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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표현을 (기사에)쓴 것은 맞는데 제가 직접 지어낸 말이 아니라 한 선수의 말을 옮긴 겁니다. "과도한 표현 같지만 거짓말도 아니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됐으니 우리를 '짐짝' 선수에서 벗어나게 해주면 됩니다." 기자는 지난 9월 11일 2004 아테네 패럴림픽(The Paralympics·장애인올림픽) 선수단이 24시간 꼬박 걸려 아테네에 도착한 것을 동행 취재했다. 이는 <우린 짐짝처럼 실려 아테네 입성했다-비장애인 '직항로' 장애인 '경유비행'>이란 제목으로 기사화 됐다. 대회 기간 중 선수들에게 기사 제목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짐짝 선수' 벗어나게 해달라" 이들이 원한 것은 단 하나, "자신들을 선수로 인정해 달라"는 것. 현재까지도 장애인 선수들을 '선수'로서 정의하고 있는 법규는 대한민국에 없다. 이는 이들에 대한 열악한 지원과 환경으로 이어졌다. 일반선수들이 직항로로 11시간 걸려 아테네에 입성했는데 자신들은 하루 걸렸다는 것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분노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국제대회를 더 열악한 환경에서 다녔기 때문. 다만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이후 25년 가까이 변하지 않는 현실이 싫었다. 이후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이들이 대회를 마친 뒤 정부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장애인체육에 대한 '선심'을 쓰기 시작했다. 장애인 체육 관련 법안 마련, 비장애인 선수들과 동등한 연금·수당, 훈련원 건립, 실업팀 육성 등 매일 새로운 내용들이 발표됐다. 하지만 정작 장애인 체육인 당사자들은 웃지 않았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결정 나지 않았기 때문. 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장애인 체육 업무를 문광부로 이전하는 것이 바로 그것. 그 동안 '복지부에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체육에 대한 마인드 부재, 재정 문제 등으로 장애인 체육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거의 모든 장애인 선수들의 생각이다. 패럴림픽 후폭풍은 '문광부 이전'을 희망적으로 보이게도 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광위와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문광부 이전'을 주장했고 청와대에서도 이에 대해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장애인체육진흥법제정추진연대, 장애인체육발전정책추진모임,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체육 문광부이관 추진연대'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장애인체육 주관단체)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이 중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다. 휠체어 육상 2관왕 홍석만 선수의 스승인 유희상 코치와 지난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진완 선수 등이 그들이다. 특히 유 코치는 '문광부로 이전될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며 각오을 다지고 있다. - 이렇게 점거 농성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농성에 들어가는 것에 어떤 명분이 있는지. "물론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인 걸 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혹시 문광부 이전이 안 될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외침이 공허하게 될까봐 그렇다. 우린 25년을 기다려왔다. 장애인 체육이 체육으로 인정받기만 기다려왔다. 그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정 선수는 흥분했다. 더구나 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공청회 발제 논문들이 모두 '문광부 이전만이 답이 아니다'는 논조였다는 것. "문광부 이전 흐름, 거스르지 말라!" 그들의 지적대로 25일 오후 2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프라자 B동에서 열린 '장애인체육진흥을 위한 공청회' 발제는 '문광부 이전을 절대선'으로 보지 않았다. 한민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장애인체육의 올바른 방향'이란 제목으로 "장애인체육이 안고있는 수많은 과제들이 문광부로의 이관만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고 주장했다. 성문종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애인체육진흥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과제'를 통해 "감정적으로만 해결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쟁취'란 글자가 새겨진 노란 띠를 머리에 두른 선수와 학생들이 '장애인체육, 복지부에서 문광부로 이전'을 주장하는 침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 중엔 아테네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던 선수들도 많았다. 보치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성현 선수, 양궁 동메달리스트 이화숙 선수, 사격의 이희정 선수, 테니스 이하걸, 곽동주, 홍영숙 선수 등 10여명이 그들. 대부분 문광부 이전을 찬성하는 가운데 두 발제자의 주장은 이들을 자극했다. 토론자로 나선 봉덕환 장애인선수협의회 정책위원(아테네 패럴림픽 역도 대표선수)은 "'재활이라는 캄캄한 터널을 20년 동안 기어 나왔다. 그것에 대한 평가 자리에서 또 다시 복지부에서 맡느냐 문광부에서 맡느냐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우리는 문광부에 가서 똑같이 체육인으로 대접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복지부에서 20여년 이상 체육 담당하면서 개선 노력했나? 복지부에서는 지금 선수가 몇 명인지 생활체육 인구가 몇 명인지 모른다. 13개 경기단체 중 자생력 있는 단체는 거의 없다. 짐짝처럼 아테네 간 현상이 왜 일어났나? 문광부 업무였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하루아침에 부처 이관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광부 이전을 결정한 뒤 시간을 충분히 두고 논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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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5 오후 10:32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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