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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요일이었다. 며칠째, 내가 더덕을 건드리지도 않고 있자 남편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더덕을 들고 주방으로
왔다. "왜? 오늘은 더덕을 직접 해주려고 그러나 봐?" "아니 내가 다듬어 주면 하기는 쉽잖아. 김장김치를 하도 오래 먹었더니 입맛도 없고, 아들도 왔는데 이거 해서 먹여 보내자." 그 더덕은 지난 명절에 동생이 보내 준 것이었다. 더덕반찬의 경우 직접 해먹으려면 다듬는 것이 쉽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남편이 다듬어 준다고 하니깐 해야지 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상한 것은 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맛있던 김장김치도 맛이 좀 달라진다. 또 겨우내 김장김치를 먹어 이쯤이면 입맛이 없어지기도 한다. 난 남편이 다듬어 놓은 더덕으로 저녁반찬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것이 습관이 되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그 습관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하다가 보면 깜빡 잊고 만다. 껍질을 벗긴 더덕의 윗부분은 대부분 두껍다. 그것을 그대로 요리하면 먹기가 나쁘다. 그것을 부엌칼 뒷부분으로 적당히 두드려 주면 얇아진다. 먹기에 더 편하고 좋게 하려고 칼로 다지면 더덕이 부서지기 쉽다.
맛을 본 아들은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인다. 남편도 맛을 본다면서 더덕을 집어 든다. "이러면 밥 맛 없지. 자 그러지 말고 이젠 앉아서 밥들 먹어." 밥상에 앉은 두 부자가 기다란 더덕을 하나씩 밥 위에 얹어놓고 먹는다. 더덕이 너무 긴 것 같기에 자르려고 하니깐 못 자르게 한다. 그대로 쭉쭉 잘라먹어야 더 맛있다면서. 넉넉히 한 더덕구이가 몽땅 동이 나고 말았다. 더덕 특유의 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취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설 명절에 해주었더라면 딸과 사위도 맛있게 잘 먹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면서 마음에 걸렸다. 난 잘 잰 더덕을 조금 남겨놓았다. 별식을 해 먹으면 딸과 사위가 늘 마음에 걸린다. 그 둘도 이 더덕구이를 맛있게 먹고 다가오는 봄맞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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