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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천명의 투사를 만들었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1. 1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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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천명의 투사를 만들었다"
[현장] 김영길 위원장, 영상메시지 통해 파업종료 선언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박상규(comune) 기자   
▲ 전공노 김영길 위원장이 영상으로 파업 종료를 선언하며 18시 19시까지 업무 복귀 지침을 내렸다.
ⓒ2004 박상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사실은 처음부터 예상했다. 공무원노조의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14만 공무원노조원의 결사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서로 격려하며 투쟁의 깃발을 내리지 말자.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조합원에게 알린다.

하나. 17일 18시까지 모든 총파업을 종료한다.
하나. 18일 09시까지 모두 업무에 복귀한다.
하나. 총파업 종료 후 정부와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김영길 위원장, 업무 복귀 선언

▲ 한 집회 참가자가 눈을 감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04 박상규
경찰의 수배로 집회로 참가하지 못한 김영길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영상으로 '업무복귀'를 선언했다. 영상을 지켜본 300여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일시에 굳어졌다. 집회를 주관했던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17일 오후 3시부터 열린 '공무원노조 탄압하는 노무현 정부 규탄 결의대회'는 결국 '파업 정리집회'가 됐다. 이로써 15일부터 시작된 공무원노조의 파업투쟁은 3일 만에 끝났다.

처음 이날 집회는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측면 지원하는 성격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공무원노조 탄압하는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 "공무원도 노동자다, 노동3권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비난했다.

오종렬 공무원·교수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파업 참가 공무원들에게 해고의 협박을 하며 국민들에게 공무원노조를 혐오하게 만들었다"며 "파업 참가 공무원들에게 인권을 무시하고 탄압을 가하는 게 참여정부의 본질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표는 이어 "우리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일명 '철밥통'을 버리고 가시밭길, 불구덩이로 뛰어든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그 책임은 정부측의 논리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언론에 있다"고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지지한 이갑용 울산 동구청장과 이상범 울산 북구청장을 고발하겠다는 허성관 행자부 장관의 발언이야말로 불법"이라며 "중앙정부 인사가 지방자치 단체장을 고발하겠다는 발상은 지방자치제를 거스르는 위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수호 위원장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

김영길 전공노 위원장의 업무복귀 선언 이후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10분 넘게 정부 규탄발언을 쏟아냈다.

"89년 전교조 사태 이후 15년이 흘렀는데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지가 않았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피와 땀을 흘려가며 몸부림을 쳤는가. 15년 전과 다름없는 이 사회에 절망한다. 15년전 전교조 조합원은 일시에 1500여명이 짤렸다. 이번엔 3000여 명을 파면 해임한단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다."

이 위원장은 "89년 해직된 전교조 교사들은 길게는 1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싸워 복직을 쟁취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더 힘차고 강하게 투쟁할 때만이 공무원 노조를 세우고 공무원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고 외쳤다.

또한 이 위원장은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 없다"며 "이미 지침이 내려진 대로 26일 총파업을 힘있게 진행해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는 오후 4시30분경 마무리 됐다. 300여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소속 사람들은 "26일 총파업을 성사시키자"며 '파업가'를 부르며 해산했다.

"정부는 결국 3천명의 투사를 만들었다"
[인터뷰] 전공노 충남지부 정미현(25) 총무부장

- 파업이 3일만에 마무리 됐다. 현재 심정은?
"싸움이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어차피 길게 바라보고 시작한 싸움이었다. 파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겠다. 징계위에 회부된 많은 동지들 일로 앞으로도 계속 바쁠 것이다. 아프지만 참을 것이다."

-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인권을 무시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일들이 무척 많았다. 특히 파업을 막으려는 정부의 행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중풍을 앓고 있는 노부모에게 찾아가고, 가족들에게 협박하고, 가정에 있는 주부를 남편의 직장으로 불러내고…. 이런 모든 일들이 우리사회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 무척 힘들었다."

- 파업이 실패했던 원인은?
"우선 힘들게 시작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의 여론몰이도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 전공노 파업에 대해서 '왜?'라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원인을 따져 묻기 전에 토끼몰이 하듯 다그치는 언론보도를 지켜보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 향후 계획은?
"우선, 조직을 추스르고 징계위에 회부된 동지들 일을 처리해야 한다. 전교조처럼 긴 싸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결국 3천 명이 넘는 투사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2004/11/17 오후 7:3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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