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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하나 먹는 것도 농민사랑입니다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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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귤 하나 먹는 것도 농민사랑입니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2004 김민수
요즘 제주의 감귤원마다 잘 익은 귤을 따는 손길로 분주하다. 잘 익은 귤을 보면 저절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과수원 돌담을 끼고 산책을 하는 길에 밖으로 나온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귤을 보면 따먹고 싶다는 유혹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농부의 수고를 생각하면 못 생긴 귤 하나라도 그리해서는 안 될 것이기에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결벽증 같지만 작은 귤 하나마다에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이 들어있으니 거저 취하려는 것은 죄다.

요즘처럼 유기농이나 무농약 채소, 과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못 생긴 것들은 농사짓는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몸에 더 좋다는 것을 눈치 챈 소비자들이 이젠 벌레 먹은 것, 못 생긴 것들을 비싼 값을 주고 사먹는다. 한편으로는 당연한 먹을거리에 대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씁쓸한 것은 가난한 이들은 그저 몸에 좋든 나쁘든 싼 것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오렌지 농사를 짓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수입오렌지다. 70년대만 해도 바나나는 일반가정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귀한 과일이었는데 요즘이야 너무 싸서 주렁주렁 탐스러운 한 송이를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게 되었다. 오렌지 역시도 그리 흔하지 않던 과일이었는데 언제인가부터 사시사철 달콤한 맛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그런데 이 오렌지가 우리의 밀감하고 경쟁자가 되어 밀감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의 주름살을 지게 하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곱상하게 봐줄 수만은 없다. 물론 오렌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과일가게의 진열장을 장식하는 수입산 열대과일들도 가세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2004 김민수
오늘은 후배 목사가 방치해 두었던 밀감 밭이 있다며 귤을 따가라고 한다. '얼씨구! 좋다. 내가 좋아하는 못생긴 무농약 귤!'하며 아내와 신나게 귤밭으로 향했다. 우거진 풀들, 볼품없는 귤들을 따다보니 도깨비바늘이 여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제주에 온 이후 해마다 귤을 따보았지만 이번처럼 무농약, 유기농이 아니라 그냥 방치해 놓은 귤밭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요즘 시대에 농약을 치지 않은 것을 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이다. 비싼 값으로 팔리는 웰빙의 이름이 들어간 것들에도 이런저런 농약들로 양념(?)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사실도 아니니 말이다.

도깨비바늘이 진득진득 달라붙어 따갑게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아가며 우리 식구 먹을 만큼 따기는 땄는데 시큼한 맛이 아이들에게까지 인기몰이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귤을 따서 돌아오는 길에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시는 분의 귤밭을 돌아보았다. 수확에 바쁜 손길들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처음 보았음에도 따먹어보란다. 잘 익은 귤을 따서 입안에 넣으니 살살 녹는 것이 못생긴 귤의 시큼한 맛과는 또 다르다.

"정말, 맛있네요."

이렇게 잘 익은 귤, 맛난 귤을 수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있는지 가지런한 귤밭을 보니 짐작이 간다. 이렇게 수고한 손길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넉넉한 가격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2004 김민수
농민들이 웃을 수 있는 가격은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니다. 열심히 농사져서 최상품을 내어놓고 손해 보지 않을 정도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웃을 수 있는 것이 농민들이다. 그들이 한숨을 질 때에는 이익이 적게 남아서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도 적자이기에 한숨을 쉬는 것이다.

겨울은 우리 몸이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계절이다. 추위에 거칠어지기 쉬운 피부는 평소보다 더 많은 비타민을 요구한다고 한다. 과일에 들어있는 각종 비타민들은 피부미용뿐만 아니라 감기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채식을 하시는 분들은 가급적이면 채소에 칼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채소나 과일에 금속이 닿는 순간 많은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과일 중에서 칼을 대지 않고 손으로 까먹을 수 있는 과일, 혹시라도 농약이 묻어있을지도 모를 껍질을 온전히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바로 귤이다.

이 귤 하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안에 제주 농민들의 땀방울이 들어있기에 '귤 하나 먹는 것도 농민사랑'이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12/07 오후 9:2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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