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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명약 오신채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4.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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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숨겨둔 신선초(神仙草) 드시래요'
[산나물을 찾아서 4] 사랑의 명약 오신채(五辛菜) 그 은밀한 비밀
텍스트만보기   김규환(kgh17) 기자   
▲ 맹랄한 마늘. 지금은 풋마늘이 나올 철입니다. 곧 마늘쫑을 보게 되고 모내기철엔 골목마다 "마늘 사시오" 하는 확성기 소리가 요란할 겁니다. 정진하기 위해 마늘을 먹지 않는 날을 정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 시골아이고향
오신채(五辛菜)는 뿌리가 백합(白合)처럼 생긴 같은 과(科) 소속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興渠)를 말한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 맵고 서양 사람들이 ‘냄새가 지랄 같다’는 동양 요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양념재료를 절간에선 먹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맛이 지독히 매워서 '맹랄'(猛辣)하다고 했다가 '마늘'로 변신한 큰 달래쯤으로 여겨도 되는 대산(大蒜)을 필두로 겉껍질이 가죽처럼 두터운 혁총(革蔥)이라는 파, 파의 자식처럼 가녀린 산과 들에 자라는 달래 자총(慈蔥), 난초처럼 촉을 밝히는 난총(蘭蔥) 부추까지 이 네 가지는 우리 음식에 기본이 되는지라 쉽게 알 수 있다.

▲ 봄 대파가 귀여워 쪽파로 오해할 수 있으나 진짜 겨울을 이겨낸 대파입니다. 향기가 최고이니 통째 다듬어 약간 데쳐서 초장이나 고춧가루를 넣고 무쳐서 드시면 춘곤증 걱정 없답니다.
ⓒ 시골아이고향
그런데 의아하게도 중국에 마늘이 전파된 것은 한 무제 때인 기원전 121년 경 장건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곧바로 두 가지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마늘이 중국에서 유래하였다는 기존 상식은 맞지 않는다는 건가?"와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단군조선 개국은 기원전 2333년이니 무려 2300년이라는 터울을 훌쩍 뛰어넘은 시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게다가 서기(西紀)를 더하면 4400년에 가까우니 참으로 오랜 역사 속에 파묻히고 말 미궁이 아닐 수 없다.

첫 의문에 대한 대안 논리 한 가지는 원산지인 지중해연안 이집트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래되었다는 가설이 있을 수 있다. 남쪽바다 배를 통한 전래와 비단길에서 쉼 없이 달려왔다는 가정인데 당시 지구의 중심지대를 거치지 않고 왔다면 필시 바닷길이 맞을 게다.

▲ 들에 나가 달래를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부추보다 더 가늘지만 향내는 따라오지 못합니다. 뿌리째 캐오시기 바랍니다. 달래 간장 하나 있으면 밥 두 그릇은 해치웁니다.
ⓒ 시골아이고향
마누라도 모르는 마늘에 대한 규명을 이런 식으로 하면 학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백두산천지에서 시작되어 지리산까지 우리 산천의 혈맥이자 뼈대인 백두대간을 제대로 모르고서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산채원(山菜園) 자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줄기를 따라 마늘의 할애비쯤으로 여겨도 전혀 손색이 없는 원조 마늘이 유사 이래 자생하고 있다. 이름하여 목숨을 이어주고 '명(命)을 담보한다'하여 '명이나물'이 된 산마늘이다.

▲ 부추가 봄비를 몇번 맞고 쏙쏙 올라왔습니다. 벌써 이 봄에도 먹어봤지요. 부르는 지역에 따라 이름도 다르니 맛 또한 차이가 있는 건 왜일까요?
ⓒ 시골아이고향
쑥마저 외부에서 전파되었다고 주장하면 논쟁 자체를 파투내고 싶다. 여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요즘 우리가 즐겨 먹는 마늘이 과연 단군 할아버지의 아버지격인 환웅이 드셨던 마늘인가 하는 점이다.

하기야 고추(현재 고추가 전파된 때는 조선 후기 정조 다음 왕인 18세기 순조 때라는 것이 정설이다)가 들어오지도 않은 시기, 동북9성 변방 출신이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집안이 <용비어천가>와 전주(全州)에 영정을 모신 경기전을 도모하고 가계(家系)를 꿍꿍이가 뻔한 의도적 곡해를 위해 무슨 연고라도 있는 것처럼 지척인 순창에 가서 '고추장 맛이 최고'라며 역사 자체를 새로 쓴 사례에서 보듯 생활사마저 제멋대로 돌려치는 위정자 측근의 노력에는 실소를 금할 길 없다.

▲ 엄지손가락 두배나 굵고 땅에 뭍히는 길이도 한 뼘이 넘는 오대산, 울릉도 두 곳에서 나는 산마늘(명이나물, 맹이) 뿌리입니다.
ⓒ 시골아이고향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명이나물 산마늘은 그 줄기를 따라 오랜 세월 나물로 있었으니 마늘 자체가 외래 도입이 결단코 아닌 신토불이 종(種)임이 틀림없다. 이도 아니면 그분이 드셔서 반만년의 역사를 이끌어온 조선의 강력한 힘이 된 마늘은 어찌 보면 '달룽개'라고 하는 '달래'라고 해도 반박할 자가 없을 지다.

다만 우기자는 게 아니고 그 뿌리를 다시금 새겨보자는 취지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자 이젠 세속의 딱딱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깊숙한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 길을 따라가 볼까나. 하루 이틀 이야기도 아니고 <다빈치코드>에나 나올 법한 은밀한 이야기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큰스님, 신선초 좀 드실 겁니까?"
"무에? 됐어."
"한번 드셔보시지요. 제가 지난봄에 골짜기로 들어가 열 댓 뿌리 캐와가지고서리 찌(장아찌)를 만들어 숨겨 놓았습니다."
"뭘 그런 걸 다…. 이 늙은이가 먹어서 뭘 한다고?"
"그래도 원기를 찾으셔야죠. 정진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됐대도."

▲ 산부추 종류도 서너 가지가 넘습니다. 굵은 게 아마도 무릇과 가장 가까울 겁니다. 무릇보다 조금 더 크고 오랜 동안 먹어왔던 산마늘이 흥거가 아닐까 싶네요.
ⓒ 시골아이고향
신선초(神仙草)는 무얼까? 잠시 길을 돌아가 보자. 스님들은 곡차(穀茶)를 즐긴다. 또한 술을 금기로 정한 한국 기독교인도 엄연히 술인 포도주를 해마다 정해진 날에 정기적으로 마신다.

신선초라? 풀은 풀인데 무슨 명약이기에 이런 대단한 이름을 붙였을꼬? 그 풀을 먹으면 마치 산양이 삼지구엽초-음양곽을 먹고 회춘을 하듯 신선이 되어 날아가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선재스님 신선초가 뭔데요?"
"제가 암자에 머물 때 수도하며 본격 법문(法門)에 들 무렵인데요…."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비밀을 캐려고 다그쳐 물었다.

"스님, 신선초라는 게 따로 있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산마늘 있잖아요. 그게…."

약간은 말꼬리를 흐렸지만 큰스님께 그간 돌봐준 덕에 대한 보답으로 공양에 해당하는 진상품이 사실은 산마늘, 명이나물이라는 거다. 헛기침이 나올 뻔 했다. '그럼 그렇지, 스님들이라고 맛 좋은 걸 왜 모르겠어? 더구나 산마늘을 아는 사람 그리 흔치 않던가.'

절제도 나름이고 장아찌에 담갔으니 향은 일단 한 번은 걸러졌다. 게다가 세속의 유혹과 산사의 무욕에서 오락가락하는 풋내기 출가인이 아닌 바에야 먹은들 무슨 상심이 들까보냐. 먹어서 몸에 비축하고 있으니 사리(舍利)가 더 늘 뿐 욕심을 밖으로 내놓을 일도 없잖은가.

▲ 양파는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킨다고 합니다. 중국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그들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도 병치레를 하지 않은 건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오신채엔 빠졌지만 양파도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 시골아이고향
오신채(五辛菜)를 금기, 금식하기를 선언한 최초의 경전은 <범망경(梵網經)> '노사나불 설 보살심지계품 제십(盧舍那佛說菩薩心地戒品 第十)'이다. 잠시 들여다보자.

"若佛子。不得食五辛。大蒜, 革蔥, 慈蔥, 蘭蔥, 興渠。是 五種 一切食中不得食。若故食者。犯輕垢罪"라며 더러운 죄를 가볍게 범하게 됨을 경계하고 있다.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게 된다. 시방의 천신과 신선들이 다 떠나고 모든 아귀와 악귀들이 오신채를 먹은 입술을 빨고 핥을 것이다"고까지 했다.

▲ 달래무침입니다. 매우면서 약간 쓰지만 코를 뻥 뚫어줍니다. 조금 달게 하면 거침없이 먹을 수 있답니다.
ⓒ 시골아이고향
오신채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금물이다. 마늘, 양파, 파, 부추, 달래 따위가 밥보다는 못하다는 뜻이다. 또 사촌뻘 되는 쪽파나 실파, 산부추면 어떤가. 요(要)는 피돌기를 촉진하여 잠자던 정력을 일깨우는 강장제(强壯劑)의 하나다 보니 야릇한 상상과 그 짓을 촉발하는데 조금 기여할 뿐이다.

사단칠정(四端七情) 가운데 기쁨(喜)과 사랑(愛) 그리고 욕망(欲)을 버리고 수행정진을 하는 데는 마약과 같은 존재이니 응당 멀리하여야 할 음식이 아니겠는가. 거꾸로 세인에겐 더 없는 사랑의 명약 구실을 톡톡히 한다는 뜻이니 과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먹어주면 되리라.

부추를 전라도에서 솔이라고 하는 건 솔잎처럼 가늘기에 부른 이름이고 지역마다 전구지 따위로 다르게 부르며 사랑을 한껏 받아왔다. 이제 한 가지가 남았다. 흥거(興渠)다. 영어로는 leek라고 하는데 설명은 다음과 같다.

지중해 연안 원산이며 채소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줄기는 파와 비슷해 굵고 연하며 희지만 길이가 짧다. 잎은 파보다 크지만 납작하고 중간이 꺾여서 늘어진다. 잎은 나비 5cm 정도이고 길이는 꽃줄기의 길이와 비슷하게 자란다.

2년째 여름에 1~2m 길이의 긴 꽃대가 나와서 그 끝에 공 모양의 분홍색의 큰 꽃송이가 핀다. 옛날에는 채소로 이용되었으나 수확량이 적어 많이 심지 않는다. 절화용 재배로는 10월에 알뿌리를 심었다가 꽃이 진 다음 건조시켜 저장한다.(이상 네이버 백과사전)

▲ 산마늘을 오대산 자락에선 신선초라고 합니다. 산마늘은 재배가 더뎌 쉬 만나기 힘들지만 평창군 봉평에 가서 "맹이장아찌 먹을 수 있는 집이 어딥니까?" 여쭤보면 드실 수 있습니다. 서걱서석 씹히는 맛과 그윽하게 빠져나오는 향기가 그만입니다.
ⓒ 시골아이고향
어떤 이는 '무릇'이라고도 하나 이는 산부추의 일종으로 흥거와는 차이가 있다. 흥거에 대한 위 영역에서 보듯 잎이 넓적한 점으로 보아 산마늘에 가깝지 않을까? 억측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중국 사람들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오신채에 빠진 양파를 먹어도 된다는 말일까? 아니다. 경전에서 언급한 오신채란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만이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해치는 것들에 대한 비유이니 마땅히 멀리하여야 맞다. 음식을 철저히 가리는 내 장모님이 그걸 웅변하고 있다. '대마초는 금하지 않았으니 먹어도 율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무릇 다섯 가지 나물이 기지개를 켜며 손짓을 하고 있다. 데쳐도 좋고 무쳐도 그만이다. 쌈으로 싸면 풋풋한 향기 더 진하다. 대충 전을 부치면 어떨까. 남거든 장아찌를 박아두면 두고두고 먹으리라. 알린이 풍부해서 아릴까?

▲ 횟집에 가면 쉬 만날 수 있는 쪽파 강회입니다. 초고추장에 찍으면 살아있는 땅기운을 느낄 수 있답니다.
ⓒ 시골아이고향
김규환 기자는 시골아이고향☜ 놀러가기을 만들고 있습니다.
곧 귀향하여 산채원(cafe.daum.net/sanchaewon)을 일궈 평생 직업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2006-04-16 16:0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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