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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2. 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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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모음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손은 아름답습니다
텍스트만보기   임윤수(zzzohmy) 기자   
▲ 22일 오전, 동지수박으로 널리 알려진 충북 진천 보탑사에서도 동지마기 기도가 있었습니다.
ⓒ 임윤수
잘 다듬어 꽃단장을 한 손은 아름답습니다. 쪽 곧은 손매에 거친 마디조차 없이 살결마저 곱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기 좋습니다. 촉촉한 피부에 싱그러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런 피부를 가진 손매라면 관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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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적으로 늘씬하거나 매끈하지는 못하더라도 값나가는 금은보석으로 가꾸고 치장을 한 손은 화려하거나 부티가 나기도합니다. 뿐만 아니라 궂은일일지언정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쑥쑥 들이미는 손들은 위대해 보입니다.

이런 손은 이래서 아름답고 저런 손은 저래서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런 손은 이래서 위대하거나 자랑스러울 수 있고, 저런 손은 저래서 자랑스럽거나 위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고 많은 손들 중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손은 역시 어머니의 손입니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느라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지고, 마디마디가 불거졌거나 굽어져 있어도 어머니들의 손은 위대하고도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위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손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손은 간절하게 뭔가를 기도하느라 가슴 앞에 모은 손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가족을 위해 두 손을 모은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임윤수
▲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손은 위대합니다.
ⓒ 임윤수
▲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은 어머니들의 기도는 애절하도록 지극합니다.
ⓒ 임윤수
두 손을 모으듯 정성을 모아 염원하며 뭔가를 기도합니다. 그 염원하는 것에는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사소한 기도도 있을 수 있고, 수험생 부모라면 자식이 좋은 성적을 얻게 해 달라는 기도일 것이며, 사업가의 아내라면 사업번창을 기도할 것입니다.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꿈꾸거나 소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어머니들의 지극한 손끝에 모아져 기도로 피어납니다.

동지수박으로 널리 알려진 보련산 보탑사에서도 동지마지 기도가 있었습니다. 충북 진천군 보련산 보탑사는 사월 초파일에 약사여래부처님 앞에 수박을 올려놓았다 동짓날 먹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수박은 심신을 괴롭게 하는 병을 낳게 해 준다는 입소문으로 동짓날이면 보탑사는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22일 오전, 이미 먹어 본 적이 있거나 소문으로 수박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일찌감치 법당 가득 모였습니다. 여느 절들처럼 사시가 되니 스님의 집례로 기도가 진행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기도는 어머니들의 손을 가슴으로 모으게 했고, 그렇게 모아진 어머니들의 손은 아름다운 연꽃송이처럼 법당 안에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어머니들의 마음이 이런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 임윤수
▲ 거칠고 손마디 툭툭 부러져 있지만 역시 기도하는 어머니의 손은 아름답습니다.
ⓒ 임윤수
어머니들은 보는 이의 가슴이 애처롭도록 진지한 모습으로 기도들을 합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꼿꼿한 자세로 간절한 뭔가를 열심히 기도합니다. 2시간쯤의 시간이 흐르도록 지극한 자세로 기도를 하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모락모락 향내 같은 수증기가 올라옵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정성의 지극함이 한겨울의 추위를 넘어 열기로 피어납니다.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수박 한쪽을 먹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 것이 걱정돼서 인지 스님께서는 수박보다 더 값지고 보약이 되는 것은 ‘자비심’임을 설법하십니다. 괴로워하는 사람을 위로하려는 마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자비심이며 그런 자비심이야 말로 심신의 고통을 덜어주는 명의의 명처방이란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 수박의 효능보다 이를 믿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더 위대할지도 모릅니다.
ⓒ 임윤수
애절하도록 가슴 앞에 모았던 두 손에 받아든 한 조각의 수박을 먹는 어머니들의 얼굴에서 온갖 시름을 다 잃은 듯 보이는 행복한 미소가 배어나옵니다. 설사 당신네가 먹은 그 수박의 효험이나 효능을 의학적으로는 입증하거나 설명할 수 없을 지라도 병을 낫게 해 줄 거라는 무한한 믿음과 행복해 하는 마음이 심신의 보약으로 만병통치의 발로가 될 것입니다.

비록 잘 다듬어지지도 않았고 엄청나게 값이 나가는 금은보석으로 치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온전한 믿음으로 가족을 위해 두 손을 가슴으로 모은 어머니들의 모습, 기도하는 모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 모습이 아닐 런지요.
2006-12-22 18:44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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