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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42일. 지난 7월 19일 가즈니주 카라바그의 카불-칸다하르간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사건은 23명 중 생존한 21명이 모두 풀려나면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국민들에게 안겨준 상처 또한 깊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아프간 피랍, 무엇을 남겼나' 기획 시리즈를 통해 '한국식 선교'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그 두 번째로 황규학 에클레시안 뉴스 대표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
이제까지 한국인들은 해외에서의 선원들 피랍이나 북한의 한국인 인질포로나 국군포로 등에 대해서 항시 안타까운 심정을 갖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석방에 대한 간절함을 갖고 있었다. 인질 사태에 대한 반감이 컸던 까닭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서 누구나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원했지만, 반감이 컸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교계와 샘물교회에 대한 비상식적 선교활동에 대한 반감이었다. 아프간사태가 있기 전에 한국교계는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많은 목회자들이 삭발까지 하면서 투쟁을 해, 사회로부터는 기득권 집착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국민의 70%가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했다. 그만큼 일반 국민들도 기독교 사학들의 부패를 알고 있었던 터이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는 사학법이 재개정되자 감사예배까지 드렸다. 그 다음에 연이어 터져 나온 것이 성직자 납세에 관한 문제였다. MBC에서는 <100분 토론>에서까지 그 문제를 다루었고, 다른 방송매체들도 앞을 다투어 종교인의 납세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한국교회는 목회자의 세습, 횡령, 성범죄, 현정권에 대한 친북용공의 색깔론 집회, 대형운동장에서의 세과시 집회, 교회재산쟁탈, 교회분쟁, 필리핀 선교사 성추행 문제 등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기독교가 사회에서 긍정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이미 부정적 기능을 하는 단체로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뉴라이트라는 정치단체에 참가해 특정인을 지지함으로써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상 주기를 부채질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모든 기독교의 부정적 요인들이 아프간 인질사태를 통해서 폭발하고 만 것이다. 샘물교회 봉사단원들은 선하고 순수한 의도로 출국했지만 사람들에게는 몰상식한 봉사단원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다. 그들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아프간 여행자제 경고문 앞에서 'V자' 첫 번째, 신학적인 문제가 있다. 보수교단일수록 국가와 교회, 정부와 교회를 이원화한다. 그들은 교회 밖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려하기 보다는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 나라를 만들려고 한다. 더군다나 보수교단일수록 현정부의 성향과는 동떨어져있다. 기독교계에 의하면, 현정부는 좌파정부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좌파정부의 조언이나 코멘트는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삭발을 해서라도 대항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정부의 아프간 출국금지 권고는 하나님 나라를 만드려는 선교의 열정 때문에 들리지를 않았던 것이다. 한민족복지재단측도 자제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단원들은 인천공항에서 아프간 여행자제 경고문 앞에서 보란 듯이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권위만 존중하고 정부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이다. 정부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정부와 교회를 이원화하는 근본주의 신학에서 우러나온 신학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교회헌법적인 문제이다. 박은조 목사의 샘물교회는 고신교단임에도 불구하고 고신교단 출신이 아닌 목회자들이 많이 사역하고 있다. 배형규 목사는 예장 통합측에 소속된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고신교단에서 청목(transfer : 타교단에서 일하기 위해 해당 교단의 신학교에서 1년 동안 공부하는 것)도 하지 않은 채, 부목사로서 활동했다. 그의 삶과 헌신은 훌륭했지만 그의 교회법적인 활동은 문제가 있었다. 샘물교회에서 부목사로 활동하려면 고신교단의 수도남노회에서 부목사로 인준을 거쳐야 했다. 그는 예장 통합 제주노회 소속이지만 한민족복지재단의 전도목사로 있으면서 실제로는 샘물교회의 부목사로 활동을 했다. 샘물교회는 교단의 통제하에 있지 않은 교회이다. 이 면에 있어서는 노회(교단의 장로회)도 책임을 져야 한다.
세 번째, 안전불감증의 문제가 있었다. 이번 봉사단원 중에는 건강상 가서는 안 될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단원들 중에는 갑상선 암에 걸린 사람, 허리 부상이 있는 사람, 폐병을 앓은 병력이 있는 사람 등 치명적인 병을 갖고 있으면서도 무리하게 출국하게 한 것이다. 그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출국시킨 것이다. 실제로 인질로 잡혀있을 때 그들은 가장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현지에서도 관행에 입각하여 경호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버스를 타고 소위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지역에 들어섰다. 위험한 지역을 믿음만 가지고 가다가 인질로 잡히게 된 것이다. 샘물교회측은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지역은 분명 탈레반이 우글거리는 블랙지역이었다. 뿐만 아니라 심성민씨의 아버지도 말하듯, 적어도 교회측은 아프가니스탄에 간다고 부모들에게 통고라도 해야 하는데 사소한 것조차 결례했다. 사실상 서구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것들이다. 네 번째는 선교학적인 문제가 있다. 샘물교회는 소위 셀교회식의 '목장'(일종의 소공동체)을 운영하면서 각 목장이 선교사 한 명씩을 지원한다. 그리고 예배 때마다 목장대표들이 선교에 대한 보고를 하기도 한다. 교회 전체의 분위기는 해외선교 지향적이다. 이것은 서구교단과는 달리 교단에서 파송하는 것보다 주로 개교회 중심적이다. 한국식 선교이다. 서구식 선교는 개교회(일반 교회)에서 보내는 것보다 노회나 총회(각교단 장로회가 모두 모인 조직 - 교회법을 입법하거나 교단 정책을 결정함)라는 단체를 통해서 파송한다. 그리고 서구기독교인들은 무조건 보내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들의 안전, 선교사 자녀들의 교육 등 후생복지에 먼저 신경을 쓴다. 그래서 한국인 선교사자녀들은 대부분이 외국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보낸다. 따라서 이제 선교사는 개교회보다 노회, 총회가 파송하는 형태로 가야한다. 피랍, 잘못된 단기 선교 관행에서 비롯된 인재 특히 단기선교나 봉사활동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집단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없어진다. 따라서 이번 선교에서 나타난 아프간 인질사건은 하나님의 계시와 섭리로 치부하기에는 샘물교회측의 실수가 너무 많다.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다. 선교의 열정은 중요하지만 상식의 선교를 추구하지 못했다. 그것은 아프간 선교자제 경고 앞에서 V자를 그리면 사진을 찍은 단원들에게서 발견된다. 따라서 이번 인질이 석방되어 국내에 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사지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서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한다. 그러나 샘물교회측은 보다 신중하고 말을 아껴야 한다. 다시 아프간 선교나 이슬람권 선교를 부추키지 않도록 하고, 선교란 개념을 달리해서 땅끝까지 이르는 선교 이외에 그 열정으로 국내선교에 투자하는 것과 현지 사람을 국내로 불러들여 지도자화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샘물교회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 10여 년 동안 아프간 봉사활동에 공들였던 다른 NGO의 철수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어설픈 선교가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했다. 샘물교회 봉사단원들 역시 석방된 것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간증을 하거나 하나님의 축복이니 은혜이니 운운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박은조 목사 역시 선교의 열정을 부추키는 것보다 선교정책의 전면적인 재조정을 먼저 서두르고, 교회의 언어가 교회 밖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언어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또 다른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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