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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쓴 한나라당의 팻말, 그 속내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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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든 한나라당의 팻말, 그 속내
[기자수첩] 사립학교법 논란, 그 시시비비를 따져보자
텍스트만보기   윤근혁(bulgom) 기자   
▲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손 팻말을 뒤집어든 한나라당 의원들. 이들의 몸은 국회의장을 향하고 있지만, 팻말을 뒤집어 든 까닭에 국회의장은 백지 팻말만 볼 수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립학교법 직권상정을 놓고 아수라장이 된 지난 9일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장.

"정부여당 사학법! 전교조에게 모든 것을 내주자는 것!"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항의 표시로 들고 있던 노란색, 빨간색 바탕의 손 팻말 글귀다. '전교조'를 끌어들여 사학법이 '사악법'이라는 뜻을 의장에게 강하게 호소하려던 시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김원기 의장은 이 글귀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김 의장 눈에는 글귀도 없는 하얀색 빈 팻말만 어지럽게 흔들렸다. 왜 그랬을까. 손 팻말을 든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을 보고 섰지만, 글귀가 적힌 팻말은 의장 반대쪽을 향하는 진풍경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의장보다 카메라 기자에 대한 눈물겨운 서비스를 우선했기 때문이었을까? 방송을 통해 이를 지켜본 한 교사는 "어차피 '정치는 쇼'라는 말도 있지만,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눈물겨운 쇼맨십이 애처롭기까지 했다"면서 혀를 찼다.

김원기 의장은 팻말을 읽을 수 없었다

▲ 9일 오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의장이 표결처리선언하자, 투표를 위해 빠져나가던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을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등이 옷을 붙잡으며 저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이날 연출한 '정치쇼'에는 전교조가 등장했다. 전교조를 끌어들여야 파급력도 있고, 설득력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은 앞으로 헌법소원도 검토하고 장외투쟁까지 벌이기로 했다는 보도다. 사학법 정국이 전교조의 등장과 함께 살얼음판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통과된 사학법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전교조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것'이었을까? 그래서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기게 된 것일까?

개정 사학법을 보면 이사 7명 가운데 1/4을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이사장이 전체를 임명하던 이사들 가운데 두 명을 학교운영위원회가 따로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그나마도 2배수를 추천하면 이사장이 최종 낙점을 하면 되는 체제다.

그럼 학교운영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될까? 이 기구는 학부모와 지역인사가 60~70%, 교장과 교감, 교사로 구성된 교원위원이 30~40%정도를 차지한다. 교원 위원은 교장은 저절로 되고 나머지는 교직원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뽑고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는 이것 또한 해당되지 않는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보면 사립학교 교원위원은 전체 교직원회의에서 추천한 자중 학교장이 임명토록 했기 때문이다. 김행수 전교조 사립위원회 사무국장은 "사립학교 교원위원은 교직원들이 적게는 2배수를 추천하거나 많게는 4배수 추천을 하면 학교장이 임명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공립학교에 있는 전교조 조합원은 교사 네 명에 한 명꼴. 사립학교는 열 명에 한 명꼴 밖에 되지 않는다. 사립학교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교원 위원으로 들어가기는 무척 버겁다는 얘기다.

설령 교원위원으로 한두 명 진출하더라도 전교조가 추천한 개방형 이사를 추대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 그리고 비 전교조 교원위원들이 부결시키면 그만이다. 만에 하나 추천하더라도 이사장이 낙점하지 않으면 이마저 물거품이 된다.

전교조 조합원 추천인사가 이사로 될 확률을 수치로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1/4(개방형이사 비율)×1/2(학교운영위원 중 교원위원 비율)×1/2(교직원회의 교원위원 추천 비율)×1/2(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개방형이사 2배수 추천 비율)×1/10(교사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 비율)인 것이다. 이를 환산하면 겨우 0.3%(1/320)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쯤되면 전교조가 사학재단 접수는커녕 이사 한 명 되는 것도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오히려 교원단체이면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한 한국교총 소속 회원은 학교별로 전교조 회원보다 두세 배 가량은 많다. 교원위원 당연직인 교장은 거의 이 단체 회원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팻말에 적은 주장은 설득력이 그리 높지 않다. 만약 '정부여당 사학법! 한국교총에게 모든 것을 내주자는 것!'이라고 적었다면, 그래도 더 봐줄 만하다는 얘기다.

전교조 교원이 이사 되려면 산 넘어 산 넘어 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인사를 추천하는 게 전교조가 학교를 접수하는 것이라면, 학교운영위원들이 뽑은 16개 시도교육감은 다 '전교조 앞잡이'여야 한다. 아울러 학교운영위원회가 사학 이사회 구실을 하는 국공립학교는 이미 전교조 세상이 되었어야 한다.

하버드·예일·프린스턴·와세다·게이오·버킹검대학 등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유수 사립대학 상당수가 동문 또는 교원, 학생도 이사를 뽑는 과정에 참여해 법인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도 모두 교원노조 세상이 된 것일까?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과 사학재단이 자꾸 전교조를 끌어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의 불만은 쟁점으로 떠오른 개방형 이사제보다는 속뜻이 다른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리를 저지르고도 2년만 지나면 복귀할 수 있는 비리재단의 복귀 시한이 5년으로 늘었다. 개방형 감사제도가 함께 도입됐다. 감사 가운데 한 명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 일부 이사장이 주변 인사를 감사로 임명하던 관행이 더이상 발붙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친인척 이사수를 1/4 이하로 막았고,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교장을 맡을 수 없도록 했다. 족벌체제를 완화시킨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회계의 투명성과 족벌 체제 완화 조치를 못마땅하게 여긴 속뜻이 '전교조 왕국화'라는 선동으로 치달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지난 7일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은 사학·종교 관련 단체 기자회견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개방형이사제는 단 1명만 엉뚱한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와도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주요 사안들의 보안유지가 어렵게 되며, 건학이념의 유지 및 계승이 불가능하게 된다."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속내

▲ 8일 오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자유시민연대 등 54개 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악저지 공동연합'은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사립학교법 직권상정과 전교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학도 엄연한 공교육 기관이다. 공교육 기관에서 이사회를 열면서 무슨 기밀사항이 있기에 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걱정하는 것일까. 외부 이사 한 명이 들어온다고 건학이념이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사외이사가 들어간 삼성과 현대 등 상장 회사들은 보안이 누설되고 회사의 이념이 훼손당하고 있을까.

경실련, 전교조, 학벌없는사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흥사단 등 44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9일 성명에서 다음처럼 주장했다.

"색깔론도 모자라 마지막까지 '전교조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마타도어로 일관한 한나라당에 우리는 '한나라당에게 이 나라의 정치를 맡길 수 없다'는 말을 돌려주려 한다. 이번에 부패사학을 지키기 위하여 보여준 한나라당의 육탄방어를 보면서 왜 그들이 '부패사학 옹호당'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는지 확실하게 증명했다."

뒤집어 든 한나라당 의원들의 손 팻말 홍보전은 그래도 정치 쇼에 부응하려는 프로의식의 발로라고 좋게 봐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들었던 팻말의 내용이다. 팻말은 뒤집어 들더라도 국민이 보는 글귀의 내용만큼은 제대로 적어야 할 것이다.

 

학교 폐쇄한다는 사학에게 '기회'를 주자
[허영구 칼럼]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시대정신... 이 기회에 획기적 교육개혁해야
텍스트만보기   허영구(hyg8692) 기자   
▲ 8일 오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자유시민연대 등 54개 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 개악저지 공동연합'은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사립학교법 직권상정과 전교조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2월 9일 오후 3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되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치열한 몸싸움을 거쳐 '찬성 140·반대 4·기권 10'으로 통과되었다.

열린우리당이 미리 의장석을 점거했고 한나라당의 봉쇄를 피해 '제3의 장소'에 있던 김원기 국회의장이 의장석에 도착하자 마자 방망이를 두들겼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7명 중 1/4이상'의 중재안에 대한 수용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나 표결에는 참여했다.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이라도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은 공적 영역

직권상정이 임박한 어제(8일) 국회 앞에는 한국사학법인 연합회는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교조 박멸'과 '노무현 정권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사학법인들은 신입생배정거부 및 학교폐쇄 수순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종교계열 사립학교는 순교의 각오로 맞서 싸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학법인들은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학교는 무너질 것이라 한다. 사실상 전교조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장악한 현 상태에서 개방형 이사 역시 좌경의 전교조가 장악하게 되면 한국의 교육은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사학이 사유재산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개방형 이사제는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가 비록 개인의 사재를 털어 설립되었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목적을 갖는 사회적 교육기관으로 존재하는 한 사적인 의도나 목적으로 학교가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사학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감시나 사회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거북한 일이라면 최소한 사회적 구성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설립은 사적이었지만 정부 예산의 절대적 지원,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비 부담, 미래사회를 책임질 학생들은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당연히 공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1/4 이상이 아니라 절반 이상이 개방형 이사가 되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사적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저항은 거세다.

학교폐쇄? 하라고 하자. 공립으로 개편해 자율적·개방적 학교를 만들자.

이제 파행을 거쳐 국회에서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제 개방형 이사제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학교를 민주화시키는 일이 남았다. 그런데 사학법인 연합회가 공언한 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교를 폐쇄한다고 하니 그들에게 확실하게 기회를 부여토록 하자. 학교를 폐쇄하도록 말이다.

사학법인 연합회가 학교를 폐쇄하면 정부는 즉각 사립학교를 공립학교로 전면 개편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교육부 등 학교와 관련된 각 주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방형 이사회,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학교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부패한 사립학교는 문을 닫자! 족벌경영체제는 막을 내리자! 학생들을 자본주의 사회의 획일적인 생산도구나 상품으로 길러내는 반노동자적이고 빈민중적이며 반민족적인 교육을 이번 기회에 청산하자! 꿈 많은 아이들을 경쟁으로 줄 세워 서열화하고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만드는 썩어빠진 학교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만들자!

아인쉬타인 같은 천재도 두뇌의 5%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살려갈 수 있는 학교, 꿈과 희망을 일구어 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패한 사립학교를 청산하고 아울러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공립학교를 개혁해야 한다. 그리하여 죽어가는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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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9 16:26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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