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뼈 빠지게 농사짓다 몸살 났습니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6. 10. 00:08

본문

728x90
뼈 빠지게 농사짓다 몸살 났습니다
제 하루 노동시간은 평균 18시간 입니다
텍스트만보기   최영미(dudal102) 기자   
“먼 놈에 잠을 고로고 자... 언능 밥해!”

머리맡에서 신문을 뒤척이던 남편이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저를 깨우는 소리입니다. 새색시 적에는 단잠 깨우는 남편이 야속하고 미워 아침마다 툴툴거리면서 부부싸움 참 많이 했습니다만, 이젠 이골이 나 깨우지 않아도 잘 일어나곤 하는데, 어제 마지막 닷 마지 논 모내길 해서 그런지 너무 피곤해서 아이 방으로 건너가 방문을 잠그고 다시 누웠습니다.

“또 잔가...? 해가 중천이여!”

남편이 방문을 두드리며 재촉하는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니 온 삭신 쑤시고 결리고 살이 터질 것처럼 아프니 짜증나고 내가 이렇게 살다 지레 죽지 싶어 소릴 질렀지요.

“목마른 사람이 땅 판 것이여! 해 묵든가 말든가...”
“밥 심으로 산디 굶으라고?”

한 끼만 굶어도 숨 넘어 가는 남편 성화에 겨우 일어나 밥하는 사이에 남편은 이앙기를 깨끗이 닦아 창고에 들이고는 경운기에 오늘 작업할 도구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젯밤 먹다 남은 반찬으로 밥상을 대충 차려놓고 다시 자리에 누워 버렸습니다.

“언능 밥 묵고 매실 따야 헌디 왜 그러고 있어?”
“내가 기계여? 따든가 말든가...”
“아퍼서 그래? 일은 혼자 다 헌 것 같네.”

남편의 덧붙인 ‘일은 혼자 헌 것 같네’ 라는 서운한 한마디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쏟아부었습니다.

“앞으론 일 못해! 절대 안 해! 누굴 위해서 이러고 살아야 하는데? 나 밥 세 끼 먹자고 새벽부터 일어나 내 몸 부서져라 동동거리고 살어? 순자는(친구) 날마다 헬스장에 피부관리 받고 다닌다고 자랑이드만... 당신 땜에 한평생 이게 뭐냐고? 내가 당신 종이여 머슴이여?”

“글면 나는 네 끼 묵어? 돈 들어오면 다 챙김선... 나야말로 머슴이여...”

“그래 당신 말 잘했다. 그 돈으로 나 위해서 머 했는데? 한 푼이라도 나한테 쓴 거 있으면 말해봐!”

아침부터 한바탕 퍼붓는 제 말에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마디하더니 경운기를 몰고 나갔습니다. 꼼짝 할 수 없어 끙끙 앓다가 병원에 가니 너무 무리를 해서 몸살이 겹쳤으니 푹 쉬라며 주사 한 대 놓아주더군요.

이렇게 주사 맞고 약 기운으로 일하는데도 늘 제자리걸음이어서 더 힘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농산물 제값 받아 수고한 보람이 있을지 휴우~!!!

시골 사람들은 대부분 새벽 4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 해가 저물어서야 들어옵니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쉬는 시간이지만 여자들은 다릅니다. 밀린 빨래며 미처 치우지 못한 집안 청소에 저녁밥... 보통 밤 11시가 되어야 자리에 누우니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8시간은 된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남편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싶어 너무 미안했습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사는 부지런한 남편 덕에 큰 걱정 없이 사는데 말입니다.
2006-06-09 14:44
ⓒ 2006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