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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반찬 '꼬마 돈가스'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2. 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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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우리집 반찬, 꼬마 돈가스
한 입에 쏘옥 들어가서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텍스트만보기   이효연(happymc) 기자   
ⓒ 이효연
이제 다섯 살 난 딸아이는 요즘 들어 한창 나름으로 '입맛'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맛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알고 엄마에게 어떤 요리를 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많이 자랐다는 것이겠죠. 그런 딸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무척 흐뭇하긴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햄버거나 피자 같이 너무 기름진 음식이라든지 패스트푸드 종류에 입맛을 빼앗기지 않도록 꽤 신경을 써 왔건만 어느새, 정말이지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아이는 그런 음식들에 홀딱 반해버린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린 딸이 그 작은 입술을 움직이며 혀짧은 소리로 '엄마, 무엇 무엇을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안나, 뭐 먹을래? 엄마가 뭐 만들어줄까?"하고 물어보다가도 "햄버거, ○○○치킨"이란 대답이 나올 때면 저절로 눈을 흘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오는 대답은 뻔하지요. "안 돼. 다른 것 중에서 골라봐"라구요.

그때부터 다섯 살 짜리 딸아이와 엄마의 팽팽한 머리싸움은 시작됩니다. 대개 이러면 아이가 정말 배가 고프다면 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엄마를 흡족하게 만들어 줄 대답'을 만들게 됩니다. 볶음밥이나 딸기잼 샌드위치, 혹은 김밥 등이 주로 등장하지요. 그러니까 엄마가 흔쾌히 만들어 줄 법한, 솔직히 ○○○○햄버거나 ○○○치킨보다는 좀 맛이 덜한 메뉴지만 나름대로 차선책으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배가 불렀을 때'에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엄마의 "NO"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럼 그만두쇼'란 식으로 소파에 가서 벌렁 드러누워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디오를 보거나 하는 겁니다. 그건 바꿔 말해 햄버거나 피자, ○○○치킨은 배가 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는,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먹어줄 수 특별한 메뉴란 얘기입니다.

엄마로서는 아주 괘씸한 일이지요. 아이의 태도가 그럴 때면 저는 한두 번 머리를 더 굴려야 합니다. '정말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인지?'를 파악해야 하니까요.

'먹기 싫어하는 아이는 배고파서 찾아 먹을 때까지 그냥 굶기자'란 생각으로 대부분 저도 모른 척해 버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썩 가볍지만은 않더군요. 거의 매일 있는 아주 짧은 순간의 머리싸움 내지는 기싸움이 가끔은 피로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동시에 도대체 그 패스트푸드점의 메뉴들은 무슨 비결로 아이들 입맛을 빼앗아 간 것일까 정말 궁금하기도 하구요. 제 기억으로 아이에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사 준 것은 손꼽아 몇 번 되지 않는데 그 맛이 아이에게 그렇게 강한 매력으로 남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에게도 아이의 혀를 매료시킨 메뉴가 하나쯤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엄마표 꼬마 돈가스'입니다. 사실 제 입맛은 달콤한 소스를 흠뻑 뿌린 넓적한 '기사님 왕 돈가스' 쪽이지만 딸아이에게 '어필'하기 위해 하나씩 집어 먹기 쉽도록 고기를 손가락 길이로 잘게 썰어 튀기고, 무언가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맞춰주기 위해서 소스도 곁들이는 식으로 좀 변형을 시켜 봤습니다. 이름도 '꼬마 돈가스'라고 지어보구요.

'엄마표' 꼬마돈가스를 몇 개씩 튀겨서 상에 올리는 날이면 아이가 스스로 식탁에 와서 앉아 숟가락을 두드립니다. 그런 날은 밥 한 공기 수북하게 담아서 케첩과 함께 아이 앞에 내어주고 돌아서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요.

"앗싸! ○○○○햄버거, ○○○치킨, 오늘은 내가 이겼어."

빵가루를 입히는 과정까지 한 번에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되는 꼬마 돈가스, 같이 만들어 보실래요?

재료
돼지고기(쇠고기도 무방) 돈가스용 반 근 (손가락 길이로 썰어서)
고기 밑간용 소금, 후추, 소주 3큰술(맛술, 청주도 무방)
달걀 1-2개
카레 가루(1큰술)
빵가루 3-4컵
튀김용 기름 적당량
시판 돈가스 소스 혹은 토마토 케첩

만드는 법
1. 먼저 고기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서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넣어 둡니다.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밑간을 해둬야 간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맛이 좋아요.

ⓒ 이효연
2. 1의 고기에 달걀과 카레 가루를 풀어 넣어 잘 섞어 줍니다. 카레 가루를 넣어주면 돼지고기 냄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요. 카레향이 입맛을 돋워주기도 하구요.

ⓒ 이효연
3. 2의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줍니다. 빵가루는 좀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꼭꼭 눌러가며 꼼꼼하게 묻혀줍니다.

ⓒ 이효연
4. 빵가루 입히는 과정까지 마친 돈가스를 넉넉하게 준비해 플라스틱 통에 차곡차곡 냉동실에 넣어두면 전천후 반찬이 됩니다.
한 켜 올릴 때마다 비닐랩을 깔아주면 달라붙지 않습니다.

ⓒ 이효연
5. 빵가루 한 톨을 넣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올라올 정도로 기름을 끓인 후 겉이 노릇해지도록 두 번 튀겨내면 끝이에요. 커다란 크기의 돈가스보다는 튀기는 시간이 짧습니다. 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이효연
페이퍼 타월에 받쳐 기름을 뺀 후 커다란 접시에 밥, 야채와 함께 담아내면 먹기도 편하고 설거지도 편하죠. 돈가스 소스나 케첩에 양겨자를 첨가하면 맛이 더욱 좋습니다.

ⓒ 이효연

내가 '왕(王) 돈가스'를 좋아하는 이유
먹는 사람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만들어 줍니다
텍스트만보기   이효연(happymc) 기자   
▲ 접시가 모자랄 정도로 큼지막한 왕돈가스
ⓒ 이효연
어제 시장에 갔다가 딸아이가 하도 '통까츄(돈가스), 통까츄'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엉겁결에 돼지고기 안심 몇 장을 장바구니에 넣게 되었습니다. 반찬 투정을 하다가도 돈가스 몇 점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내는 딸아이 때문에 튀김요리를 즐겨 하지 않지만 가끔은 집에서 돈가스를 튀겨 먹게 되네요.

그런데 솔직히 어제는 딸아이의 성화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추억의 왕돈가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홍콩에서도 일식집에 가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돈가스 메뉴입니다만, 자그마하고 도톰한 돈가스를 손가락 길이로 잘라 소스에 찍어먹는 일본식 돈가스는 사실 별로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저는 쟁반만한 크기에 소스도 듬뿍 뿌려져 나오는 왕돈가스를 좋아합니다. 고기의 질과 맛으로 따지자면 일식 돈가스와 왕돈가스 중 어느 것이 우위일지 모르겠지만 바깥에서 외식을 할 때면 반드시 '본전' 생각을 하는 저로서는 일단 눈에 큼직하게 들어오는 요리에 한 표를 더 주게 되더군요.

홍콩에 오기 직전까지도 잘 갔던 식당 가운데 3500원이면 쟁반만한 크기의 돈가스에 칼국수까지 덤으로 줘서 먹다 먹다 지쳐 나오는 곳이 있었습니다.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두께의 돈가스며 언제나 만원인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 먹는 재미도 쏠쏠해서 주말에 출출할 때면 남편과 같이 가곤 했었죠.

곁들여서 나오는 희멀건 인스턴트 크림 스프도 이 돈가스와 같이 먹으면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습니다. 더불어서 남산 올라가는 길 중턱에 자리한, 택시 기사분들이 많이 찾는 돈가스 식당이나 성북동에 과기고 옆에 자리한 유명한 돈가스 식당도 자주 찾는 곳이었고요.

이런 왕돈가스를 만드는 식당의 메뉴란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 ○○○○정식 등 기껏해야 서너 가지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저는 메뉴 가짓수가 적어서 불편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낍니다.

외제차를 타고 온 사장님이나 팍팍한 근무시간 중 잠시 짬을 내서 점심 식사를 하러 온 노란 제복의 택시 기사나 양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똑같은 가격의 똑같은 돈가스를 '썰어가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일류 호텔의 고급 스프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도 이 왕돈가스를 먹을 때 만큼은 멀건 인스턴트 크림 스프 접시에 코를 들이대고 바닥이 보이도록 맛있게 먹습니다. 반을 자른 돈가스 고기에서 도톰한 속살이 안 보여도, 커다란 접시에 같이 담겨 나온 깍두기 국물이 돈가스를 적셔도 아무도 불평불만이 없습니다.

나이프와 포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냥 '푹' 포크에 찍어 입으로 한 입 두 입 베어 먹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편안함이 있어 더 맛있는 왕돈가스였습니다.

깨를 갈아 넣은 소스에 찍어 먹는 도톰한 두께의 고급 일식집 돈가스, 그 똑 부러지는 맛과 모양새에 비하면 고기의 품질도 떨어지고 곁들이 야채며 스프도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음식의 천국'이라는 홍콩에서 살면서도 아직 그 '왕돈가스'는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더욱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무언가 매력이 있긴 있나 봅니다. 도대체 그 '왕돈가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집에서 왕돈가스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찬장 속 커다란 접시를 찾느라 고기를 재울 때부터 마음이 바빴습니다.

<재료>

돈가스용 돼지고기(살코기) 3-4장
달걀 1개, 빵가루 3컵, 소금, 후추, 카레가루 약간, 튀김 기름 넉넉히, 토마토케첩 1컵, 우유 1/2컵, 물 1/2컵, 설탕 3큰술, 식초 1큰술, 하이라이스 분말 3큰술

▲ 고기를 충분히 두들겨서 얄팍하면서 커다란 크기로 만들어 주세요.
ⓒ 이효연
1. 칼등이나 고기 방망이로 두드려서 고기를 얇고 넓게 펴준 다음 소금, 후추, 카레가루, 맛술 등에 재워둡니다.

칼등으로 두드리고 손으로 쭉쭉 잡아 늘이면서 크게 만들어요.

▲ 빵가루를 충분히 준비해서 꼭꼭 눌러가며 옷을 입혀주세요.
ⓒ 이효연
2. 달걀과 빵가루를 각각 다른 그릇에 준비해 두고,

▲ 달걀은 흰 자와 노른 자가 고르게 섞이도록 잘 풀어주세요
ⓒ 이효연
3. 고기에 달걀 물을 입힌 다음,

▲ 빵가루를 입히면서 꼭꼭 눌러주면 고기의 크기가 더 커집니다.
ⓒ 이효연
4. 빵가루를 꼭꼭 눌러가며 입혀줍니다.

▲ 튀기기 전 모든 준비를 마쳐 두면 일이 수월해집니다.
ⓒ 이효연
5. 빵가루 입힌 고기를 접시에 가지런히 덜어 놓고 튀김 기름을 불에 올립니다.

▲ 오븐이 있다면 기름을 적게 먹는 튀김을 만들 수 있어요.
ⓒ 이효연
6. 오븐이 있을 경우 기름을 적게 들이면서 돈가스를 만들 수 있어요.

팬 바닥에 기름을 잘 펴 바른 후, 고기 표면(1개당)에 기름(샐러드유나 올리브유)을 1큰술 정도 발라줍니다.

180도에서 25분 정도 구워주다가 뒤집어서 200도에서 10분 정도 구워내면 노릇노릇 바삭바삭한 돈가스가 만들어집니다.

▲ 기름이 충분히 뜨거워졌을 때 돈가스를 튀겨야 합니다.
ⓒ 이효연
7. 튀김팬에 튀길 때에는 180도 정도(젓가락을 넣어 치이익 소리가 나거나 빵가루를 넣었을 때 금방 떠오를 정도)에서 겉이 노릇노릇해 질 때까지 3분-4분 튀겨줍니다.

▲ 곁들이로 야채를 준비하면 보기도 좋고 고른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어 좋지요.
ⓒ 이효연
8. 팬에 소스재료를 넣어 잘 저어 끓인 후 접시에 올린 돈가스에 뿌려내면 완성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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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우리집 반찬, 꼬마 돈가스
오늘은 홍콩에서 '왕 돈가스' 가게를 내 보면 어떨까 하는 농담을 남편과 주고 받았습니다. 지난 번에는 '생맥주 가게'였는데 오늘은 또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한류의 바람을 타고 '왕돈가스'며 '호프집' 등이 홍콩에서도 붐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멋대로 요리' 이효연의 홍콩 이야기 http://blog.empas.com/happymc
2005-11-16 21:1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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