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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11일 창립 30주년 맞아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0. 1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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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함께한 30년, 고난... 행복했다"
[현장]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11일 창립 30주년 맞아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조호진/남소연(mindle21) 기자   
▲ 11일 저녁 한국언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주년 기념식장에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이돈명 변호사, 제임스 시노트 신부가 나란히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며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의구현사제단)'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가졌다. 11일 서울시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30주년 행사는 심포지엄에 이어 제임스 시노트(메리놀선교회·이하 시노트) 신부의 '인혁당 사건'을 증언한 책 <1975년 4월 9일> 출판기념회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 이돈명 변호사, 박형규 목사, 문영희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 인혁당 사건 희생자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씨 등 희생자 가족,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정연주 KBS 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미국의 케리 케네디 '로버트 케네디 기념인권센터' 설립자와 북한의 조선카톨릭교협회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문규현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저녁 6시부터 열린 기념식에서 "지난 30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민족과 민중에게 자신을 봉헌한 신부와 사제단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인간과 자연, 생명의 존엄성이 충만하고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사회, 민족통일의 희열을 느끼는 그날까지 사제단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이돈명 변호사는 "미흡하지만 이 정도라도 민주주의를 키우기 위해 민중세력들은 갇히고 매 맞았으며 그 중심에 정의구현사제단이 고락을 같이 했다"며 "사제단은 오늘보다 나은 민주주의, 모든 민중이 환호하고 감사를 느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헌신해주길 바란다"며 시대의 역할을 당부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이영교씨는 연단에 올라 시노트 신부를 향해 몇차례 감사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이씨는 "시노트 신부님은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국민들에게 외면 당한 저희들을 위해 항변하고 소리치다 유신정권에 의해 강제 추방 당했다"며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가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고 발표한 뒤 신부님이 한국에 오셨듯이 역사와 법의 정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장은 "긴급조치 1·2·3호가 발동된 가운데 민청학련, 인혁당 재건사건 구속자 가족들이 연일 신문사를 찾아와 조작사건이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신문과 방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75년 당시 동아일보 젊은 기자들이 고문사실을 폭로하자 박정희 정권이 동아일보 광고탄압이라는 패악을 저질렀고 경영진은 폭력배들을 동원해 기자들을 무더기로 내쫓았다"고 암흑의 시대를 되짚었다.

문 위원장은 또한 "동아일보 젊은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게 된 것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용기에 힘입었으며, 외롭게 투쟁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며 "기자들이 신문·방송제작을 거부하며 편집국에서 농성할 때 함께 동참한 신부님도 같이 쫓겨났다, 동아일보에서 쫓겨난 지 30주년이 되는 내년에 시노트 신부님과 조지 오글 목사님 등을 명예회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DJ "사제단, 남북교류에 앞장서달라"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1일 저녁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라며, 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보다 자주적이고 민족적인 해결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의구현사제단에게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헛벗은 사람에게 옷을, 감옥에 갇힌 사람에게 풀어주는 게 나에게 한 것이라고 예수께서 제자와 사람들에게 가르쳤다"며 "정의구현사제단과 시노트 신부님이야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실히 이행한 진정한 제자라고 생각한다"며 사제단과 시노트 신부에게 경의를 표했다.

또한 "인혁당 사건처럼 목숨을 빼앗기고 고문당했으며 가족과 친지들이 박해를 받으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빛나는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이제 큰 일은 민족의 통일이다"며 "한반도는 핵 문제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동맹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7천만 민족의 살아가는 한반도의 문제는 주인인 우리가 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민족적 해결을 강조했다.

케리 케네디(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딸·인권운동가) 여사는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인내와 저항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신부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최상의 카톨릭 정신의 실천"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사제단 신부님들은 한국의 민주화와 자유의 수호를 위하여 큰 희생의 대가를 치뤘다, 앞으로 더 큰 보람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북한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도 축하 메시지를 통해 "지난 기간 사회의 정의실현과 자주·민주·통일을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의 불의를 청산하고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민족공조로 자주통일을 앞당기는데 보다 큰 성과 있기를 바란다"고 남북교류를 위한 역할을 기대했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 독재정권과 싸웠던 30년

정의구현사제단은 거짓된 종교와 국가권력에 맞선 예수를 따르기 위해 30년을 독재정권과 싸웠다고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이들은 또한 독재정권에 박해받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과거사 청산과 민족화해와 일치, 세계평화를 위하여 더욱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은 30주년을 맞아 채택한 선언문에서 "70·80년대는 부도덕한 군인이 총칼로 정권을 찬탈하고 국민 모두에게 재갈을 물리고 노동자들을 기계부속품처럼 취급하며 영구집권을 획책한 때였다"며 "의롭고 순수한 청년·학생·시민들은 선거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불의한 정권에 맞서 '아니오'를 외쳤고, 기계 취급을 받았던 노동자들은 '우리도 사람이다'고 선언했다"며 고난의 세월을 되짚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또한 "지학순 주교의 석방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는 세상이 교회의 발판이며, 본래 선교사명과 구원의 핵심인 자유와 해방의 역사·사회·정치적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며 "70·80년대 고난의 현장과 의로운 민중들의 투신적 삶과 불의에 대한 항거가 우리 사제들의 스승이며 길잡이였다, 이 분들과 함께 한 지난 30년의 삶은 참으로 풍요로웠다"며 고난의 시절을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와 함께 "남북평화와 경제협력 실현에 저해가 되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성숙한 남북협력 시대정신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겨레의 미래를 위협하는 이 순간에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하여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시대적 역할을 다짐했다.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주년 기념식장에서 참석자들이 독재정권 탄압 시절 영상물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제임스 시노트 신부가 "1975년 4월 9일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날이며 인혁당 사건 희생자 가족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노트 신부는 "부시 미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미국은 (한국·제3세계·아랍권 등의)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으며 있었던 민주주의도 쉽게 없어질 수 있다"며 "대통령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전쟁을 하는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부끄러운 나라"라고 꼬집었다.

시노트 신부는 또한 "1975년 4월 9일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날이며 인혁당 사건 희생자 가족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다시는 그러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 사건을 알아야 하며 인혁당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하며, 민주화운동에 나선 용감한 여성들이 자신에게 진리를 알게 했다며 덧붙였다.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인혁당 사건을 증언한 책 <1975년 4월 9일>를 펴내면서 "목숨을 걸고 끝까지 거짓을 거부한 도예종, 서도원, 하재완, 송상진, 우홍선, 김용원, 이수병, 여정남 님을 가슴속에 모시며 이 책을 바친다"며 "여덟 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였으며 이것이 75년 전 생에 있어서 가장 아프고 슬픈 체험이었다"고 가슴 아파했다.

시노트 신부가 펴낸 <1975년 4월 9일>

이에 앞서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30주년의 성찰'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에서는 ▲서중석 역사문제연구소장(성균관대 교수)이 '역사학자가 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황종렬 한국 신학자가 '사제단 운동에 대한 신학적 성찰 - 민족사의 관점에서 본 의의와 과제 ▲공용태 한국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사제단 30년 활동의 정치적 평가' 등의 주제를 발표했다.

서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사제단은 박정희·유신체제의 사악함이나 전두환·신군부의 패륜적 일탈행위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며 "그러나 외부의 압력이나 탄압보다 현실 순응적인 일부 주교, 사제, 신자들의 직간접적 압력이나 방해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결과 가톨릭대사전에는 사제단의 활동 내용이 빠져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또한 "박정희 정권·전두환 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은 그들의 강한 권력이 부도덕과 불의, 부패한 권력이었다"며 "사제단은 흔들리지 않고 그러한 점을 비수로 정곡을 찌르듯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교회 안팎 모두가 양심과 정의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고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도덕적 힘의 우위를 평가했다.

황종렬씨는 "사제단 운동은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어두운 시대 가운데 한 시기로서, 불의한 독재 정권에 의하여 민중과 민족이 질문할 능력을 질식당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태동되었다"며 "사제단 운동은 우리의 이웃을 교회에 한정하지 않고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에게로, 갈라진 민족에게로, 인간중심주의에 의하여 착취당해 온 자연에로 확장시키는 단계로 발전해 갔다"고 의의를 강조했다.

공용태 연구원은 "1970년대 이후 진보적인 가톨릭교회의 사회 참여 활동의 역할을 재조정하여 사회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활동 이념의 정화를 과제로 갖게 되었다"며 "사제단은 이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적합성과 적시성을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사제단 이 갖고 있는 역사적·현실적 측면을 포괄하는 사회참여 활동과 신학적 논의를 전개할 수 있을 것"고 전망을 제시했다.

▲ 문규현 신부가 11일 저녁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30주년 기념식'에서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004/10/11 오후 9:3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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