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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8일 밤 9시 10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직위해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8일 오후 동국대에서 자신의 '필화사건'의 의미에 대해 강연했다. 그러나 본래 예정됐던 천막강연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노골적 방해 때문에 이뤄지지 못해, 강의 장소를 옮기고 애초 예정 시간보다 뒤늦게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난달 동국대 이사회에서 직위해제된 강 교수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앞 광장에서 '한국사회 냉전성역 허물기'라는 주제로, '6·25는 통일전쟁' 발언과 만경대 필화 사건 등 국가보안법 관련 문제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었다. 천막강의는 '강정구 교수 탄압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가 학교측의 직위해제에 항의하고 사법처리에 반대하기 위해 마련한 것. 보수단체의 극성스런 방해... 학생들 때리기도
이들은 오후 3시께부터 강연 예정 장소 인근에 자리잡고 "숭북교수 강정구는 평양으로!", "직위해제자가 무슨 강의냐, 동국대는 강의를 막아달라!" 등의 구호를 확성기로 계속 외쳤다. 그뿐 아니라 오후 3시 30분과 4시 30분께에는 강연장의 학생들에게로 두어 차례 다가와 "친북교수 강의는 듣지 말고 빨리 가라"는 등 고함을 지르거나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몸싸움 중 학생들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강의 시작이 늦어지자, 학생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을 향해 "강의가 열릴 수 있게 해주세요" 등 구호를 외쳤다. 또 보수단체 회원들이 몸으로 밀고 들어오자 학생들은 "때리지 마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극성스런 방해 때문에 주최 측은 결국 오후 4시 50분께 동국관 306호로 강의장소를 옮겼다. 이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강 교수는 오후 5시께 강의실로 들어와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올해 3월에도 신입생 만날 기대에 가슴 설렜는데..."
오후 5시께 평상시에 강의하던 동국관 306호에 들어선 강 교수는 이같은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아래위 옅은 보라색 개량한복 차림으로 들어선 강 교수는 1시간 동안 자신이 겪은 필화 사건의 본질에 대해 강의했다. 강 교수는 "필화사건의 본질은 내 학문적 좌표인 냉전 성역 허물기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198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냉전과 분단에서 비롯된 허구적 이데올로기를 벗기고 역사적 진실을 추구한 것이 반민족적 기득권 세력의 정당성을 허물고 그들의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에 필화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1950년대에 평화통일론을 주창했다가 처형당한 죽산 조봉암 사례에서 드러나듯 반지성적·반학문적 분위기에서는 냉전 성역에 대한 정상적이고 학문적인 문제제기가 모두 이단·비정상으로 취급된다"며 자신도 마찬가지 경우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학문의 다양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국가가 허용하는 내용만 강요되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라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된 '6.25는 통일전쟁'론과 관련, "전쟁 성격을 전쟁 수행 주체의 목적에 따라 '학문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행 주체의 목적뿐 아니라 전쟁의 각 시기와 국면, 학문적 접근 방식 등에 따라 전쟁 성격은 다양하게 규정할 수 있는데 이를 억지로 하나의 의견으로만 강요하는 것은 "파시즘적인 획일주의"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어 '통일'전쟁이라는 표현의 주체를 북한으로 하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통일이란 개념은 분리됐던 것들이 합쳐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자본주의를 지향한 독일 통일은 통일이고 사회주의를 지향한 베트남 통일은 통일이 아니라는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미국과 북한, 이제는 객관적 실체를 봐야
강 교수는 그 사례로 미군 철수 주장과 관련, '자신이 북한의 주장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은 경우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2004년부터 나는 분단 60주년을 주한미군 철수 원년으로 삼자고 주장했는데 2005년 북한 정권의 신년사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한 뒤 "그런데 내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동조한 것처럼 몰아갔다"고 개탄했다. 이어 강 교수는 "(그렇게 따지면) 실제는 내가 북한에 동조한 게 아니라 북한이 내게 동조한 셈 아니냐"고 반어적으로 물었다. 강 교수는 필화 사건이 발생한 근원적인 배경에 북한과 미국을 객관적인 실체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편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미국에 대한 시각에서 핵심 문제는 '미국 예외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는 것"이라며 "전쟁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통일을 가로막으며 미선이·효순이를 죽이고도 발뺌한 미국의 행태를 보면 반미는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면 반일 정서,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면 반중 정서가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이어 강 교수는 '미국 예외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횡행하는 배경인 '주한미군불가피론'이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주한미군불가피론'을 지탱하는 북한의 전쟁위협론, 남한의 군사력 열세론, 동북아세력균형론, 경제실리론 등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강 교수의 주장. 특히 강 교수는 전쟁위협론과 관련, "한반도에는 냉전 시기에 3번, 탈냉전 시기에 8번 등 모두 11번의 전쟁 위기가 있었는데 이 중 9번이 미국에 의한 것이었다"며 미군이 '한반도 평화지킴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반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10만 양병 고민한 율곡... 한반도 전쟁위기에 적극 대비해야"
강 교수가 말하는 세 가지 전쟁 위기는 ▲작전계획 5027 등으로 대표되는 '단기적'인 미국의 대북침략전쟁 위기 ▲북한의 고사·붕괴를 위한 저강도 전쟁 ▲'전략적 유연성' 논의에서 드러났듯 주한미군이 본격적인 중국 견제용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비롯된 '제2의 청일전쟁' 위기다. 마지막으로 강 교수는 "소모적인 진통은 이번 내 사건을 제발 마지막으로 하고 앞으로는 화해와 통일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진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강의를 마쳤다. 강의가 끝난 뒤 시민사회단체 참석자들과 학생 등 50여명은 오후 6시부터 동국관 옆에서 직위해제 철회 및 사법처리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강정구 교수 탄압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보수단체의 방해와 상관없이 매주 1회 강연을 열 계획이다. 다음 주부터 한홍구(한국현대사) 성공회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차례로 나올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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