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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으로 삶의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1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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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한 장'으로 삶의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들
[현장] 함께하는세상 회원들 '정 나누기'에 나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장재완(jjang153) 기자   
▲ 열린우리당 카페모임 '함께하는세상'회원들이 12일 대전 동구 천동에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연탄을 나누어 주고 있다.
ⓒ2004 장재완

“아이구, 고마워서 어쩐댜? 젊은이들 덕에 올 겨울은 따뜻허겄어, 참말로 고마워이”
“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기차길 넘어 산비탈에 쓰러져 가는 슬레이트집이 즐비한 동네, 자동차 한 대도 빠져나가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에 우주복(?)을 입은 젊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리저리 분주히 오가면서 땀 흘리며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고 있다.

장갑을 낀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연탄. 트럭에서 내려진 연탄이 골목길에 죽 늘어선 이들의 손에 손을 타고 이월순(71) 할머니집 마당 한켠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 할머니는 연신 ‘고마워서 어쩌나...’‘좀 쉬었다 혀...’‘음료수라도 한잔 마시고 허지’라고 고마움을 표한다.

주말과 휴일을 연탄과 함께 보내고 있는 이들은 함께하는세상 회원들. 이 모임은 열린우리당 내 카페모임으로서 주로 대전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당원들의 봉사모임이다.

이 들은 지난해에도 독거노인 200명에게 쌀과 내복을 나누어 줬다. 뿐만아니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는 대전역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회원들이 낸 회비와 특별기부금 등을 모아 200만원어치의 연탄 수천 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직접 어려운 이웃을 찾아 연탄을 배달하고 있는 것.

이들은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대전시 동구 가오동, 천동, 대덕구 대화동 등 어려운 이웃 40여 가구에 연탄 7000여장을 배달했다. 검은 연탄가루가 묻을까봐 타이어공장에서 작업복을 얻어 입었으나 여간 어설픈 인부들이 아닐 수 없다. 한 장이라도 깨어질까 조심조심 나르는 이들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혀있다.

▲ 마당 한켠에 쌓인 연탄을 보고 기뻐하는 이월순(71. 대전 동구 천동)씨. 이씨는 월 5만원의 단칸방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이씨의 집에는 이씨와 같은 형편의 세 가구가 함께 살고 있다.
ⓒ2004 장재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딸과 둘이서 월세 5만원의 단칸방에 살고 있는 이 할머니는 연탄값이 없어 올 겨울나기가 걱정이었다. 얼마 전 몇십 장의 연탄을 돈을 빌려 구입했지만 월 26만원의 정부지원금은 약값으로도 늘 부족했다. 그런 형편에 함께하는세상 회원들이 마당 한켠에 두달치 연탄을 가득 쌓아 놓으니 여간 든든한 것이 아니다.

“이제 한걱정 덜었네. 젊은이들 덕분에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어. 정말 고마워.”

이 할머니의 인사에 “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라고 답하는 이길훈(35)씨. 이씨는 좋은 일 하는 것이기에 힘들지 않다면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이런 분들이 마음 편히 살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탄을 나르느라 팔, 다리, 허리가 아프지만 쉬는 틈에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 삶은 계란 하나로 피로를 털어버리는 함께하는세상 회원들. 이들의 밝은 미소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삶의 현장을 알아야 바른 정책이 나오는 것"
함께하는세상 카페 운영자 김소영씨.

▲ 함께하는세상 카페 운영자 김소영(32)씨.
ⓒ장재완
함께하는세상은 새로운 정당문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당원들의 모임이다. 회장이나 임원이 없이 카페운영자가 모든 것을 이끌고 있지만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어려움이 없다는 카페운영자 김소영(32)씨.

그녀는 "삶의 현장을 체험하고 느끼고 알아야 바른정책을 만들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의 작은 행동이 신정당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와의 인터뷰.

-함께하는세상은 언제 만들어졌나?
"지난 해 12월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카페를 개설하면서 모임이 결성됐다. 개혁당 시절부터 뜻 맞는 사람들끼리 유사한 활동을 해왔었다."

-회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대전지역에 사는 열린우리당 평당원이 대부분이고,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다. 우리 모임은 임원이 따로 없고 그저 카페 운영자만 있다. 어떤 일이든지 다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몇 명인가?
"전체 회원은 60명 정도 되는데 오늘은 30명 정도 참여했다."

-연탄을 나누어주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회원들이 월 5000원씩 낸 회비의 잔여분과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기부를 받아 200만원 정도 마련했다."

-그 동안은 어떤 활동을 해 왔나?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대전역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또 작년에는 200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쌀과 내복을 나누어줬다. 앞으로는 방과 후 공부방을 지원할 생각이다."

-당원들이 모여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좀 낯선 것 같다. 어떤 뜻으로 이런 활동을 하게됐나?
"정당이 국민을 위한 바른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활상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빈민들의 아픔을 체험하고 현장에서 느껴야 바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정치문화 · 정당문화를 바꿔보자는 의도도 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당원들이 행동할 때 힘이 생기고 진정 살아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작은 일이지만 정당내에서 당원들의 모임이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바른 정책이 나온다면 우리가 꿈꾸는 참된 정당문화, 정치문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연탄을 받는 주민들은 동사무소에서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 왜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나? 정당을 홍보하는 게 목적 아닌가?
"당을 내세우면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서 특별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 일은 주민들보다는 우리를 위한 일이다. 물론 어렵게 사는 분들을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를 배우는 일이기에 굳이 당 이름을 내걸지 않았다."


▲ 여러 회원들이 길게 늘어서서 연탄을 나르다 보니 힘도 들지 않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2004 장재완

▲ 언덕위에서 내려다 본 대전 동구 천동의 빈민촌. 기차길 옆 좁은 비탈길에 슬레이트집이 즐비하다.
ⓒ2004 장재완

▲ 수고했다며 어깨를 토닥여 주는 이섭연(73) 할머니.
ⓒ2004 장재완

▲ "오늘 날라야 하는 연탄이 이렇게 많아요?" "휴~~"
ⓒ2004 장재완

▲ 동사무소에서 알려준 집이 어딘지 몰라 지도를 펼쳐놓고 작전(?)을 짜고 있다. "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지..."
ⓒ2004 장재완

▲ 뭐니뭐니 해도 휴식시간에 마시는 막걸리가 최고지...
ⓒ2004 장재완

▲ 검은 연탄 묻은 손으로 까먹는 삶은 계란이 꿀맛 같다.
ⓒ2004 장재완

2004/12/12 오후 6:5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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