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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통재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다!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2. 2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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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다
"만들어졌다는 입증 데이터도 없다"
서울대 조사위, 29일 밝혀... "2005년 논문 2·3번은 미즈메디 수정란 4·8번"
텍스트만보기   김덕련(pedagogy) 기자   
▲ 29일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서울대조사위 기자간담회에서 노정혜 서울대학교 연구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재구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2005년 논문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29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황 교수의 2005년 논문과 관련해 환자세포의 DNA와 일치하는 줄기세포는 없었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과학적 데이터도 황 교수 연구팀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게 조사위원회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노 처장은 "황 교수가 보관·배양중인 줄기세포주들은 환자맞춤형이 아니라 모두 미즈메디 수정란 줄기세포임이 전문기관 3곳의 동일한 분석결과로 확인됐다"며 "2, 3번 줄기세포주도 환자 체세포와 일치하지 않고 각각 미즈메디 수정란 4번과 8번 줄기세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185개의 난자를 사용해 환자맞춤형 체세포 배아복제줄기세포 11개를 확립했다는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보고와 달리 실제로 맞춤형 줄기세포는 1개도 없었다는 의미다.

노 처장은 "2004년 논문, 테라토마, 스너피의 DNA 지문 분석 의뢰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팀의 원천기술 문제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있으며 최종보고에는 (원천기술 보유 여부에 대한 판단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의 '바꿔치기' 주장에 대해 노 처장은 "그런 내용, 즉 누가 왜 정말 그렇게 했는지 등등에 대해서는 조사위가 밝힐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험 재연 가능성에 대해 노 처장은 "지금 일정으로 가능할지 확실치 않으며 조사위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선종 연구원 자살설과 관련, 노 처장은 "자살설 같은 이야기들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 자세한 기사 곧 이어집니다.)

 

 

 

윤현수, '바꿔치기' 황 교수팀 자작극 가능성 제기
"김선종 자살기도는 분명 사실 아니다" 반박도
텍스트만보기   이성규(dangun76) 기자   
ⓒ 오마이뉴스 남소연
"줄기세포 '바꿔치기' 같은 터무니없는 일을 황 교수가 언급한 것 자체가 그들의 혐의를 더 짙게 한다."

황우석 교수팀 줄기세포 배양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윤현수(사진) 한양대 교수가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해 이처럼 황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윤 교수는 지난 27일 <프레시안>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분명히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본인이 배양했다'는 김선종 연구원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면 김 연구원 모르게 황 교수팀의 누군가가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해 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황 교수팀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가 '줄기세포 바꿔치기 자작극' 의혹을 역으로 제기한 근거는 이렇다.

“제대로 된 줄기세포 연구팀의 일원이라면 그런 '바꿔치기'가 가능하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왜냐하면 6개월에 한번씩 DNA 지문분석을 통해 줄기세포의 상태를 항상 점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들도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DNA 지문분석을 해 그 상태를 점검한다. 6개월 뒤에 뻔히 '발각'될 일을 왜 하겠는가? 이런 '바꿔치기' 주장은 평소에 그런 DNA 지문분석과 같은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연구팀에 소속된 연구자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소리다.”

특히 윤 교수는 황 교수팀의 6개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어있었다는 사실을 황우석·이병천·강성근 교수에게 통보했지만 의외로 강 교수는 "아주 담담하게 이 말을 들었다"는 당시의 정황을 전하며 자신의 가설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윤 교수가 자작극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황우석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황 교수팀과 미드메디병원의 연구원들은 아주 자유롭게 왕래하는 상황이었다"는 것. 따라서 "공식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언제나 손쉽게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황우석 교수팀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는 얘기"라고 그는 주장했다.

'왜 자작극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윤 교수의 추측에 의하면 올 지난 1월 곰팡이 오염으로 훼손된 6개의 줄기세포를 채워놓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 게다가 확립 중이었던 5개의 줄기세포마저도 "배양 단계였을 것"이라고 했다. 즉 논문에 게재된 11개의 줄기세포주 수를 맞추기 위해 자작극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윤 교수는 김선종 연구원의 자살기도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김 연구원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편두통이 심했는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11월 중순에 병원으로 실려간 것은 황우석 교수와 〈PD수첩〉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중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뒤 갑자기 쓰러진 탓"이라고 말했다. "그 당시에 내가 병원에 직접 문병을 갔기 때문에 정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자살 기도는 분명히 아니다"고 확언하기까지 했다.

윤 교수는 최근까지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했으며, < PD수첩 > 제보자에 의해 줄기세포 바꿔치기에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선>은 황우석의 '입'이었다
고비마다 황 교수 이해 철저 대변... 진실 규명 앞장서 막아
텍스트만보기   특별취재팀(news)   
▲ 조선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조선노보> 768호
'황우석 사태' 보도에 대한 언론사들의 반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도 노조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22일자 노보를 통해 황 교수 사건과 관련한 자사 보도를 점검했다. 조선노보는 "줄기세포는 없는 것 같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이 나온 지난 15일 밤 편집국의 분위기가 "(2002년) 대선 개표가 끝난 직후처럼 침울했다"고 전했다.

또 "황우석에게 휘둘렸다"는 비판론과 "사과해선 안 된다"는 옹호론을 나란히 소개하면서 대체로 비판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조선노보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대비해야 한다. 조선일보를 못마땅해 하는 세력들은 분명 이를 계기로 공격 강도를 높일 것이므로 내부적 결속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자사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것 같지만 자성이 아닌 내부단합이라는 전혀 엉뚱한, 하지만 늘 조선일보가 그래왔던 대로 사익위주의 결론으로 향하고 있다.

더욱이 '비판론'조차도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을 호도하고 있다. 조선노보가 소개한 내부 비판론은 "우리 신문의 보도태도는 심정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는 정도다. 만약 그 정도의 편향성이라면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일상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이고 굳이 여기서 짚을 필요는 없다.

이번 사태에서 조선일보는 심리적 편향성의 오류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사실추구를 적극적으로 왜곡하고 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조선일보가 터뜨린 수많은 특종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라기보다는 진실로 가는 길에 1차, 2차, 3차 바리케이드를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대가로 애국적인 매체로 스스로를 부각시키려 했다.

지난 5일자 조선일보를 보자. 이 신문은 "황우석 교수팀이 MBC PD수첩의 '협박·회유 취재'에 시달리는 사이 일본이 줄기세포 관련 분야에서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논문은 황 교수팀도 준비 중이었던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면서 마치 PD수첩이 황 박사팀의 발목을 잡아 일본에 선수를 빼앗긴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 보도 편향성의 오류에 빠진 정도가 아니었다

▲ <조선일보>의 "'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라는 제목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보도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조선일보의 취재원은 황 박사팀에서 논문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이 교수는 "우리가 10개를 했다면 일본팀은 5개를 한 수준"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최근 논란 때문에 손을 놓은 사이 일본이 좀 더 아래 단계의 저널에 발표해 김이 샜다"고 아쉬워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이 기사가 나가자 포털 사이트에서 '반 MBC'의 거센 광풍이 불었다.

조선일보가 지칭한 논문은 일본 오사카 부립대 연구팀이 자연교배로 얻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분자생식 및 발달'(Molecular Reproduction and Development)에 게재한 논문(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embryonic stem-like cells from canine blastocysts).

그러나 전세계 1천여개의 과학저널을 소개하는 '윌리인터사이언스'(www3.interscience.
wiley.com) 기사에 따르면, 이 논문은 이미 지난 5월 29일 제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분자생식 및 발달'은 8월 22일 이 논문을 채택했다.

MBC < PD수첩 >이 제보를 통해 황우석 박사의 난자매매 의혹 취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 6월경이기 때문에 황 박사 팀이 < PD수첩 >의 '협박 취재'에 시달리기 전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학술논문의 게재절차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쓸 수 없는 기사였고 논문의 진위논쟁을 황 박사팀에 대한 연구방해 논란으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족하다.

사흘 뒤인 지난 8일 조선일보는 또다른 '특종'을 낚아 올린다. "배아줄기세포 핵심 기술 보유자로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팀에 파견된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원 3명 중 일부 연구원의 미국 영주권 신청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 신문은 "영주권 신청이 구체화되어 받아들여질 경우 이들의 체미 기간이 장기화되고, 이 과정에서 복제 기술의 유출이 현실화돼 한미 간 '기술 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MBC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매국노' 수준으로 내려갔다.

기사가 그럴 듯했던 것이 황 교수팀 관계자뿐 아니라 국내 관계당국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 객관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 조선일보에 따르면 관계당국의 한 관계자도 "현재 미국에 파견된 세 연구원의 동향에 대해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미 영주권 신청 움직임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제인 더필드 피츠버그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 황우석 교수팀에서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연구팀에 파견된 한국인 연구원 3명의 미국 체류 신분에는 변화가 없으며 대학측이 이들에 대한 영주권 신속 처리를 요청한 적도 없다고 보도했다.

더필드 대변인은 또 피츠버그대가 현지 한국계 법무법인을 통해 한국인 연구원들의 영주권 신청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누구의 보도가 맞는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학 측은 그들의 체류신분이 'J1' 비자라고 확인했다. 보통 '방문교수나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에 발급되는 비자다. 이 비자 단계에서 바로 영주권 신청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H1' 취업비자를 받은 뒤 몇년이 지나야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황 교수팀 보호 위해 오보도 마다 않아

▲ <조선>의 12월 13일자. <조선>은 섀튼 교수와 안규리 교수가 통화한 내용을 받아 섀튼이 "300% 신뢰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날 섀튼 교수는 "논문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도 한국인 이민 전문변호사의 말을 인용, 황 박사팀에 속한 연구원들이라면 이 과정을 속성으로 밟아 1년 내에 영주권을 받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조선일보는 기사가 너무 앞서갔다고 판단했는지 한·미간 '줄기세포 기술 분쟁'의 최악의 국면으로 가지 않도록 한·미 당국이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흐름도 없지않아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모호하기 짝이 없는 표현을 통해 기사를 분식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추측일 뿐이다. 기사에서 한·미 당국이 나설지 모른다는 이 추측을 받쳐줄 어떤 근거도 없다. 이런 추측성 기사를 1면에 전진배치하면서 조선일보는 황 박사 논문의 진위논쟁을 국부 유출 논쟁으로 바꿔나갔다.

황 교수팀과의 직접적 접근이 가능했던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에도 10일 섀튼 교수가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이언스> 논문의 진정성을 300%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안 교수의 말을 인용, 섀튼 교수의 '300%'를 강조하며 "이렇게 했음에도 황 교수팀의 사이언스 논문의 진정성이 훼손될 경우 황 교수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섀튼 교수는 바로 이틀 뒤 황 교수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표시하면서 논문 철회를 <사이언스>에 요청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들은 섀튼 교수가 오락가락 한다고 섀튼 교수에 화살을 돌렸는데 이것은 안 교수의 전언 나아가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의 단독취재가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이 역시 황 박사의 논문 조작의혹에 대한 초점을 분산시키는데 톡톡히 역할을 한 기사다. 안 교수가 황 박사팀의 일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입을 통해 섀튼 박사의 말을 전하는 것은 처음부터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일이다.

조선일보는 21일에도 특종을 떠뜨리는데 "제럴드 섀튼 미 피츠버그대 교수가 황우석 교수에게 지난 9월 미화 20만달러(한화 약 2억원)의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익명의 서울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먼저 터뜨리는 대신 황 교수팀에 유리하게 이 사건을 끌고 나갔다. 돈을 주고 외국의 권위를 사려 했던 황 교수의 부도덕성보다는 섀튼 교수 요구의 과도함 쪽으로 논점을 몰고 갔다.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 황 교수를 궁지로 몰아넣은 섀튼 박사에 대한 반감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충천해 있던 차에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비난의 물꼬는 섀튼 쪽으로 터졌다.

조선일보는 이처럼 황 교수 쪽에 서서 사실을 추구하려는 시도를 육탄저지하는 대가로 황 교수로부터는 이례적인 대우를 받는다. 황 교수는 12월 들어 지금까지 공개 기자회견 이외 단 세 차례 개별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수혜자' 또는 '거래자'는 모두 조선일보였다.

황 교수의 세 차례 인터뷰, 수혜자는 모두 <조선>

▲ <조선> 12월 6일자 황우석 교수 인터뷰 기사.
지난 11월 24일 '눈물'의 기자회견 이후 지방으로 잠적했던 황 교수는 언론과 연락을 두절하고 침묵을 지켜오다 11일 만에 처음으로 조선일보에 입을 열었다. 당시 기사가 압권이다.

"모든 것을 아주 접고 싶었습니다…."
5일 오전 9시30분 어렵사리 연결된 휴대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황우석 교수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MBC PD수첩의 '협박취재'에 시달리다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세상이 싫다"는 말을 측근에게 남기고 지방 모처에서 칩거에 들어간 지 11일 만에 들려온 황 교수의 음성이었다.


황 교수가 인터뷰에 응해준 데 감격한 조선일보 기자는 쉽게 기자의 본분을 접었다.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국민들이 하루빨리 황 교수님이 연구실로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기자가 말을 건네자 황 교수의 음색은 어둡게 변했다. "내가 그동안 심신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목소리는 곧 '콜록콜록' 하는 기침 소리에 막혀 끊겼다. "몸이 이 상태라서, 몸살에 걸려서…."

'황 교수님'에게 몸살을 걸리게 한 < PD수첩 >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려는 의도였을까. '음색이 어둡게 변했다' '콜록콜록'과 같은 인터뷰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중간중간 집어넣는다. 기자가 인터뷰를 할 때 취재원의 건강을 확인하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기사가 다시 이어진다.

황 교수는 이어 한국에서 과학자로 살아가는 힘겨움을 토로했다. "이런 풍토에서 이런 과학이 무슨 희망이 있느냐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힘을 내시라"고 하자 황 교수는 "어찌됐든 상황이 이러니 기다려 주십시오. 상황이 사그라지고 과학을 과학으로 볼 수 있을 때(연구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기자는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게 아니었다. 마치 제자가 스승을 대하듯 위문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복귀를 재촉한다.

황 교수는 거듭 "이번주 중에는 복귀하시느냐"고 묻자 "조금 있다가 곧 뵙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황 교수는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7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수염을 깎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기자들이 병실 밖에서 황 교수의 말을 한마디라도 따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동안에 조선일보는 두 차례나 유유히 전화로 인터뷰를 한다.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는 없는 것 같다"는 발언이 알려진 직후 이에 대한 황 교수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을 때 조선일보는 황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이렇게 물었다.

"내 말을 국민에 알려달라" 황 교수 당부

▲ 12월 16일 <조선>은 황우석 교수와의 전화인터뷰 기사를 통해 "내 말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려달라"는 황 교수의 당부를 충실히 전달했다.
"노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해명해 달라." 이에 대한 황 박사의 답변은 조선일보와 자신의 음험한 거래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내 말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

그가 조선일보에게 원한 것은 그의 입장을 대변해 달라는 것이고 조선일보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단독 인터뷰의 기회를 계속 얻고 있었다. 나흘 뒤인 지난 19일 황 교수는 다시 조선일보에게 단독 인터뷰할 기회를 주며 2005년과 2004년 <사이언스> 제출 논문에 대한 과학계의 각종 의혹 제기 등에 대해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황 교수의 수상쩍은 관계는 제1단계인 난자기증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월 17일자에서 미국의 생명윤리사건 전문 법률회사 3곳에 연구원의 난자기증 논란에 대한 자문을 의뢰한 결과, 모두 연구원의 자발적인 난자기증이라면 법적·윤리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도 줄기세포 연구에서의 난자기증 등에 대한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명문화된 윤리지침이 2005년에야 확정됐기 때문에" 그 이전의 난자기증에 대해서는 소급력이 없다고 지극히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의 단독보도였다. 출처는 '서울대병원의 세계줄기세포허브 관계자.' 역시 황 교수팀의 내부자다. 황 교수팀은 이처럼 '중요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조선일보를 통해 먼저 흘렸다.

이처럼 박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조선일보 노보가 일부의 의견으로 지적한 것처럼 "심정적으로 치우친' 정도가 아니다. 한 언론이 얼마나 사회의 의사소통 과정을 중간에서 왜곡할 수 있는가를 그리고 왜곡을 통해서 얼마나 반사이익을 챙기려 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남을 것이다.

 

 

 

YTN과 <조선일보>는 어물쩍 넘어가선 안된다
[진중권 칼럼] '황우석 조작극' 가담한 언론의 난치병
텍스트만보기   진중권(angelus) 기자   
▲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과 관련해 23일 오후 대국민사과와 함께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황우석 박사의 논문은 예상대로 조작으로 드러났다. 황 박사의 성과가 세계적이었으니, 이 사태로 인한 망신도 국제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국민의 90%를 졸지에 바보로 만들어버린 황우석 해프닝. 21세기에 일어난 이 황당무계한 사태에 우리의 언론들은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언론, 대중을 선동하다

언론의 책임은 두 단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 단계는 < PD수첩 >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다. 이때만 해도 언론이 대중을 이끌었다. 즉, 황우석 박사가 이룩했다는 '위대한 업적'에 눈이 멀어, 그게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이때만 해도 황 박사를 의심할 근거가 없었으니 딱히 언론에 이 부분의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제 막 출발한 줄기세포연구가 당장 척추손상 환자들을 걷게라도 해줄 것인양 거짓 희망을 노래한 책임, 330조니 33조니 하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면서 이 연구의 가치를 부풀린 책임, 나아가 성과에 눈이 멀어 배아복제나 난자 채취에 따르는 윤리문제를 가볍게 처리한 책임은 오롯이 언론의 몫으로 남는다.

대중이 언론을 이끌어가다

후폭풍... 11월 26일자 <동아일보> 1면 보도. 11월 22일 < PD수첩 >의 황 교수 윤리 문제에 대한 비판 방송 이후 대중의 분노는 이상하게 황 박사가 아닌 MBC쪽을 향했고, 이 즈음 언론의 대중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 동아 PDF
두번째 단계는 < PD수첩 >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다. 이때부터는 거꾸로 대중이 언론을 이끌기 시작한다. 난자 채취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고, 황 박사는 그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런데도 대중의 분노는 이상하게 황 박사가 아닌 MBC쪽을 향했다. 이런 대중의 윤리적 도착증과 부조리한 행태를 자제시키기는커녕 언론은 이 부조리한 분노에 편승하기에 바빴다.

이미 논문의 진위에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언론이라면 중립적 위치에서 누가 참말을 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가려야 했다. 언론이 제 임무를 방기하고 일방적으로 황 박사의 편을 드는 사이,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은 '브릭'의 젊은 과학도들에게로 돌아갔다. 이들의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공론화한 매체는 <프레시안> 밖에 없었다.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인터넷 매체로는 <오마이뉴스>와 <업코리아> 정도가 비교적 공정성을 유지했고, 나머지 매체들은 온과 오프의 구별 없이 MBC의 살을 뜯어먹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일보>를 비롯한 마이너 신문들의 보도도 고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KBS와 SBS 역시 진실보다는 MBC 때리기를 은근히 즐기는 듯했다. 거국적으로 반성들 해야 한다.

YTN의 '공작'

▲ 지난 4일 YTN의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보도 화면.
ⓒ YTN TV 촬영
단연 고약했던 것은 YTN과 조선일보. 물론 YTN에서 MBC의 취재윤리 위반을 보도한 것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YTN의 취재 경위에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수상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김선종씨는 YTN 인터뷰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진술번복(?) 역시 황 박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밝혔다. 한마디로 YTN이야말로 황 박사와 손잡고 국민을 기만하기 위해 강압 취재를 한 셈이다.

YTN의 것은 '보도'가 아니었다. 보도를 하려 했다면, 김선종씨가 < PD수첩 >에서 한 발언의 진위를 꼼꼼히 따져봤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 PD수첩 >의 취재윤리 위반만 부각시켜 그것으로써 애초의 인터뷰에 담긴 실체적 진실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외려 덮으려 드는 것. 이것도 '보도'라 할 수 있을까?

조선일보의 '선동'

<조선일보>는 좀 다른 맥락에서 고약했다. 그들은 < PD수첩 >에 쏟아지는 분노의 파도를 타고 랄랄라 즐겁게 이념공세의 서핑을 했고, 그 결과 과학논문의 진위 논란이 졸지에 좌우의 이념대립이 되어 버렸다. <조선일보>의 공세는 MBC에 그치지 않았다. <한겨레>, <오마이뉴스>는 물론이고, 애먼 민주노동당과 과거의 운동권, 나아가 좌파 일반까지 표적으로 삼았다.

YTN과 <조선일보>의 것은 '보도'가 아니었다. YTN이 '공작'을 했다면, <조선일보>는 '선동'을 했다. 군중의 폭력에 영합한 다른 언론사도 책임이 있겠지만, 적어도 YTN과 <조선일보>만은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 두 매체는 국민을 기만하고, 이견을 가진 시민들을 음해한 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때문에 연구를 못한다?

"민주노동당 때문에 연구를 못 하겠다." 몇 달 전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민주노동당에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방해하고 있단다. 알고 보니 민주노동당에서는 이미 있는 자료를 비공개로 열람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뿐, 새로운 자료를 만들어 제시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이 정당한 요구를 <조선일보>는 '황우석 때리기'로 규정했다.

그때 <조선일보>의 매도가 없었다면, 황 박사에게 들러붙은 의혹들은 더 일찍 밝혀졌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에서 제기하는 의혹이 마음에 안들면, 취재를 통해 그 의혹의 진위를 밝힐 일. 하지만 <조선일보>는 해야 할 취재는 하지 않고 황우석 박사의 말만 옮겨 적었다. 취재를 안 한 것도 문제지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진실을 밝히려는 남의 노력까지 방해했다는 점이다.

PD는 PD다?

< PD수첩 > 사냥... < PD수첩 >을 강하게 비난하는 12월 6일자 <조선일보> A3면 보도. 하지만 결국 < PD수첩 >의 보도는 진실로 밝혀졌다.
ⓒ 조선 PDF
재미있는 것은 한학수 PD의 과거 전력을 들먹인 부분이다. 과거에 한 PD가 좌파 운동권의 PD계열에 속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학생 시절에 운동을 한 것과 제보를 받아 취재에 나선 것 사이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단 말인가? <조선일보>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에 운동권이었던 민주노동당과 연결되어 있다며, 황우석을 내세워 좌파와 진보 사냥에 나섰다.

'황교수 물고 늘어지고 PD 수첩 편들고... 민노당 도대체 왜?'라는 12월 8일자 <조선일보> 기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민노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황 교수 문제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이념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좌파들의 "이념"이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논문의 진위를 가리는 과학의 일상은 졸지에 이념적 사건이 되어버린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김대중 칼럼은 <조선일보>의 정치적 리비도다. 12월 6일자 칼럼의 첫 머리. "'황우석과 MBC PD수첩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MBC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는 사실이다." 공격은 이제 진보매체로까지 확장된다. 그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프레시안>을 차례로 도마에 올린다.

왜 그럴까? 물론 진보성향의 매체들을 씨잡아 매도함으로써 다가올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유리한 매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속셈이다. 더 황당한 것은 김대중씨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대목. "이런 것들이 '황우석 사태'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일반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왜 제 입으로도 "일반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그 짓을 하는가?

보통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

선동... 12월 6일자 <조선일보> A34면 '김대중 칼럼'. 이 글에서 김대중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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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야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문제는 이 칼럼의 제목. '보통사람들에 대한 마녀 사냥'. '마녀사냥'이란 다수가 소수에게 행하는 부당한 탄압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무엇인가? MBC가 보통사람들을 사냥한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보통사람들이 떼지어 MBC를 사냥하지 않았던가. 보통사람들에 의해 방송사의 광고가 모두 끊어지는 사태는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었고, 세상 어느 곳에서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설사 MBC가 제기한 의혹이 그릇된 것으로 밝혀져도 집단적으로 광고까지 중단시키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게다가 군중들이 PD의 가족사항을 게시판에 공개하고, 이견을 가진 사람들은 사마리아 땅 끝까지 쫓아가 폭언을 퍼붓고 공공연히 협박까지 가하는 게 어디 정상적인 상황인가? 그런데도 마녀사냥을 당한 것은 대중이란다. 이게 바로 <조선일보> 특유의 도착적 성취향이다.

'소폭' 지원하면서 '대폭' 지원도 하고

이랬던 조선일보가... 12월 7일자 <조선일보> A2면 보도. 이 신문은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정부는 올해에만 30억원을 지원했다"며 "예산만 소폭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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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변했다... 12월 19일자 <조선일보> A5면 보도. 불과 12일전인 7일 "예산만 소폭 지원"했다고 비판했던 이 신문은 이날 기사에서는 "황 교수의 연구는 정부예산 400억원이 지원된 국가적 프로젝트"였다며 황우석 사태에 대한 '정부책임론'을 들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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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역시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슬쩍 도망갈 때. 많은 이들이 <조선일보>의 도주로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슬쩍 발을 빼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노무현 정권에게 뒤집어씌우려 들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런 행태를 보이리라는 것은 종을 치면 침을 질질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의 행태만큼 명증한 사실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황우석이 잘 나갈 때는 야박한 정부가 황박사의 연구를 "소폭 지원"했다고 불평하더니, 황우석이 무너지는 듯하자 갑자기 멍청한 정부가 황우석을 "대폭 지원"해왔다고 말한다. '소폭'과 '대폭'은 논리적으로 서로 배척한다. 어떻게 소폭 지원이 동시에 대폭 지원이 된단 말인가? 논리를 초월한 이 심오함이야말로 <조선일보>의 두개골을 채우는 생명의 신비다.

줄기세포도 포기하다

언젠가 줄기세포의 비밀은 해명될지 모르나, A와 ~A가 동시에 성립하는 <조선일보>의 두개골 속 사정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언젠가 황우석 박사가 무덤에서 일어나 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하면, 이 분들의 뇌부터 치료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줄기세포가 환자 맞춤형이라니, 고민이다. 얼빠진 환자의 머리를 그대로 복제한 맞춤형 머리라고 어디 기능이 온전하겠는가.

결국 황 박사의 창작 시나리오대로 노성일 박사가 김선종 연구원을 시켜 미즈메디에서 확보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는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난다고 하니,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줄기세포가 모든 난치병을 치료해도, 이성과 합리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조선일보>의 뇌만큼은 영원히 난치병으로 남을 것인가?

사과가 익어가는 방식

용서? 사과는? 12월 24일자 <중앙일보> 31면 '중앙 포럼'. 이 글에서 이연홍 논설위원은 난데없이 "좌도 우를 용서하세요, 우도 좌를 용서하세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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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언론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겸허한 반성을 했다. 제일 먼저 <헤럴드경제>가 지면을 통해 독자에게 사과를 했다. 기계적 균형을 유지했던 <경향신문>은 자신들의 용기 없음을 반성했다. 방송사 중에서는 SBS가 국민을 오도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런데 황우석팀의 진실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YTN만은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계속 뺀질거린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조·중·동은 사과를 하는 방식도 변태적이다. 먼저 <조선일보>를 보자. <조선일보>는 스스로 반성을 하는 대신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이라는 웃지 못할 타이틀을 소유하고 있는 이화여대 유세경 교수를 내세웠다. 진실의 규명을 외면한 경마식 보도행태 등, 그의 지적에는 틀린 말이 없다. 하지만 유 교수는 정작 <조선일보>가 저지른 범죄적 행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황우석을 내세워 군중을 선동하고 좌파 사냥을 한 점. 이걸 뺀 반성은 반성이 아니다.

<중앙일보>의 변명은 실소를 자아낸다. 중앙포럼이라는 데에 실린 이연홍 칼럼에서 몇 구절 인용해 보자. "황우석도 노성일을 용서하세요. 노성일도 황우석을 용서하세요. … 좌도 우를 용서하세요. 우도 좌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용서받으세요.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나요. 우리 속의 하나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가 '하나'란다. 이거 읽고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여기에 대한 코멘트는 딱 한 줄이다. '이연홍씨, 웃기고 자빠지셨어요.'

황우석에게 준 인촌상을 슬쩍 취소하고, 부랴부랴 어린이용 황우석 위인전도 수거하고 있다는 <동아일보>. 아주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차원의 반성문 하나 올리고 대충 넘어갈 태세다. 정부도 잘못하고, 과학계도 잘못하고, 국민도 잘못하고, 언론도 잘못하는 와중에 <동아일보>라고 조금 잘못을 안 할 수는 없었다는 식이다. 여전히 "원천기술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황 박사의 후속논문은 <동아 사이언스>에서 실어주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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