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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친환경 농산물 농장 방문기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0. 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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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구멍 있는 게 맛도 좋고 안전하다"
양평 친환경 농산물 농장 방문기
텍스트만보기   이민선(doule10) 기자   
가을 노래를 하루종일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이 깊어 가는 가을에 경기도 양평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을을 몸속 깊이 느끼기 위한 낭만적인 여행만은 아니었다. 양평은 물도 좋고 산도 좋다. 여기다 '친환경 농산물'로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9살 딸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학부모를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 유통센터와 농가를 직접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올해 학기초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자재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급식자재를 친환경 농산물로 교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학부모들이 아직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난 학교 운영위원이다. 그리고 급식자재를 친환경 농산물로 교체하자고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왔다.

교감, 교장 선생님의 배웅을 받으며 오전 9시 40분경게 출발했다. 일행은 학부모 30여명과 영양사 그리고 양평 유통사업단 경기남부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임승호 지사장 등이었다. 오전10시 35분 경에 양평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물류센터 입구에는 ‘물맑은 양평’ 이라는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인증서 있으면 믿으셔도 됩니다"

▲ 양평유통센터, 직원들이 채소를 포장하고 있다.
ⓒ 이민선
이곳은 농산물을 농가에게 받아서 포장하고 납품하고 있는 물류센터다. 흰 가운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채소 과일 등을 포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양평군 친환경 유통계 김 아무개 계장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이곳은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김 계장은 친환경 농산물과 유통센터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친환경 농산물이 비싸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평균 시세는 좀 비싸지만 반면에 등락폭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추가 귀하다고 해서 갑자기 몇 배씩 가격이 오르고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유통방식이 경매 방식이 아니고 소비자와 유통센터 그리고 농가가 동시에 계약하는 삼자 계약방식입니다. 때문에 가격이 들쑥날쑥 하는 일이 없을뿐더러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사고도 없습니다. 또한 생산자는 판로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마음놓고 농사일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 친환경 농산물만 취급한다는 것이 김 계장의 설명이다. 작년11월에 발족해서 농가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물류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양평에는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공장이 거의 없단다. 때문에 물 맑고 공기가 좋아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기에는 좋은 조건이다. 그에 반하여 주민들의 일자리는 부족한 편이다. 그 일자리를 유통센터가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에는 ‘무농약 농산물’ ‘유기 농산물’ 등의 인증서가 붙어 있었다. 무농약 농산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고 유기농산물은 3년 이상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다.

"인증서 있으면 믿으셔도 됩니다."

김 계장은 공무원들이 수시로 농가에 들러서 농약 등의 사용 여부를 검사하기 때문에 인증서가 있으면 일단 믿어도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곳에서 유통되는 농산물 중 74%정도는 양평에서 재배한 것이고 나머지는 전국의 친환경 농가를 통해서 조달하고 있다.

"양평에서 제초제 뿌리는 것 발견해서 신고하면 쌀10kg, 아니 20kg 드립니다."

물류센터에서부터 우리일행의 길잡이 역할을 해준 황남규(물류센터 학교급식팀) 팀장의 말이다. 무농약 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상징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니 믿음이 갔다. 양평은 몇 년 전부터 농약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벌레구멍 있어야 좋다"

▲ 농장'가을향기' 진입로
ⓒ 이민선
오전11시 50분 경에 '가을향기' 라는 이름의 한 농가를 방문했다. 농가의 풍경은 이름처럼 향기로웠다. 보기만 해도 정겨운 항아리가 마당 양쪽에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에는 통로로 사용하는 아치형의 구조물이 있었다. 통로에는 커다란 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속살을 드러낸 노란 유주가 수줍은 듯 숨어 있었다.

그림 같은 농가의 외벽에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농가’ 라고 쓰여진 인증서가 눈에 잘 띄게 붙어 있었다. 이 곳에서는 검증 받은 국내산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여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장을 담그고 직접 판매까지 하고 있었다. 마당 양쪽에 늘어서 있던 항아리는 그 장을 숙성시키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었다. 숙성 기간은 2년 정도 걸린다.

마당 한쪽에는 벼가 자리하고 있었다. 도정을 거쳐 쌀이 된다면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값이 비쌀 것이라고 했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우렁농법으로 재배했고 밥맛이 기가 막히게 좋기 때문에 가마니당 40만원정도 한다는 것이 농장주인 김영환씨의 설명이다.

▲ 장을 숙성시키는 항아리
ⓒ 이민선
▲ 장 만드는 가마솥
ⓒ 이민선
낮12시 50분경에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고기 한 점 들어있지 않은 채소와 나물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으로만 이루어진 식단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1시50분 경에 ‘솔애농장’을 방문했다. 그곳은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는 곳이다. 농장입구에는 ‘무농약 인증농가’라고 쓰여진 팻말이 있었다. 농장주인 임민배씨는 미리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연습을 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설명을 잘했다.

"채소는 벌레구멍이 있는 것이 맛도 좋고 안전합니다. 오히려 벌레구멍이 없으면 친환경 농산물이 아닙니다. 채소에 구멍이 났다고 항의를 받을 때면 참으로 답답합니다. 벌레가 좋아하는 채소가 사람에게도 좋고 맛도 좋은 것입니다."

임민배씨의 설명은 농장에서 풍겨오는 거름냄새 만큼이나 구수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밭에 거름을 뿌리고 난 후라서 냄새가 구수했다. 농장은 6000평 정도였고 시금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채소류를 재배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임민배씨가 가장 자신 있게 잘 기를수 있는 것이 시금치였다.

친환경 특구로 지정된 양평

▲ 용문산의 단풍
ⓒ 이민선
견학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올 때는 머릿속이 명쾌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친환경 우리 농산물로 이루어진 급식 재료를 써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하고 다녔었다.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 때도 얘기했고 시민단체 모임이 있을 때도 얘기했다.

값싼 외국농산물에 맞서서 우리의 농산물을 지켜내기 위해서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학교 급식재료로 사용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고 다녔었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재배 방법이나 유통경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한다는 것에는 그리 큰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농촌에서 태어나 농촌에서 성장기를 보내면서 늘 보아왔던 것이 농약 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무농약’ ‘유기농’이라는 것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든 농가에서 독성이 강한 농약을 사용하지 있지 않다’는 말을 듣고는 신뢰하게 되었다. 부근에 있는 모든 농가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해충을 잡으려고 한 농가에서 농약을 살포하면 부근에 있는 농가는 모두 비슷한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 농약을 살포하지 않은 곳으로 해충들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만약 혼자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으려 한다면 그 농부는 해충들에게 작물을 모두 빼앗길 것이다. 그러나 모든 농가에서 농약을 뿌리지 않는다면 혼자만 굳이 독한 농약을 뿌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양평군에 있는 농가중의 40%정도가 현재 친환경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양평군의 친환경 농가 비율이 높은 이유는 자치단체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줬기 때문이다. 11년 전부터 친환경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작년12월에 '친환경 특구'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양평의 농가와 유통센터를 둘러보면서 어렴풋이 알고있었던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서 기뻤다. 그리고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 커다란 소득이다. 이제 친환경 우리 농산물로 이루어진 학교 급식을 아이들에게 먹이자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을 것 같다.
10월26일(목)에 다녀왔습니다.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 예정
2006-10-29 12:34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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