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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가난하다고 베트남 여성 무시하나?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5. 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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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가난하다고 베트남 여성 무시하나"
베트남 현지 및 국내 시민사회 반발 확산... "베트남 국민에게 사과하라"
텍스트만보기   송민희(inhope) 기자   
▲ 베트남 처녀의 '맞선' 현장을 실은 <조선일보> 21자 신문. 신문에 실린 베트남 여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한 마디로 '한국에서 결혼이 어려운 한국 남성들도 적은 돈을 들여 젊은 베트남 여성들을 신부로 구할 수 있다'는 결혼정보회사의 광고와 다름없는 내용이다."

베트남 여성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가 국내 시민단체들 뿐 아니라 베트남 각계에서도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는 21일자에 게재된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국제결혼을 위한 베트남 여성의 '맞선 현장'을 자세히 묘사했다.

<조선>은 '부자나라의 부자신문'?

그러나 이 기사는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들을 '골라서 결혼식까지 치르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얼굴에서 시작한 카메라의 앵글은 전신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되풀이" "이국 땅 가는 게 낯설지만 가난을 탈출할 수 있으니" "에이즈검사~결혼식 이틀만에 전쟁 치르듯" 등 표현을 사용, 베트남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또 기사에 실린 '맞선 현장'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설명을 붙이기까지 했다.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 기사에 대해 각계 각층에서 분노가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베트남 유력지인 <뚜오이쩨> 편집위원회가 <조선일보>에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베트남 중앙당 위원이자 베트남여성연합 주석인 하 티 끼엣 여사도 여성연합회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 시민단체에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겠으며, 결혼중개업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의 공보담당관까지 나서 베트남 국민들에게 공식사과를 하고 <조선일보>와 담당기자에게도 공식사과를 요청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조선일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베트남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나와우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보도를 비판하며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나와우리'는 1999년부터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양민학살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노력한 단체다.

"베트남에 부끄럽다, 나라망신 그만 시켜라"

민언련도 28일 '저질 국제결혼 보도로 나라망신 시키지 마라'는 논평을 발표, <조선일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한편 베트남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논평에서 민언련은 "<조선일보>는 베트남 여성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남성에게 선택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존재'로 묘사, 베트남 여성은 물론 베트남 국민 모두에게 굴욕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다른 나라 국민의 자존심을 상처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 <조선일보>의 반인륜적 저질 상업주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기사에 소개된 여성들과 베트남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베트남 국민 뿐 아니라 한국민들에게도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인륜적 저질 보도로 한국 언론과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민언련은 "'스스로를 '부자나라의 부자신문'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여성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언론의 도덕성에 대한 세계 보편원칙을 무시한 것은 아니냐'는 베트남 신문 <뚜오이체>의 서한을 보며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민언련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조선일보>가 한국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양심 세력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고 온갖 왜곡보도로 '안티조선운동'까지 불러일으킨 신문이라는 점을 전한다"며 "앞으로 <조선일보>의 악의적 보도에 더 강력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선일보>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과 관련, 위헌소송을 제출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언련은 "지난해 <조선일보>가 새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내고는 틈만 나면 지면을 통해 두 법을 비난하는 왜곡과 궤변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기 위한 궤변을 만드는 데 쏟는 열정과 비용을 기사의 질을 높이는 데 쓴다면 <조선일보> 자신은 물론 한국민 전체를 부끄럽게 만드는 저질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6-04-28 17:34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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