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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각(34)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2000년부터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배아복제 연구의 위험성을 본격 비판해왔다. 요즘 그는 기자들의 주요 취재대상이 됐다. 우리 사회가 '황우석 신화'에 빠지기 전부터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가 추진하는 생명복제 과정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접근해온 얼마 되지 않는 인물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에서 이뤄진 인터뷰 내내 그의 휴대전화는 쉴새 없이 울렸다. "통제되지 않은 과학기술의 위험성 성찰 계기 돼야" 그가 지난 99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관한 생명복제합의에 황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7년간 관찰, 비판을 통해 '애증관계 아니냐'는 표현까지 듣고있다. 그는 "황 교수 연구를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당혹스러웠다"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숨길 거였으면 끝까지 잘 숨기시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한 그는 "내게도 황 교수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는 개인적 안타까움과 별개로, 이번 사태에서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우석 신화'로 드러난 정부-언론-과학계의 거대한 '공모체계'를 해체하고, 통제되지 않은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성찰·견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면서도 그는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비판이 "줄기세포 연구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간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연구인 만큼 윤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목적과 실현가능성을 엄밀히 살펴 추진하자는 취지라는 것. 그는 "배아의 존엄성,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 여성의 건강권·자기통제권을 포괄하는 삼분구도로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국가의 엄청난 재정지원과 사회적 성원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연구성과가 오히려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의료불평등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 교수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일원으로 미국식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킬 의료시장주의를 천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윤리, 연구윤리 논란에서 촉발된 '황우석 비판'이 연구성과의 진위공방으로까지 번진 최근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지금 상태를 "핵폭풍 직전 상황 같다"고 표현한 그는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오게 된 데에는 진중하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브리핑> 기고를 통해 'PD수첩이 황 교수 연구가 허위라는 방향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진위공방'을 전면으로 부상시켰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같은 노 대통령의 언급에 PD수첩이 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 그러나 어찌됐든 이번 사태에서 최후까지 지켜야 할 기준은 '진실'이라는 게 그의 일관된 판단이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재검토 결과가 미진할 경우 '제3의 기구에 의한 조사'가 필요하며, 논란의 당사자인 황 교수 본인에 대한 조사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 정책연구원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자연과학팀 간사(98~99년),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시민권리팀장(2000~2004년) 등을 거쳐 현재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정보과학·환경담당 정책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은 한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 "대통령의 '허위연구 취재설' 언급이 사태 키웠다"
"황 교수와의 인연은 지난 99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관한 생명복제합의 회의에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됐는데, 그 시기 생명공학과 배아복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모니터하게 됐다. 특히 지난 2000년 생명윤리법 제정 논의가 있을 때 황 교수가 배아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생명윤리법에 배아복제 허용을 넣을지 말지 논란이 일었는데,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황 교수가 배아복제 연구를 선행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하면서 본격적 비판이 시작됐다." - 황 교수 및 지금까지 황 교수 연구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윤리문제 등에 의문을 품고 황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사실로 드러났을 때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숨기려거든 끝까지 잘 숨기시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황 교수에 대한 열망이 내게도 있었던 것 같다. 2001년쯤 황 교수를 '인간드라마' 식으로 다룬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감하고 존경스럽다는 느낌이 들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7년간 관찰·비판하면서 애증관계 비슷하게 된 거 아니냐'고 하곤 한다. 황 교수는 처음에 줄기세포 연구목적으로 '난치병 환자 치유' 의지를 강조했다. 지금도 이 마음만은 지니고 있을 것라고 본다. 그러나 연구과정에서 생각만큼 진행이 잘 안되는 일이 생기면서 무리수를 둔 게 아닐까 싶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한국을 '조세피난처'에 비유" - 황 교수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의심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동안 문제를 제기한 것은 생명윤리와 연구윤리 두가지였다. 생명윤리 문제는 앞서 말했듯 2000년 배아복제 성공 발표 직후부터였다. 소(동물)의 난자세포와 인간의 체세포를 결합한 이종간 교잡행위 위험성을 포함, 배아복제 허용의 문제점 등을 제기했다. 연구윤리의 경우 지난해 5월 <사이언스>가 난자제공 의혹을 제기하고 난 뒤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됐다. 지난 8월 최순영 의원실을 통해 서울대 수의대에 IRB 회의록을 요청했을 때 황 교수가 '민주노동당 때문에 연구를 못할 지경이다' 등 격에 어울리지 않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몰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적 존재가 되기 전) 연구윤리 등을 논의하는 곳에 직접 찾아와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취지를 설명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 지금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 자체가 허위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는데.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한걸음씩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PD수첩이 황 교수 연구가 허위라는 방향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 PD수첩 >으로서도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PD수첩 >으로서는 진위논란 등을 취재하고 보도여부를 자체 판단할 기회를 잃어버린 셈이다. 이 부분을 집중 부각하며 '굳히기'에 들어간 <중앙일보> 등 일부 언론의 책임도 있다." - 황 교수 연구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배아줄기세포 연구반대'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해가 분명히 풀렸으면 한다. 민주노동당은 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배아의 존엄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연구윤리가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 황 교수가 연구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기본인 연구윤리를 훼손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배아의 존엄성'과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라는 이분법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것도 부적절하다. 제대로 조명되고 있지 않은 '여성의 건강권·자기통제권'을 포괄하는 삼분구도로 봐야 한다. 난자채취를 헌혈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봐야하는 건 맞지만, 단순히 '미국·영국 등과의 갈등 및 경쟁' 혹은 '새튼 교수가 단물만 쏙 빼갔다'는 식의 해석은 부적절하다. 황 교수는 답보상태였던 줄기세포 연구에서 돌파구를 열었으며 이 분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을 늘리는 계기로 작용해왔다. 그래서 이 분야 과학자들이 기본적으로 한 배를 탄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황 교수 위상이 흔들리면서 줄기세포 분야 연구가 세계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새튼 교수가 결별선언을 하고도 여러 차례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이유도 이를 막기 위해서다. 종합적으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더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난자 문제와 관련, 한국을 '조세피난처'와 비슷한 곳으로 간주했다. 엄격한 윤리규정으로 자국에서 하기 어려운 연구를 서울에서는 난자를 쉽게 확보해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국 과학계 일부는 이런 측면에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캐나다 등에서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판한다." "엄청난 경제적 이권, 과학계 주도권 등이 얽혀 있다" - 격한 반응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꺾어선 안된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듯하다. "노무현 정부는 생명공학(BT) 산업 육성을 내세우며 의료 산업화·시장화를 밀어붙여왔다. 그러나 의료문제는 시장주의로만 봐선 안된다. 사회복지와 공공성 관점이 필요하다. 줄기세포 연구도 인도주의 명분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엄청난 경제적 이권, 과학계 주도권 등이 얽혀 있다. 이번에도 특허를 둘러싼 이면합의 문제, 새튼의 지분 요구설 등 난치병 치료와는 차원이 다른 갈등이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엄청난 돈이 되는 것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치료혜택이 돌아가는 문제는 모순적으로 가기 마련이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처럼 말이다. 글리벡은 처음엔 '기적의 신약'이라고 불렸지만 실제 매달 300∼600만원에 이르는 엄청난 약값 때문에 치료제가 있어도 돈이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죽음의 약'이 돼버렸다. 마찬가지로 몇십년 뒤 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혜택이 경제능력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까지 가게 할 수 있는 장치는 현재 없다. 어마어마한 국가자금을 지원받아 이뤄지는 성과인데도 사회 구성원이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지 않다. 이는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미국식 의료시장주의를 주창하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일원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의료시장주의를 채택한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다. 황 교수는 올해 초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병원의 영리법인화 등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의료불평등을 심화시킬 시장주의 노선을 천명해왔다." - 황 교수 연구 비판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한 데는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언론, 학계, 모두 문제다. 이번 사안은 과학계의 자정능력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줬다. 예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를 점검하고 해결하기 위한 계기를 만들지 않았다. 일례로 황 교수는 2003∼2004년 분자생물학회 윤리위원장을 맡았다. 공동 연구자인 안규리 교수는 윤리위원이었고. 이런 마당에 황 교수 연구의 윤리문제가 제대로 논의될 수 있었을까. 윤리에 대한 과학계 전반의 안이한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문제에서 드러나듯, 정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과학기술부의 경우 황 교수 위기가 과기부 자체위기로 발전될 만큼 황 교수와 일체화돼 움직여왔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윤리문제를 점검할 계기를 스스로 만들지 않은 것이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문제에서 드러나듯 보건복지부도 다를 바 없다. '황우석 신화'를 만들어온 언론의 문제점은 얘기하지 않아도 잘 알지 않는가. 그 결과 각 주체가 의식했든 그렇지 않든, 황 교수를 둘러싼 '거대한 공모체계'가 만들어졌다. 정부·언론·과학계가 한 방향으로만 치달리다 보니 문제점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황 교수를 통해 열정, 열망을 느꼈던 대중들이 문제점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측면도 작용했다." "지금은 핵폭풍 직전 상황... 중요한 건 '진실'이라는 잣대"
"서울대 수의대 IRB 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간 '식물위원회'로 평가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모든 의혹을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 검토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제3의 기구에 의한 조사' 필요성을 배제해선 안된다. 형식은 더 고민해야겠지만 '제3의 조사기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며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황 교수 개인에 대한 조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 앞으로 어떤 의혹이 더 밝혀져야 한다고 보는가. "첫째, 연구원 난자 사용 사실에 대해 '나중에 알았다'는 황 교수 해명의 진위 여부다. 둘째, 난자 장부에는 600여개의 난자가 채취된 것으로 돼있는데 황 교수팀이 실제 사용했다고 밝힌 개수는 427개다. 나머지 난자가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특허지분 40%가 노 이사장 주장에 따르면 자신과 황 교수, 문신용 교수 등이 각각 3분의 1씩 나누기로 했다는 이면합의 등 특허를 둘러싼 이권문제다. 넷째, 한양대 IRB가 2004년 황 교수 논문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해관계가 개입됐는지 여부다. 현재 논문의 공동저자 혹은 특허권상 발명자로 이름을 올린 한양대병원의 두 교수가 그 심의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섯째, 서울대 수의대 IRB를 둘러싼 의혹이다. 그동안 회의를 열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지난 국감에서 '회의록 열람'을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최근 이 기관이 위원이라고 박힌 박은정 서울대 법대 교수는 수락한 적도 없다고 했다. 또다른 위원 김모 목사는 자녀가 환자로서 연구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게 확인됐다. 이러한 기관에서 지난 24일 '연구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경위, 내용이 적절했는지 검증돼야 한다." -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연구성과 진위공방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연구윤리 문제만 정리하고 넘어가자'라고 하기 어렵다. 핵폭풍 직전 상황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진실'이라는 잣대이다. 통제되지 않은 과학권력, 여기에 정부와 언론까지 합세하는 그 권력의 위험성을 성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황 교수팀에 속했던 연구자가 1차 제보자로 알려져 있는데, 제보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제보자 신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자신의 희생을 각오하고 진실을 밝힌 공익제보자라고 본다. 제보내용이 사실로 드러났고 연구윤리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됐지 않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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