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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햄버거나 피자 같이 너무 기름진 음식이라든지 패스트푸드 종류에 입맛을 빼앗기지 않도록 꽤 신경을 써 왔건만 어느새, 정말이지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아이는 그런 음식들에 홀딱 반해버린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린 딸이 그 작은 입술을 움직이며 혀짧은 소리로 '엄마, 무엇 무엇을 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안나, 뭐 먹을래? 엄마가 뭐 만들어줄까?"하고 물어보다가도 "햄버거, ○○○치킨"이란 대답이 나올 때면 저절로 눈을 흘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오는 대답은 뻔하지요. "안 돼. 다른 것 중에서 골라봐"라구요. 그때부터 다섯 살 짜리 딸아이와 엄마의 팽팽한 머리싸움은 시작됩니다. 대개 이러면 아이가 정말 배가 고프다면 제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엄마를 흡족하게 만들어 줄 대답'을 만들게 됩니다. 볶음밥이나 딸기잼 샌드위치, 혹은 김밥 등이 주로 등장하지요. 그러니까 엄마가 흔쾌히 만들어 줄 법한, 솔직히 ○○○○햄버거나 ○○○치킨보다는 좀 맛이 덜한 메뉴지만 나름대로 차선책으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마디로 '배가 불렀을 때'에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엄마의 "NO"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럼 그만두쇼'란 식으로 소파에 가서 벌렁 드러누워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디오를 보거나 하는 겁니다. 그건 바꿔 말해 햄버거나 피자, ○○○치킨은 배가 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는,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먹어줄 수 특별한 메뉴란 얘기입니다. 엄마로서는 아주 괘씸한 일이지요. 아이의 태도가 그럴 때면 저는 한두 번 머리를 더 굴려야 합니다. '정말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인지?'를 파악해야 하니까요. '먹기 싫어하는 아이는 배고파서 찾아 먹을 때까지 그냥 굶기자'란 생각으로 대부분 저도 모른 척해 버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썩 가볍지만은 않더군요. 거의 매일 있는 아주 짧은 순간의 머리싸움 내지는 기싸움이 가끔은 피로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동시에 도대체 그 패스트푸드점의 메뉴들은 무슨 비결로 아이들 입맛을 빼앗아 간 것일까 정말 궁금하기도 하구요. 제 기억으로 아이에게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사 준 것은 손꼽아 몇 번 되지 않는데 그 맛이 아이에게 그렇게 강한 매력으로 남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에게도 아이의 혀를 매료시킨 메뉴가 하나쯤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엄마표 꼬마 돈가스'입니다. 사실 제 입맛은 달콤한 소스를 흠뻑 뿌린 넓적한 '기사님 왕 돈가스' 쪽이지만 딸아이에게 '어필'하기 위해 하나씩 집어 먹기 쉽도록 고기를 손가락 길이로 잘게 썰어 튀기고, 무언가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맞춰주기 위해서 소스도 곁들이는 식으로 좀 변형을 시켜 봤습니다. 이름도 '꼬마 돈가스'라고 지어보구요. '엄마표' 꼬마돈가스를 몇 개씩 튀겨서 상에 올리는 날이면 아이가 스스로 식탁에 와서 앉아 숟가락을 두드립니다. 그런 날은 밥 한 공기 수북하게 담아서 케첩과 함께 아이 앞에 내어주고 돌아서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요. "앗싸! ○○○○햄버거, ○○○치킨, 오늘은 내가 이겼어." 빵가루를 입히는 과정까지 한 번에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되는 꼬마 돈가스, 같이 만들어 보실래요? 재료 돼지고기(쇠고기도 무방) 돈가스용 반 근 (손가락 길이로 썰어서) 고기 밑간용 소금, 후추, 소주 3큰술(맛술, 청주도 무방) 달걀 1-2개 카레 가루(1큰술) 빵가루 3-4컵 튀김용 기름 적당량 시판 돈가스 소스 혹은 토마토 케첩 만드는 법 1. 먼저 고기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서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넣어 둡니다.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밑간을 해둬야 간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맛이 좋아요.
한 켜 올릴 때마다 비닐랩을 깔아주면 달라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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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솔직히 어제는 딸아이의 성화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추억의 왕돈가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홍콩에서도 일식집에 가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돈가스 메뉴입니다만, 자그마하고 도톰한 돈가스를 손가락 길이로 잘라 소스에 찍어먹는 일본식 돈가스는 사실 별로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저는 쟁반만한 크기에 소스도 듬뿍 뿌려져 나오는 왕돈가스를 좋아합니다. 고기의 질과 맛으로 따지자면 일식 돈가스와 왕돈가스 중 어느 것이 우위일지 모르겠지만 바깥에서 외식을 할 때면 반드시 '본전' 생각을 하는 저로서는 일단 눈에 큼직하게 들어오는 요리에 한 표를 더 주게 되더군요. 홍콩에 오기 직전까지도 잘 갔던 식당 가운데 3500원이면 쟁반만한 크기의 돈가스에 칼국수까지 덤으로 줘서 먹다 먹다 지쳐 나오는 곳이 있었습니다. 뛰어난 맛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두께의 돈가스며 언제나 만원인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 먹는 재미도 쏠쏠해서 주말에 출출할 때면 남편과 같이 가곤 했었죠. 곁들여서 나오는 희멀건 인스턴트 크림 스프도 이 돈가스와 같이 먹으면 그렇게 맛날 수가 없었습니다. 더불어서 남산 올라가는 길 중턱에 자리한, 택시 기사분들이 많이 찾는 돈가스 식당이나 성북동에 과기고 옆에 자리한 유명한 돈가스 식당도 자주 찾는 곳이었고요. 이런 왕돈가스를 만드는 식당의 메뉴란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 ○○○○정식 등 기껏해야 서너 가지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저는 메뉴 가짓수가 적어서 불편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낍니다. 외제차를 타고 온 사장님이나 팍팍한 근무시간 중 잠시 짬을 내서 점심 식사를 하러 온 노란 제복의 택시 기사나 양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똑같은 가격의 똑같은 돈가스를 '썰어가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일류 호텔의 고급 스프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도 이 왕돈가스를 먹을 때 만큼은 멀건 인스턴트 크림 스프 접시에 코를 들이대고 바닥이 보이도록 맛있게 먹습니다. 반을 자른 돈가스 고기에서 도톰한 속살이 안 보여도, 커다란 접시에 같이 담겨 나온 깍두기 국물이 돈가스를 적셔도 아무도 불평불만이 없습니다. 나이프와 포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냥 '푹' 포크에 찍어 입으로 한 입 두 입 베어 먹어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편안함이 있어 더 맛있는 왕돈가스였습니다. 깨를 갈아 넣은 소스에 찍어 먹는 도톰한 두께의 고급 일식집 돈가스, 그 똑 부러지는 맛과 모양새에 비하면 고기의 품질도 떨어지고 곁들이 야채며 스프도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음식의 천국'이라는 홍콩에서 살면서도 아직 그 '왕돈가스'는 본 적이 없고 그래서 더욱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무언가 매력이 있긴 있나 봅니다. 도대체 그 '왕돈가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집에서 왕돈가스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찬장 속 커다란 접시를 찾느라 고기를 재울 때부터 마음이 바빴습니다. <재료> 돈가스용 돼지고기(살코기) 3-4장 달걀 1개, 빵가루 3컵, 소금, 후추, 카레가루 약간, 튀김 기름 넉넉히, 토마토케첩 1컵, 우유 1/2컵, 물 1/2컵, 설탕 3큰술, 식초 1큰술, 하이라이스 분말 3큰술
칼등으로 두드리고 손으로 쭉쭉 잡아 늘이면서 크게 만들어요.
팬 바닥에 기름을 잘 펴 바른 후, 고기 표면(1개당)에 기름(샐러드유나 올리브유)을 1큰술 정도 발라줍니다. 180도에서 25분 정도 구워주다가 뒤집어서 200도에서 10분 정도 구워내면 노릇노릇 바삭바삭한 돈가스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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