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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는 콩나물밥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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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별미는 콩나물밥이 최고
텍스트만보기   이기원(jgsu98) 기자   
"오늘 저녁은 콩나물밥이다."

아내의 말에 두 아들 녀석들이 손을 번쩍 들며 좋아했습니다. 중학생이 되더니 준수는 먹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한창 클 때라 그런가 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광수는 어려서부터 먹성이 좋았습니다. 준수와 광수는 모두 콩나물밥을 좋아합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아내는 한 마디 합니다.

▲ 겨울철 별미 콩나물밥.
ⓒ 이기원
"입맛도 아빠 닮았다니까."

아내의 말처럼 저도 콩나물밥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시도 때도 없이 먹었던 게 콩나물밥입니다. 자주 먹으면 물릴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콩나물밥이 싫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온돌방 윗목에는 겨우내 시루에서 콩나물이 자랐습니다. 아침에 눈 비비며 일어나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시루에 담긴 콩나물에 물주는 일이었습니다. 대접에 가득 물을 부어 콩나물에 부으면 잠시 머무를 새도 없이 금방 아래로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주는 물만 먹고도 콩나물은 쑥쑥 잘도 자랐습니다.

하루에 딱 두 번 완행버스가 지나가던 산골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먹을거리였습니다. 산으로 나무하러 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실 무렵이면 질화로에선 빨간 고춧가루 듬뿍 넣은 콩나물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사랑채 큰 가마솥에 짚이며 콩깍지 썰어 넣고 쇠죽을 끓일 무렵이면 어머니는 시루에서 콩나물 꺼내 다듬어 콩나물밥을 지으셨습니다.

항아리에서 막 꺼내 썰어놓은 짠지 한 사발과, 파 마늘 썰고 다져 양념한 간장 한 종지만 있으면 다른 찬거리가 필요 없는 콩나물밥은 어머니 일손도 많이 덜어주었습니다. 아궁이에 불 때서 밥 짓던 시절, 하얀 김 피어오르던 밥솥에서 주걱으로 콩나물밥 한 주걱 퍼서 대접에 담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둡기만 했던 부엌 속에 담긴 그 모습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습니다.

▲ 콩나물밥에 넣을 양념간장.
ⓒ 이기원
아내는 콩나물에 버섯과 당근까지 썰어 넣어 밥을 지었습니다. 아궁이에 걸린 무쇠 밥솥 대신 압력밥솥에 밥을 지었습니다. 파 마늘에 참깨까지 넣어서 양념간장을 만들었습니다. 한참 뒤에 아내는 압력 밥솥에서 고슬고슬한 콩나물밥을 주걱으로 퍼 그릇에 담았습니다.

"콩나물밥 사진 찍어야지."
"이담에 찍어."
"왜?"

누런 그릇도 마음에 안 들고 콩나물밥도 잘 안 된 거 같다며 아내는 다음에 찍자고 우겼습니다.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고집 누가 말려."

아내는 눈을 하얗게 흘겼습니다. 사진 몇 장 찍고 식탁에 둘러앉아 양념간장 듬뿍 넣고 비벼 콩나물밥을 한입 가득 넣었습니다. 준수와 광수도 숟가락 가득 밥을 담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내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2005-12-06 10:44
ⓒ 2005 OhmyNews

 

음주 후엔 콩나물국을 냉수 마시듯
콩나물을 이용한 나만의 숙취해소법
텍스트만보기   양동정(y2262) 기자   
▲ 시원한 콩나물국을 고구마나 감자, 동치미 등을 곁드려 먹는 것도 다이어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 양동정
세 끼 식사를 다 찾아 먹기 어려웠던 1960년대만 해도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이 돌아오면 가난한 살림에 마땅히 마련할 음식도 없고 하여 대부분 농촌에서는 콩나물을 직접 길러서 먹었다.

이맘때가 되면 거의 모든 집마다 안방 웃목에는 큰 함지 위에 가위 모양으로 생긴 나뭇가지를 걸치고 그 위에 콩나물시루를 올려놓고 콩나물을 길렀다. 이렇게 정성스레 기른 콩나물은 설날 세배 오는 분들에게 입맛다실거리로 내놓기도 하고, 쑥떡이나 인절미같이 찰진 음식에 얹히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콩나물을 가마솥에 끓여서 옹기항아리에 가득 퍼서 난방이 되지 않은 마루방에 두면 추운 겨울에 얼음이 사르르 얼 정도로 차가워진다. 놀다 들어와 출출할 때 콩나물을 한 그릇씩 퍼 먹는 시원한 맛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 나만의 숙취해소용 콩나물국 재료 모음(콩나물, 마늘, 소금, 생수)
ⓒ 양동정
서울 생활을 오래 하며 술을 가까이 하다보니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숙취해소 문제가 꽤나 큰 문제이다. 숙취해소에는 여러 가지 좋은 드링크제가 많이 나와 있고, 해장국, 북어국 등등 수없이 많은 음식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지만 나는 이 콩나물국만큼 좋은 숙취해소 식품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체질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따라서 언젠가부터 우리 집 냉장고에는 항상 싱겁고 차디찬 콩나물국 냄비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게 되었다. 과음 후 집에 들어가면 우선 집사람이 제일 먼저 떠 내오는 것이 시원한 콩나물 국 한 사발이고, 아침에 눈 뜨고 한 사발을 더 마신다. 아무리 과음을 해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입이 칼칼해 식사를 하지 못 할 때에도 시원한 콩나물국에 밥을 한 술 말으면 술술 넘어간다.

이런 콩나물국이 내 몸에 딱 맞는 숙취해소 식품이지만 우선 만들기기 매우 간단해서 좋다.

콩나물과 마늘과 소금과 깨끗한 생수만 있으면 가능하며, 콩나물은 퉁퉁하고 살찐 것보다는 가늘고 꼬리가 긴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 한 사발이면 숙취가 확 ~ 사라집니다.
ⓒ 양동정
콩나물국을 끓일 때는 끓기 전에 뚜껑을 열지 않아야 콩 비린내를 제거할 수가 있고 절대 짜게 끓이면 안된다. 그냥 음료수처럼 수시로 떠다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싱겁게 끓여야 쉽게 마실 수 있다.

이렇게 끓인 콩나물국은 뜨거운 것보다는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냉수마시고 싶을 때나 음주 후 숙취해소를 위해 한 사발씩 마시면 이 보다 더 좋은 음료가 없는 듯 싶다.
연말에 송년회다 회식이다 해서 술자리가 많은 직장인들은 값싼 콩나물국 한 냄비씩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 사발씩 마셔 보세요. 저하고 체질이 비슷한 분은 분명히 효과를 보실 것입니다. 감자나 고구마 삶아서 시디신 동치미와 곁들여 간식으로 드셔보시는 것도 살찌지 않으면서 배부를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다이어트 식품이 아닌가 싶어 우리 집 방식대로 소개해봅니다.
2005-12-06 16:48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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