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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지독히 매워서 '맹랄'(猛辣)하다고 했다가 '마늘'로 변신한 큰 달래쯤으로 여겨도 되는 대산(大蒜)을 필두로 겉껍질이 가죽처럼 두터운 혁총(革蔥)이라는 파, 파의 자식처럼 가녀린 산과 들에 자라는 달래 자총(慈蔥), 난초처럼 촉을 밝히는 난총(蘭蔥) 부추까지 이 네 가지는 우리 음식에 기본이 되는지라 쉽게 알 수 있다.
단군조선 개국은 기원전 2333년이니 무려 2300년이라는 터울을 훌쩍 뛰어넘은 시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게다가 서기(西紀)를 더하면 4400년에 가까우니 참으로 오랜 역사 속에 파묻히고 말 미궁이 아닐 수 없다. 첫 의문에 대한 대안 논리 한 가지는 원산지인 지중해연안 이집트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래되었다는 가설이 있을 수 있다. 남쪽바다 배를 통한 전래와 비단길에서 쉼 없이 달려왔다는 가정인데 당시 지구의 중심지대를 거치지 않고 왔다면 필시 바닷길이 맞을 게다.
산채원(山菜園) 자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줄기를 따라 마늘의 할애비쯤으로 여겨도 전혀 손색이 없는 원조 마늘이 유사 이래 자생하고 있다. 이름하여 목숨을 이어주고 '명(命)을 담보한다'하여 '명이나물'이 된 산마늘이다.
하기야 고추(현재 고추가 전파된 때는 조선 후기 정조 다음 왕인 18세기 순조 때라는 것이 정설이다)가 들어오지도 않은 시기, 동북9성 변방 출신이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집안이 <용비어천가>와 전주(全州)에 영정을 모신 경기전을 도모하고 가계(家系)를 꿍꿍이가 뻔한 의도적 곡해를 위해 무슨 연고라도 있는 것처럼 지척인 순창에 가서 '고추장 맛이 최고'라며 역사 자체를 새로 쓴 사례에서 보듯 생활사마저 제멋대로 돌려치는 위정자 측근의 노력에는 실소를 금할 길 없다.
다만 우기자는 게 아니고 그 뿌리를 다시금 새겨보자는 취지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자 이젠 세속의 딱딱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깊숙한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길을 따라가 볼까나.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고 <다빈치코드>에나 나올 법한 은밀한 이야기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큰스님, 신선초 좀 드실 겁니까?" "무에? 됐어." "한번 드셔보시지요. 제가 지난봄에 골짜기로 들어가 열 댓 뿌리 캐와가지고서리 찌(장아찌)를 만들어 숨겨 놓았습니다." "뭘 그런 걸 다…. 이 늙은이가 먹어서 뭘 한다고?" "그래도 원기를 찾으셔야죠. 정진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됐대도."
신선초라? 풀은 풀인데 무슨 명약이기에 이런 대단한 이름을 붙였을꼬? 그 풀을 먹으면 마치 산양이 삼지구엽초-음양곽을 먹고 회춘을 하듯 신선이 되어 날아가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선재스님 신선초가 뭔데요?" "제가 암자에 머물 때 수도하며 본격 법문(法門)에 들 무렵인데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비밀을 캐려고 다그쳐 물었다. "스님, 신선초라는 게 따로 있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산마늘 있잖아요. 그게…." 약간은 말꼬리를 흐렸지만 큰스님께 그간 돌봐준 덕에 대한 보답으로 공양에 해당하는 진상품이 사실은 산마늘, 명이나물이라는 거다. 헛기침이 나올 뻔 했다. '그럼 그렇지, 스님들이라고 맛 좋은 걸 왜 모르겠어? 더구나 산마늘을 아는 사람 그리 흔치 않던가.' 절제도 나름이고 장아찌에 담갔으니 향은 일단 한 번은 걸러졌다. 게다가 세속의 유혹과 산사의 무욕에서 오락가락하는 풋내기 출가인이 아닌 바에야 먹은들 무슨 상심이 들까보냐. 먹어서 몸에 비축하고 있으니 사리(舍利)가 더 늘 뿐 욕심을 밖으로 내놓을 일도 없잖은가.
"若佛子。不得食五辛。大蒜, 革蔥, 慈蔥, 蘭蔥, 興渠。是 五種 一切食中不得食。若故食者。犯輕垢罪"라며 더러운 죄를 가볍게 범하게 됨을 경계하고 있다.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게 된다. 시방의 천신과 신선들이 다 떠나고 모든 아귀와 악귀들이 오신채를 먹은 입술을 빨고 핥을 것이다"고까지 했다.
사단칠정(四端七情) 가운데 기쁨(喜)과 사랑(愛) 그리고 욕망(欲)을 버리고 수행정진을 하는 데는 마약과 같은 존재이니 응당 멀리하여야 할 음식이 아니겠는가. 거꾸로 세인에겐 더 없는 사랑의 명약 구실을 톡톡히 한다는 뜻이니 과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먹어주면 되리라. 부추를 전라도에서 솔이라고 하는 건 솔잎처럼 가늘기에 부른 이름이고 지역마다 전구지 따위로 다르게 부르며 사랑을 한껏 받아왔다. 이제 한 가지가 남았다. 흥거(興渠)다. 영어로는 leek라고 하는데 설명은 다음과 같다. 지중해 연안 원산이며 채소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줄기는 파와 비슷해 굵고 연하며 희지만 길이가 짧다. 잎은 파보다 크지만 납작하고 중간이 꺾여서 늘어진다. 잎은 나비 5cm 정도이고 길이는 꽃줄기의 길이와 비슷하게 자란다. 2년째 여름에 1~2m 길이의 긴 꽃대가 나와서 그 끝에 공 모양의 분홍색의 큰 꽃송이가 핀다. 옛날에는 채소로 이용되었으나 수확량이 적어 많이 심지 않는다. 절화용 재배로는 10월에 알뿌리를 심었다가 꽃이 진 다음 건조시켜 저장한다.(이상 네이버 백과사전)
그렇다면 오신채에 빠진 양파를 먹어도 된다는 말일까? 아니다. 경전에서 언급한 오신채란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만이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해치는 것들에 대한 비유이니 마땅히 멀리하여야 맞다. 음식을 철저히 가리는 내 장모님이 그걸 웅변하고 있다. '대마초는 금하지 않았으니 먹어도 율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무릇 다섯 가지 나물이 기지개를 켜며 손짓을 하고 있다. 데쳐도 좋고 무쳐도 그만이다. 쌈으로 싸면 풋풋한 향기 더 진하다. 대충 전을 부치면 어떨까. 남거든 장아찌를 박아두면 두고두고 먹으리라. 알린이 풍부해서 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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