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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민들레 장애인 야학, 길바닥으로 쫓겨나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9. 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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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민들레 장애인 야학, 길바닥으로 쫓겨나
미등록단체란 이유로 시,구청 지원 거부,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까지
 
위드뉴스
 
인천에 사는 장애인의 배움의 공간인 민들레 장애인야학이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건물주가 8월 말까지 사무실을 비우라는 명령을 내렸고 다른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공간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천 민들레 장애인야학의 수업모습 ⓒ인천 민들레 장애인야학
작년 8월 문을 연 민들레 장애인야학은 현재 15명의 학생과 16명의 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협소한 공간 때문에 입학하지 못한 학생도 10여명에 이른다.

"아직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9월달까지만 봐 달라고 건물주에게 요청하고 있어요." 박길연 대표가 말하는 민들레 장애인야학의 현실이다.

미등록단체라 지원 거부, 장애인이라고 입주 거부

사무실을 구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재정. 민들레 장애인야학은 창립할 때 다녔던 장애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지원금으로 운영해왔다.

"학생들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도 포함되어 있는데 자신들도 어려우면서 야학을 위해 지원금을 내고 있어요. 참 고맙죠."

올 2월부터 8월까지는 행동하는 의사회에서 월 20만원씩 지원금을 받았다. 이게 야학의 수익 전부다. 사무실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두 번째 이유는 시·구청과 교육청의 지원이 없었다는 것. 민들레 장애인야학은 이들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미등록단체라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했다.

"교육청에 갔더니 미등록단체라는 것과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곤란하다고 했어요. 일단 야학이란 걸 인정한다면서 시청에서 해결하라고 하더군요."

계양구청에서 주최한 사회복지 박람회에 참가했지만 구청측은 이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시청에도 요청을 했지만 시청측은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있어서..."라는 말로 지원을 거절했다.

"부평의 한 장애인야학은 미등록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구청에 이 사실을 알려줬더니 확인해 보겠다고 하더군요. 며칠 뒤에 전화가 왔는데 '그런 사실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자료도 다 가지고 있는데..."

박 대표는 현재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한다고 밝혔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1년간의 실적이 있어야한다는데 저희가 상근비를 주고 하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이 따로 없어요. 그게 문제죠."

세 번째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 장애인야학을 자신들의 건물에 만들기를 꺼려하는 건물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온다니까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심지어 어떤 건물주는 '딸이 이번에 시집을 가는데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말까지 했어요."

그래도 민들레는 피어난다

박 대표는 야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걱정이 제일 크다.

"많이 심란해하죠. 잠도 못 자고 악몽을 꿨다는 학생도 있었어요. 이렇게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고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올까요?"

거듭되는 악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민들레 장애인야학을 중단할 수 없다는 박 대표의 뜻은 단호했다. 행복한 장애인의 표정으로 가득찼던 야학. 비바람이 몰아치지만 민들레는 다시 한 번 꽃을 피우려한다.

"중단하면 안 되죠. 배울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학생들, 10년간 시설에 있다가 야학을 통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학생들, 공간이 협소해서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왔던 학생들, 그들을 위해서라도 야학은 중단할 수 없어요." /
임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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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01:49]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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