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추석이 다가올수록 한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사장은 도망가고…월급은 떼이고…
최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점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의 문제점들이 언론을 통해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이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들이다.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고 나서야 떠드는 것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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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 전남 영암에서는 여전히 철저한 외면 속에서 힘겹게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악덕 사업자들의 고의 부도와 체불임금 때문이다. 이곳 전남 영암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대불 국가 산업단지 내의 대한중공업에서 체불임금 문제가 불거졌다. 이 회사의 하청업체인 이노코리아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2~3개월 동안 밀린 것이다. 이들은 임금을 받기 위해 자신들이 만들던 도크게이트(물막이 수문) 블록 위로 올라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농성을 벌였다.
하청업체 사장은 어디론가 도망을 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고, 원청인 대한중공업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발을 빼면서도 오히려 노동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대불공단에서는 그 동안 체불임금 문제가 발생하면 밀린 임금의 70~80% 선에서 적당히 타협했던 사례가 있었다. 사업자가 고의부도를 내고 도망가면 시간이 지나면서 투쟁하던 노동자들이 점차 지쳐가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영락없이 대한중공업에서도 '70% 보상' 이야기가 나왔다.
다행히 이노코리아 노동자들은 흔들리지 않고 단결했고, 결국 밀린 임금을 모두 받아 낼 수 있었다. 민주노동, 민주노동당, 지역단체들,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끝에 이룬 성과였다.
임금체불 방법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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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한중공업 사태가 마무리되자마자 공단 내의 다른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주식회사 동방'의 하청업체인 천관ENG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102 명의 임금이 3개월 째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뜨거운 여름 날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철판 위에서 용접불꽃과 씨름하며 땀으로 작업복을 적셨던 노동자들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아무 것도 없었다.
급기야 천관ENG의 사장이 그 동안 상습적인 체불임금으로 악명이 높았던 윤모 씨의 친형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윤 씨는 그 동안 친인척의 이름을 도용해 덕산ENG, 청송ENG, 백운기업, 천관ENG 등으로 사업자 명의를 계속 바꿔 가며 휴·폐업과 고의부도를 반복했고,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자행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는 대불공단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임금체불 유형 중에서도 그 수법이 특히 악랄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식의 탈법행위는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는 점이다. 천관ENG의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의 지급에 앞서 사업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상처 달래주는 정치,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갖가지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7%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이득이 쏟아진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여권에서도 수백 만 개의 일자리 창출, 무슨무슨 단지 건설 등의 이야기를 거듭하는 것을 보면 화려한 수사로 포장한 각종 공약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행태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성장도 좋고, 선진국도 좋고, 개발도 좋다.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풍요로운 명절이라는 모두가 누려야 할 이 작은 기쁨마저 빼앗겨 버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처입은 가슴은 어떻게 치유할 것이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