹만 사건이 미국에 의해 조작됐음을 언론에 공개했다. 1964년 통킹만 사건의 음모와 조작을 담은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사에 뿌린 것이다.

그가 국가안보가 걸린 일급 비밀문서를 세상에 알린 이유는 하나였다.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미국의 야만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 국가 안보를 내세워 무기징역을 원하는 국방부와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한 언론사와의 팽팽한 법적 공방 끝에 결국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은 이 사건을 통해 언론의 자유와 진실에 눈을 뜨게 된다.

최근 MBC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황우석 교수의 윤리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MBC는 졸지에 국익도 모르는 '파렴치한' 언론사로 낙인 찍혔다. 보도가 나간 후 MBC는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로 무장된 네티즌들의 집단 사냥을 당하며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일어났다. MBC가 주장한 언론의 진실은 그들의 광기 어린 폭력 앞에서 한낱 작은 외침에 지나지 않았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가히 세계적이다. 그의 손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본 '영롱이'와 '스너피'는 복제 연구의 한 획을 그었다. 이렇듯 그의 연구 성과는 충분히 인정하고 높이 살 일이다. 생명공학 분야가 척박한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그의 연구는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의 연구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1964년 국제적인 윤리법인 헬싱키 선언에서도 난자의 불법 기증은 금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발효된 국내법, 생명윤리법도 마찬가지다. 황우석 교수측은 불법 난자 기증이 국내법이 발효되기 전에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엄연한 국제법이 존재하는 한 그 주장은 옹색하다.

이렇게 중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생명 공학 분야의 최고 성과라 해서 용인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과거에 우리는 국가주의, 또는 애국주의에 젖어 개인의 희생쯤은 당연시 여기는 세상에 살았다. 국가 앞에 개인의 인권이나 윤리는 무시됐다.

그리고 거기에는 언론의 무책임한 역할이 있었다. 정권의 하녀, 나팔수를 스스로 자임하며 오로지 국가편만 들었다. 감시와 견제, 비판이 언론의 임무임에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MBC의 보도는 그런 국가주의에 맞선 언론 본연의 기능을 되찾는 기회이자 전 국민의 인식의 전환이다.

MBC의 이번 보도는 '역적'의 행위로 오인 받을 수 있다. 당장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나라 밖의 시선도 예전만큼 곱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이고, 생명 분야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엄격한 국제적 윤리법을 국가주의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곤란하다. 펜타곤 페이퍼를 통해 미국의 치욕을 세상에 낱낱이 공개한 다니엘 엘즈버그와 <뉴욕 타임스>의 행위는 국익에 반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용기는 언론의 자유와 진실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황우석 교수의 윤리 문제를 둘러싼 MBC의 보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난자기증 운동'에 동의할 수 없다
[주장] 약자와 소수의 인권유린 부를 수 있어
텍스트만보기   김종배(ibird486) 기자   
먼저 난자 기증을 결심한 많은 기증서원자들과 난자기증재단 설립을 주도한 이수영씨와 설립에 참여한 모든 분들의 숭고한 뜻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 분들의 숭고한 뜻이 자칫 본의 아니게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이것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첫째, 이번 황우석 박사 연구팀 사태에서 드러났듯 배아줄기세포 연구에는 많은 난자가 사용된다. 난자가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여성계는 종교계의 생명윤리 차원을 넘어 여성의 인권이 유린될 수 있음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여성계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활성화될 경우, 호르몬 주입을 통한 과배란 유도가 성행하게 되므로 여성의 몸에 심각한 인권침해가 조장될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난자 제공에 착수하려면 해당 여성은 다음 생리일까지 각종 검사를 받으며 기다려야 한다. 생리일이 다가오면 호르몬제 등의 주사를 맞아야 하며 12일에서 14일 동안 채혈 마취 등을 병행하면서 난자를 키워야 한다. 이 호르몬 자극이 성공적일 경우, 주사 바늘을 공여자의 질벽을 통과하여 난자를 추출하게 된다. 이 경우 호르몬의 과대 자극, 주사 바늘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손상, 자궁암의 위험 그리고 이 시술로 인한 잠재적 유해성이 있는 장기적 결과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둘째, 어쨌거나 난자는 기증하는 과정에서 한 달여간 호르몬 주사를 맞고 그 후유증이 심각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런 식으로 난자 기증이 국익을 위한 애국 행위요 난치병 환자를 위한 박애 행위로 이야기된다면, 난자를 기증하지 않는 불치병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은 고통받는 가족이나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비겁한 사람으로 매도될 수도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는 연구원 난자 제공 문제를 자체 조사하였는데, 조사 결과 한 IRB 관계자는 "2003년 연구 초기 실험실 연구원들이 난자가 모자라자 난자 기증을 자처하고 나섰다"며 "황 교수가 '너희가 그러면 되느냐'고 말렸지만, 이들이 난자 기증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들의 입장이 충분히 상상이 된다.

연구는 이제 뭔가 큰 성과를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난자가 부족해 연구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난자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여자 연구원들은 당연히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설사 남자 연구원들은 그런 마음이 없는데도 괜히 남자 연구원들의 시선이 자기들에게 '뭐해, 자진해서 기증하지 않고…'라고 하는 것 같이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래서 연구자가 아무리 자진해서 기증하겠다 해도, 연구자의 기증 난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자 연구원이 난자 기증에 대한 무형의 압박을 받을 수 있듯이 난자기증운동이 국민운동이 되면 난치병 환자의 친지들은 '다른 사람들도 난자를 기증한다는데 불치병을 앓는 남편과 식구를 위해 당신은 당연히 해야지'라는 무형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20년동안 남의 도움으로 소대변을 처리해야 하고 항상 욕창에 시달리며 10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다. 심지어 혼자서는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없는 전신마비의 여려움을 겪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이 손상된 신경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해도 아내나, 딸, 누이들에게 난자를 기증하라고 말할 수 없다. 도리어 난자를 기증하지 않으면 비정한 사람으로 치부될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그들로 하여금 난자를 기부하겠다고 나서도록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내 장애가 다시 한 번 원망스럽게 생각될 것이다.

셋째, 난자기증재단 설립에 참여한 분들이 자발적으로 재단을 구성한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공교롭게도 < PD수첩 >이 황우석 교수팀 연구의 문제점을 방영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내자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원장이 급급하게 변명성 기자회견을 하는 시점에 이 재단 설립이 발표되었다. 차라리 이 사태가 좀 진정된 후 조용히 출범식을 갖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난자 기증을 활성화해서 국내의 줄기세포연구를 지원하고 난치병 치료를 앞당겨 많은 불치병 환자를 구원하며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산업을 창출한다는 대의는 좋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확실하지 않은 대의를 위해 약자와 소수의 인권이 유린되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난자를 기증하고자 하는 분들의 숭고한 뜻도 물론 존경하지만, 그것을 대의로 내세워 강조하는 이런 운동은 자칫 새로운 인권유린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신경재생이나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성인줄기세포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의 한 회사에서 개발한 골수성인줄기세포치료법은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 전세계의 집중을 받고 있다. 성장인자주입술, 대식세포이식술, 레이저치료법 등 다양한 치료법이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윤리적인 부담을 떨칠 수 없는 배아줄기세포만이 대안이라고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일로 혹자가 < PD수첩 >의 제작자를 '반역자'라고 몰아붙이는데, 동료 장애인들이 나에게는 '배신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필자는 줄기세포연구로 큰 혜택을 입을 수도 있는 척수손상인이다. 그리고 신경재생의 염원을 가슴에 품고 지난 10년간 신경재생연구자료를 국내 척수장애인들에게 제공해온 수레바퀴정보통신센터 신경재생포럼(www.wheel.or.kr)의 운영자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줄기세포연구를 지지하고 미국 척수손상인들의 포럼(www.carecure.org)에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황 박사의 입장을 옹호하는 글들을 계속 실어왔다. 한국 과학자를 보호하려고 애를 쓰는 조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인권과 윤리문제를 무시하고 무조건 난자를 기증하자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분명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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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김종배는 재활과학박사로 현재 미국피츠버그대학교 재활과학기술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척수장애인사이버센터의 신경재생포럼과 보조기구게시판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5-11-24 14:4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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