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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한국도 다민족-다문화 국가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8. 30.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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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온 신부들은 왜 도망갈까
[김영호 칼럼] 한국도 다민족-다문화 국가, 그들을 보듬고 끌어안아야
 
김영호
 
 “베트남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란 커다란 글귀 아래 ‘국제결혼전문’이란 말과 함께 전화번화가 쓰여져 있다. 미국 국무부가 11일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 등장한 현수막 사진이다. 동남아 여성의 매매혼 실태를 고발하면서 그 증거로 공개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도로변에 국제결혼을 미끼로 하는 인신매매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비판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곳곳에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고 쓴 커다란 현수막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 ‘숫처녀 보장’, ‘재혼, 장애우 환영’, ‘경비 후불제’란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것은 노골적인 여성의 상품화이고 인간성 파괴를 말한다. 여성-인권단체들이 나서 문제 삼자 단속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그 따위 현수막이 한국사회의 야만성을 알리고 있을 것이다.  

 베트남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안다. IOM(국제이주기구) 하노이 사무소가 입수한 ‘여성연맹’의 자료가 인간상실을 말하고도 남는다. ‘처녀다’, ‘석 달 안에 당신 소유가 된다.’, ‘1년 안에 도망가면 교체를 보장한다.’, ‘정가제다’ 등 매매혼을 부추기는 광고내용이 그것이다. 현지언론 보도도 부정적이다. 그들이 굴욕적으로 살며 착취당하고 있다, 신부는 18세인데 신랑은 50-60대라는 내용 등이 주류를 이룬다.

 그들이 왜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에 오려고 할까? 한마디로 가난 때문이다. 더 잘 사는 나라로 시집가면 친정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랑이 잘 사니 일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에게 매달 돈을 붙일 수 있다”는 중매업자의 꾐에 넘어가는 것이다. 1960년대 이 나라의 농촌처녀들이 도시로 나가 공장에 취직해서 동생 학비 대고 가족을 돕던 어려웠던 시절과 다를 바 없다.  

 베트남 신부는 거의 메콩 델타의 농촌 출신이다. 다른 지역 출신도 늘어나는 추세이나 북부지역은 거의 없다. 학력은 90% 가량이 중학교 졸업이다. 그 일대는 1인당 1일 평균 수입이 1달러 수준으로 빈한하다. 연령은 잣 스무 살로 애 띄다. 평균 21세이나 그 중 10%는 18세라고 한다. 돈을 벌여야 하는 절박한 사정이 어린 그들을 소녀신부, 이주신부로 내몬다. 

 일자리를 얻으려 한국에 가기란 여간 어렵잖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취업이주는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한글과 기술을 배우려 학원에 다녀야 한다. 그 돈이 만만찮다. 관청을 찾아 수속절차를 밟을 때마다 브로커들이 끼어 뒷돈을 챙긴다. 현지에서는 출국까지 1만 달러는 족히 들어간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대학 나와도 취직이 하늘에 별 따기이나 한 달에 150달러를 벌까말까하니 여간 큰돈이 아니다. 그 까닭에 팔려가듯이 시집가는 길을 택한다. 

 막상 와보니 무지개의 나라가 아니다. 농촌이란 그 곳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온 식구가 농사일에 매달려야 한다. 시집도 생활이 윤택하지 않으니 친정 집을 도울 길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고국에 두고 온 식구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떠날 때는 보통 한 달에 100달러는 붙여 주리라고 마음을 먹는단다. 그것은 허사로 돌아가고 차별을 느끼며 갈등을 겪는다. 문화충격에다 신랑마저 엉뚱하다면 그 심정이 괴롭기 짝이 없을 것이다. 

 더러는 한국에 가면 그 길로 도망쳐서 돈을 벌겠다고 벼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아예 위장결혼을 작정하고 들어오는 것이다. 중매업자가 또 돈 뜯으려고 일자리가 있으니 나오라고 충동질도 한단다. 나오면 서로 소통도 되고 필요한 정보도 주고받는다. 허드레 일을 하더라도 안 먹고 안 입으면 한 달에 몇 백달러는 모을 수 있다. 송금을 도와주는 브로커가 있어 그것으로 불법체류가 들통날 일은 드물다.  

 한 두 시간 대면하고 결혼했으나 살면서 정들어 잘 사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가정만으로는 안 된다. 사회가 마음을 열고 태어난 곳을 등지고 낯선 땅에서 둥지를 틀려는 그들을 보듬고 끌어안아야 한다. 한국도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나가고 있다. 2003년에만 해도 1,522명에 불과하던 베트남 신부가 2005년 5,822명, 2006년 9,812명으로 크게 늘고 있다.

 그들도 포용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소통을 위한 관계망을 만들어 주고 고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줘서 정착하도록 돕자. 무엇보다도 사회가 베푸는 따뜻한 인간적 대우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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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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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 [11:53]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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