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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콩나물밥이다." 아내의 말에 두 아들 녀석들이 손을 번쩍 들며 좋아했습니다. 중학생이 되더니 준수는 먹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한창 클 때라 그런가 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광수는 어려서부터 먹성이 좋았습니다. 준수와 광수는 모두 콩나물밥을 좋아합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아내는 한 마디 합니다.
아내의 말처럼 저도 콩나물밥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겨울이면 시도 때도 없이 먹었던 게 콩나물밥입니다. 자주 먹으면 물릴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콩나물밥이 싫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온돌방 윗목에는 겨우내 시루에서 콩나물이 자랐습니다. 아침에 눈 비비며 일어나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시루에 담긴 콩나물에 물주는 일이었습니다. 대접에 가득 물을 부어 콩나물에 부으면 잠시 머무를 새도 없이 금방 아래로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주는 물만 먹고도 콩나물은 쑥쑥 잘도 자랐습니다. 하루에 딱 두 번 완행버스가 지나가던 산골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먹을거리였습니다. 산으로 나무하러 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실 무렵이면 질화로에선 빨간 고춧가루 듬뿍 넣은 콩나물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습니다. 사랑채 큰 가마솥에 짚이며 콩깍지 썰어 넣고 쇠죽을 끓일 무렵이면 어머니는 시루에서 콩나물 꺼내 다듬어 콩나물밥을 지으셨습니다. 항아리에서 막 꺼내 썰어놓은 짠지 한 사발과, 파 마늘 썰고 다져 양념한 간장 한 종지만 있으면 다른 찬거리가 필요 없는 콩나물밥은 어머니 일손도 많이 덜어주었습니다. 아궁이에 불 때서 밥 짓던 시절, 하얀 김 피어오르던 밥솥에서 주걱으로 콩나물밥 한 주걱 퍼서 대접에 담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오릅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둡기만 했던 부엌 속에 담긴 그 모습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었습니다.
"콩나물밥 사진 찍어야지." "이담에 찍어." "왜?" 누런 그릇도 마음에 안 들고 콩나물밥도 잘 안 된 거 같다며 아내는 다음에 찍자고 우겼습니다.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냥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고집 누가 말려." 아내는 눈을 하얗게 흘겼습니다. 사진 몇 장 찍고 식탁에 둘러앉아 양념간장 듬뿍 넣고 비벼 콩나물밥을 한입 가득 넣었습니다. 준수와 광수도 숟가락 가득 밥을 담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내가 환하게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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