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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먹을 것이 풍성하지 않던 시절에 냉이를 듬뿍 넣어 나물죽을 끓여 봄나물 씀바귀와 함께 맛난 만찬을 즐겼습니다. 씀바귀의 쓴맛은 입맛을 돋우어 주는 역할도 하는데 냉이를 듬뿍 넣고 끓인 나물죽을 달게 느끼게 하던 범인은 바로 배고픔과 씀바귀였나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냉이의 향긋한 향기만 가지고도 충분히 입맛을 찾을 수 있습니다. 냉이를 살짝 데쳐 고추장이나 된장을 넣고 버무린 후에 깨와 참기름 조금만 넣고 들깨 솔솔 뿌려놓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봄나물이 됩니다. 야채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은 것이 냉이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비타민A가 많아서 봄이면 까딱까딱 조는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냉이는 위와 장에 좋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냉이를 제채(齊寀)라 하여 약재로 쓴다고 하는데 약효는 지라(비장)를 실하게 하며, 이뇨, 지혈, 해독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냉이 뿌리에는 콜린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콜린성분은 간기능을 강화시켜주어 춘곤증을 예방하며, 눈을 밝게 한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든 주제로 삼고 소개를 하다 보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인 양 포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봄나물 냉이, 그것은 포장이 아니라 진짜 보약 중의 보약입니다. 그 보약이 고향의 밭둑과 논둑길에 봄똥 푸릇푸릇한 밭이나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줄기를 뒤로 하고 생생하게 올라오는 대파들 사이로 삐죽거리며 올라오고, 하얀 꽃을 피웁니다. 장에 나가면 하우스에서 나온 냉이도 판매하지만 향기가 덜합니다. 시골장이나 재래시장에 가서 할매들이 직접 캐온 봄나물 냉이, 그것에 진짜 냉이의 맛과 기운이 들어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가입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치장하는 데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속내를 가꾸는 일에는 별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일 때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겉과 속의 조화가 있는 성숙한 삶, 그런 삶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사람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봄이 오면 산과 들로 바구니를 들고 누님들과 나물을 하러 다녔습니다. 간혹은 삽을 들고 누님들을 따라다니다 냉이이파리의 흔적이 있는 언 땅을 파면 그 안에서 실한 냉이의 뿌리와 씀바귀의 뿌리가 나오곤 했습니다. 그 뿌리가 그 뿌리인 것 같은데 냉이의 뿌리에서 나는 향기만 맡아 보아도 척척 냉이뿌리와 씀바귀의 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답니다. 논두렁에서 냉이를 캐다가 "얘들아, 너무 깊이 파서 논두렁 무너뜨리지 말아라"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합창을 하듯 "예!"하고 대답을 하며 곱은 손 비벼가며 국숫발 같은 하얀 메꽃의 뿌리를 캐서 휘휘 씻어 씹으며 돌아오는 길,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깔깔거리고 행복해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뇌리 속에는 아련한 추억들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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