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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교장들의 '반란'... 정권말 줄서기가 시작됐다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9.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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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고 교장단의 요구 외고 교장들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 모여 결의대회 형식의 '총회'를 열었다.
ⓒ 윤근혁
외고교장단
외국어고(외고) 교장과 서울 초등교장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정부 정책인 '특목고 대책안'과 '소년신문 가정구독', '교장공모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0교시 부활, 교장공모제 반대, 외고제 폐지 반대...

 

그나마 전개된 현 정부의 교육혁신 정책에 반기를 든 이들은 이뿐 만이 아니다. 교장들을 지도 감독해야 할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의장은 70년대식 '일제고사 부활'에 '올인'하고 나섰다. '중학생 전국 연합학력평가', '0교시 수업' 부활 요구 등이 그것이다.

 

타이밍 또한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하다. 이들은 대통령선거를 3개월 앞둔 정권말기에 일제히 봉기하고 나선 것.

 

지난 20일 오후, 전국에서 올라온 27명의 외고 교장들이 서울의 한 호텔에 모였다. 정부가 10월 말 발표 예정인 '특목고 대책안'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교육부의 특목고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정책을 현장에 적용해야 할 교장들이 정책을 결재하듯 '수용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4일 앞선 17일에는 서울초등교장회가 '소년신문 가정구독 지침을 수용할 수 없다'고 외쳤다. '교장들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게 그 이유다.

 

이로부터 5일 전인 12일에는 '학력신장' 전도사를 자처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주도로 시도 교육감들이 충남 아산에 모였다. 97년 고교입시가 폐지되면서 사라진 '중학생 전국 일제고사' 부활을 선언하기 위해서다.

 

이날 교육감들의 결정은 지난 8월 27일 시도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의 합의에 맞장구를 친 격이다.

 

이들은 부산에서 모임을 열고 '사설 모의고사',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학력 신장을 위한 자율권을 촉구했다. '정부는 교육균등정책에서 손을 떼라'는 게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타이밍 맞춘 '반란 폭탄'

 

약속이라도 한 듯 터지고 있는 '반란 폭탄'.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전개되고 있는 대선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미 '줄서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의 지지 또한 이들에게 힘을 얹어주고 있다.

 

'힘없는 정부'의 자충수도 한 몫하고 있다. '신정아 학력 위조 파문'에 따른 변양균 청와대 전 정책실장의 실각이 대표 사례다. 이 불똥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변 실장의 최종 결정으로 시작된 '외고제도 폐지' 정책을 무산시키는 방향으로 튀고 있다는 게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인사의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교육 관료들은 방해하고, 교육단체들도 적극 대응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외고 폐지 정책과 교장 승진제도 개혁 정책은 80%이상 물 건너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7일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10월말 발표 예정인 '특목고 종합대책안'을 입안하던 실무책임 과장을 갑자기 교체했다. 유영국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일을 더 성실하게 잘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지만 교육계 시각은 다르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지난 20일 교육전문신문인 <한국교육신문>과 인터뷰에서 교육개발원의 '외고제 폐지와 특성화 전환'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학자들이야 여러 가지 의견 얘기하지만 정책으로 결정될 때는 넓게 봐야한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역 기류'가 읽히는 대목이다.

 

외고 교장들의 반란도 이런 이유가 일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는 27일 현재, 교장과 교육감 등의 반란에 그 흔한 '반론 자료' 하나 내지 않고 있다. 교육시민단체들도 고작 '성명서'식 대응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저들의 항명은 승리할 것인가.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결의문 내용, 근거도 오류투성이

[취재기] 외고 교장들 총회 빙자 기자회견 

 

그날 모임은 교장 총회가 아닌 결의대회를 빙자한 기자회견이었다. 20일 오후 4시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전국외고 교장 장학협의회 총회'를 취재한 뒤 든 느낌이었다.

 

행사는 총회란 말이 무색하게 의사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 '성명서', '결의문'이 일사천리로 발표됐다. 27개교 교장들은 연단에 오른 임원들의 발표 뒤 박수 치는 노릇만 했다.

 

이날 발표문 내용도 오류가 많았다. 이들은 '호소문'과 '성명서'에서 "외고의 특성화고 전환 연구는 교육부가 산하 기관에 위탁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개발원은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출연연구기관일 뿐이다.

 

교육부가 위탁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성삼제 교육부 교육복지과장은 "이 연구는 교육개발원 자체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 실장도 "지난해 내부 연구과제로 선정해 올해 초에 결정된 연구"라고 했다.

 

외고 교장들은 성명서에서 연구내용을 수용할 수 없는 첫째 이유로 "교육당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독립적 학문 연구기관에 위촉한 연구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대로라면 외고 교장회는 올해 5월 공개된 이종태 한국교육연구소장이 책임 집필한 '특목고 중장기 운영방향 연구'란 제목의 교육부 정책보고서는 수용해야 한다. 교육당국으로부터 자유로운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이 보고서에서 "외고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맞춤식 엉터리 연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엉터리'라고 주장한 자신들의 발표문도 엉터리였던 셈이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외고 교장들의 행태를 보니 앞으로 외고 운영이 어떻게 갈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외고야 말로 조속히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27 17: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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