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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준비로 며칠 좀 무리를 했더니 어깨가 몹시 아프다. 이럴 때는 목욕이 가장 좋다. 마침 안흥 장날(3, 8일장)이라서 목욕 겸 장 구경에 나섰다.
허생원이나 조선달 후예는 한나절도 안돼 물건 파는 일보다 '가다서다 놀이'에 정신을 팔고 있다. 이곳에 내려온 후로 여러 장날을 가 보았지만 가는 날마다 그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손님이 없기로서니 장날마다 물건 파는 일보다 놀이에 더 정신을 쏟고서야 어디 장이 번성해지겠는가. 차라리 하루 쉬려면 당신들 집에서 낮잠이나 자라. 지나가는 아이들이 장사는 저렇게 해도 되는가 보다고 배울까 걱정스럽다. 좋은 물건을 싼값에 친절히 팔아도 무슨 무슨 마트다, 홈쇼핑에 손님을 빼앗겨 그나마 장꾼마저 줄어들 판인데, 물건 파는 일은 팽개치고 딴 짓거리나 하고서야 어찌 장이 살아날까. 놀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다가 못 본 척 외면하고서 돌아오는데 마침 농협 집하장에서 팥 수매가 있다고 해서 들렀다.
이 날은 축제날로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한쪽에서는 돼지머리고기를 구워 안주 삼아 소주잔을 돌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매에 분주했다. 전종갑(56) 안흥농협조합장은 안흥찐빵협회와 농민들을 위해서 올해부터 팥을 계약 재배하였다면서 이는 양측 모두에게 좋고 안흥찐빵의 품질을 지속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또 김인기씨는 안흥찐빵협회에서 1년 동안 쓸 양은 약 5천 부대인데, 이 날 계약 재배 수매량은 1500부대로, 총 소요량의 약 1/3이라고 했다. 회원들의 여론을 들어보아서 이 제도가 좋다면 내년에는 타 지역까지 확대해서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곁에 있던 이창진 안흥면장도 올해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민들은 크게 이익을 봤다고 하면서, 시장에서는 한 자루에 10~12만원이라고 했다.
막 수매를 끝낸 우리 동네에 사는 노진범(56)씨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올 여름 1700평 밭에다가 배추농사를 지은 후 곧장 팥 농사를 하여 오늘 수매하였는데 모두 27자루로 400만원 조금 모자란 돈을 쥐었다면서 계약 재배는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기에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했다.
가뭄에 장마에 태풍에 병충해에 애간장을 다 태우면서 길러놓아도, 전국적으로 풍년이라면 운임도 안 돼 출하를 포기하고, 그 밭을 갈아엎을 때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다른 지방에 가뭄이나 수해로 흉년이 들고 내 고장에 풍년이 들어야 제 값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런 심보를 갖는 당신이 고약하다면서 농사꾼들이 마음놓고 농사지을 농정 하나 못 펴는 정부나 농업 관계자들이 야속하다고 원망했다.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좁은 국토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조차 조절을 못하여 농민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을 트랙터로 갈아엎게 하는 농정은 있으나마나다. 이만한 정도도 통제하지 못한 지도력이라면 무능한 정부요, 농정 관계자들은 나라의 녹을 먹을 자격도 없다. 위만 쳐다보지 말고, 정치권에만 눈길을 주지 말고, 농민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농정을 펼 때 참다운 목민관이 될 수 있다. 장사꾼도 농사꾼도 목민관도 모두 변해야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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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오전 1:13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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