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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 사이로 서병관(40)씨의 노랫소리가 퍼진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치는 통기타 반주에 맞춘 그의 노래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늦춰지고, 주머니에 꼭 넣어뒀던 손은 '모금함'으로 향한다. 모자를 푹 눌러쓴 그의 모습 위로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띈다. '무의탁 환우 양로원 돕기 자선공연, 백혈병 환우에게 새 생명을’
어른이 된 후에도 작은 봉사단체에서 양로원, 무의탁 노인, 결손 가정 청소년 등을 도왔다. 직접 찾아가 밥도 해드리고 청소며 빨래 등을 하는 게 그의 몫이었다. 그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모금액은 전액 백혈병 환자와 노숙자를 위해 쓰인다. 한달에 한번 정도 병원으로 돈을 보내 백혈병 환자의 치료비에 보태고, 남은 돈은 빵이며 우유 등을 사다 영등포역 부근의 노숙자에게 돌린다. 그렇게 3년을 지내다 보니 안면을 트고 지내는 노숙자들도 여럿이다. "물론 매일같이 술 먹고 지내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정말 안 그런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제가 집에 들어가라고 말씀드려요. 얼마 전에는 알고 지내던 노숙자 세 분이 옷을 깨끗하게 입고 절 찾아왔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직장을 구했다고 온 거였어요. 그럴 땐 저도 기분 좋죠.”
"저 혼자면 모르겠는데 가족이 있으니까요. 노래 부르다 보면 친척들이 가끔 지나다가다가 만나요. 그럼 제게 그만두라고 말씀하시죠. 우선은 제가 자리를 잡는 게 우선이니까요. 한번은 제 집사람도 여기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그만 두라고…. 전 노는 거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일하러 나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추우니까 사람들도 안 나왔더라고요. 요즘은 일거리도 많이 없고요.” 아내는 그가 속해 있던 봉사 단체 직원이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역시 안정적인 생활이 우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단다. "제가 조금이라도 투자하면 사람들이 기뻐하니까요, 저로 인해 만족하고, 기쁨을 얻을 수 있잖아요. 기쁨이에요. 봉사한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저한테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가 도와주면서 기쁨을 얻는 게 가장 크죠.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고요.”
그러나 모든 날들이 이렇게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근처 학원에서 시끄럽다며 신고가 들어와 경찰서에 다녀온 적도 있고, 노숙자들이 모금함을 훔쳐 달아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악기도 두 번이나 도둑맞았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 많은 만큼 보람도 크다. "봉사활동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랑 모금한 돈 계좌로 넣어줄 때 보람 많이 느끼죠. 그리고 꼬마들이 지나가다 돈 넣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내년엔 잘되리라 믿는다며 웃는 그다. 힘든 일은 없고 그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마음속에 담는다는 그다.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죠. 힘든 일이 있어도 굴하지 말고,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제게 돌아오겠죠.” | ||||||||||||||||||||||||||||||||||||
2003/12/08 오후 7:45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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