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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소를 깔본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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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소를 깔본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아침 6시 반에 1차 기상하여 큰 아이 학교 보내놓고, 잠시 쓰러졌다가 8시께에 둘째 학교 가는 거 보고, 다시금 남편 옆에 기대었다가는 9시께에 남편을 출근시킨다. 그런 후에 부시시 일어나 이부자리를 훌훌 털고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된통 크게 틀고 청소를 시작한다.

 

이런 일상들은 비단 나 혼자 만이 아닌 대한민국 주부들이 동시에 겪는 하루들일 것이다. 게다가 맞벌이 주부라치면 아마도 자신의 매무새 다듬는 데 최소 몇십분은 소비할 것이다. 나 역시도 오후쯤이면 식당에 나가기 위해 부시시해진 몰골을 가다듬는 게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내가 나가는 식당은 엄밀히 말해 남편이 경영하고 있는 숯불갈비집이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저녁 준비하기까지 조금은 쉴 틈이 있는 업종이다. 식당에는 접대하는 종업원이 둘에다 주방장에 찬모까지 식구가 여섯이나 된다. 그네들은 물론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지만 나나 내 남편에게는 소중하고 고마운 한 가족임에 틀림없다. 모두가 하나같이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해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식당 중에서도 가장 힘들다는 곳이 숯불갈비집이다. 손님들 비위를 일일이 맞춰줘야 함은 물론이며, 울다가도 뒤돌아서 미소를 보여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나 역시도 남편과 같이 일하면서 부부싸움으로 독설이 오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

 

하지만 그 모든 걸 돌이켜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지 않았나 싶다. 광우병 파동 이후로 고기 원가가 최소 40∼60% 이상이 뛰어버렸으니 말이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생삼겹살은 식당에서 구입하는 가격이 실로 놀라울 정도로 폭등했다. 그렇다고 쇠고기 가격은 내렸을까 절대 아니며 9월 하반기까지 업자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을 정도로 쇠고기 공급이 미비한 실정이다.

 

어떤 식당은 삼겹살을 팔지 않겠노라 하고 어떤 곳은 쇠고기 메뉴를 지워버렸다. 그렇다고 매정하게 고깃값을 인상할 수 있는가 서민을 상대로 하는 동네에서는 업주들이 서로들 눈치만 보고 있는 현실이다. 남편은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에게 차마 돼지고기 값을 못 올리겠노라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손님에 대한 한결같은 서비스 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달 전만 하더라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불판에 함께 얹으면 손님이 “소가 욕해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제는 돼지가 가격경쟁에서 소를 따라 잡으려 하고 있다. 손님이 소와 돼지를 함께 구우면 난 이렇게 너스레를 떨겠다. “돼지가 욕하려고 합니다.”

 

유시경/경기도 군포시 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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