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눈 오는 날에는 고구마와 싱건지가 제격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2. 22. 03:35

본문

728x90
눈 오는 날엔 고구마에 싱건지가 제격
텍스트만보기   김현(dasolsori) 기자   
▲ 마른 나뭇가지에 핀 설화
ⓒ 김현

밤새 많은 눈이 내려 나뭇가지, 자동차, 건물마다 두터운 솜털 옷을 입었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던 아이들이 "얘들아, 눈 왔다"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더니 창가로 달려간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걸 확인한 딸아이가 뭐가 그리 좋은지 베개와 쿠션을 천장을 향해 던지며 "야호! 눈이 왔다"하며 껑충껑충 뛴다.

기분이 한층 오른 아들 녀석은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자~꾸 자꾸 뿌려줍니다"를 눈꼽도 안 뗀 눈을 비비며 부른다.

   오늘의 브리핑
'희귀병' 앓는
아연이 위해
'아빠'가 달린다
대선 앞두고 어머니 생가 찾은 박근혜
"사학법이 사탄의 법이라구요?"
'못생긴 부처님' 한자리에 모였다
"왜 우파진영엔 '신해철'이 없는가"
그 많던 살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평당 300만원, 한 채당 3억 남겨"
조상빼앗기, 진실은 드러날 것인가
고대생들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반란군 수괴가 된 정벌군 대장 이성계
저리 좋을까 싶다. 평소에 '겨울인데도 눈도 안 오고, 눈도 안 오는 겨울이 무슨 겨울이냐' 푸념 아닌 푸념을 하던 아이들에게 이번 눈은 그저 신나고 즐거운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어른인 난 출근할 일이 은근히 걱정된다. 그래서 모처럼 눈꽃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잠시뿐이다.

허나 아이들은 눈이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해 한다. 급기야 집안에서의 흥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둘이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옷을 주섬주섬 찾아 입는다. 그러면서 엄마의 눈치를 슬금슬금 본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아이들의 낌새를 눈치 채고 한마디 한다.

"야, 너희들 아침도 안 먹고 어딜 가려고 옷 입어?"
"우리 배 안 고파. 안 먹을 거야."

엄마의 말에 두 녀석이 입을 맞춘 듯 동시에 말을 한다.

"그래도 밥 먹고 나가. 안 그러면 못 나간다."
"우리 배 하나도 안 고프다고. 그리고 우리 밥 먹는 사이 눈 다 녹으면 어떡해."
"눈이 녹긴 왜 녹아. 지금도 저렇게 오고 있는데. 암튼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치~! 저번에도 엄마 말 들었다가 다 녹아 하나도 못 놀았잖아. 그니까 쪼금만 놀다 올게. 아빠 놀아도 되지?"

ⓒ 김현

엄마하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안 아이들이 말을 돌려 내게 구원을 청한다. 아이들의 구원 요청에 눈을 씽긋 해주고는, "좋아서 그러는데 잠깐만 놀게 해. 얼마나 좋으면 밥도 안 먹고 나간다고 그러겠어. 너희들 조금만 놀다 와서 밥 먹어야 돼. 알았지?" 했더니 아들 녀석이 잽싸게 달려와 볼에 뽀뽀를 하고 간다.

"하하, 거 봐. 아이들 풀어주니까 뽀뽀까지 받잖아. 당신 샘나지."
"샘은 무슨 샘이 나. 하여튼 아이들 말이라면 무조건 오케이야. 버릇 잘못 들면 다 당신 책임인 줄 알아요. 너희들 30분만 놀다 와, 알았어?"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녀석은 옷을 챙겨 입고 '네!'하고 밖으로 나간다.

▲ 고구마
ⓒ 김현

아침을 먹고 밖에 나오니 몇몇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든다고 눈을 굴리거나 눈뭉치를 던지며 놀고 있다. 한쪽에선 유치원생쯤 되는 두 여자아이를 데리고 아빠가 눈싸움을 하고 있다. 나를 본 딸아이와 아들 녀석이 함께 눈싸움 하고 놀자며 눈뭉치를 던진다. 다른 아이들이 아빠와 눈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 부러웠나 보았다.

"아빠 금방 오니까 이따 놀게."
"아빠 끝나고 바로 와야 돼. 알았지?"

그리곤 저희들끼리 뭉치고 던지고 깔깔거리며 논다. 눈뭉치를 들고 낑낑대면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일을 마치고 12시 쯤 현관문을 들어서자 고구마의 구수한 냄새가 가득 밀려온다.

▲ 맛있겠죠
ⓒ 김현
"어, 이게 무슨 냄새야. 고구마 냄새잖아."
"응, 눈 오는 날엔 고구마가 제격이잖아. 글구 울 서방님이 좋아할 것 같아서 쪘지. 어때 나 잘했지?"
"역시 당신은 센스가 있어. 다 익었으면 빨리 가져와 봐. 냄새 죽여주는데."
"십분 정도 기다리면 다 익을 거야. 조금만 기다리세요 서방님."

10여분 후 아내가 쟁반 위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구마를 담아 가져온다. 그리곤 잠시 후에 동치미를 한 사발 가득 가져온다.

"아니, 이건 싱건지잖아. 어디서 났어?"
"어제 아침 동서가 가져왔어요. 맛이 잘 들었어."
"그래. 여기 대파도 있네. 싱건지 대파 맛이 끝내주는데…."

고구마 한 입 가득 넣고 파 줄기를 우적우적 씹어 먹는데 그 맛이 아주 새롭다.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그 싱건지 맛하고 똑 같았다.

▲ 동치미
ⓒ 김현

"야, 너희들도 먹어 봐. 고구마 위에 싱건지 올려놓고 먹으면 엄청 맛있어."
"아빠, 고구마는 김치랑 먹어야 맛있잖아."
"김치도 맛있지만 그건 열수 아래야. 싱건지와 먹는 건 비교도 안 돼. 엄마한테 물어봐라."
"엄마 정말 그래?"
"네가 직접 먹어보고 판단해. 맛있는지 맛없는지."

ⓒ 김현

엄마의 말에 아이들이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정신없이 먹기 시작한다. 천천히 먹으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고구마 한 쟁반에 동치미 두 사발이 게 눈 감추듯 없어진다. 국물까지 쓱싹쓱싹. 네 식구가 모두 배 잡고 두드리며 있는데 아들 녀석이 트림을 끄윽 하더니 불쑥 한마디 한다.

"엄마, 고구마엔 싱건지가 최고야 최고."

ⓒ 김현
관련
기사
2006-12-17 16:55
ⓒ 2006 OhmyNews

'요리조리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탕과 꼬막무침  (0) 2006.12.27
겨울의 별미 파김치  (0) 2006.12.24
꽈리고추 멸치 볶음  (0) 2006.12.22
해장국 이야기(상)  (0) 2006.12.18
굴의 진맛은 '향미'  (0) 2006.12.1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