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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일째 단식, 꺼져가는 생명의 아픔을 보아라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 3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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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일 단식...꺼져가는 생명의 아픔을 보아라"
지율스님 정토회관으로 거처 옮겨..종교·사회단체 '대통령 호소문'
  김지은/권우성(Luna) 기자
▲ 단식 96일째인 지율스님의 모습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3층 염화실(조실스님이 거처했던 방)에 창백한 모습으로 누워 있는 지율 스님.
ⓒ 사진공동취재단
valign=top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 꺼져가는 생명의 아픔 봐달라" / 김호중 기자

[기사 대체 : 30일 오후 1시 50분]

96일째 단식하고 있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거처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정토회관으로 옮겼다. 종교·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스님의 거처를 옮겼음을 밝힌 뒤 지율 스님을 살려달라는 내용의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법륜 스님, 도법 스님, 이수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이동훈 신부(천주교 환경연대 공동대표), 박영관 부산시 교육위원 등 종교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율 스님을 설득해 어렵게 단식 장소를 정토회관으로 옮겼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에게 호소문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결단 내려달라"

▲ 법륜 스님, 도법 스님,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 등 종교·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들은 호소문에서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100일 가까운 지율 스님의 단식을 보며 사람들은 이제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갈 때까지 가보자며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지율 스님은 말없는 천성산과 그 속의 수많은 생명들이 되어 애원하며 속울음을 울고 있다"며 "옳다 그르다는 판단보다 꺼져가는 생명의 아픔을 바라봐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스님의 요구는 단 하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라며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 공사를 3개월간 보류하고 그 기간 동안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해달라는 제안도 그토록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냐"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결단은 국민들 마음의 불신과 절망을 화합과 희망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생명에 대한 현 정부의 결단을 통해 우리도 위대한 정부와 지도자를 갖고 있다는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옳다 그르다 따지지 말고 사회 전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호소문 발표에 앞서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을 정토회관으로 모셔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의 목숨이 이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막바지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길을 못 찾아서 어쩌지 못하고 있다가 종교인들이 어떻게든 이 문제를 풀어보자고 뜻을 모았다"며 "지율 스님을 안정된 공간으로 모시자는 뜻에서 스님을 설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을 병원으로 모시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스님이 동의하지 않았고 본인의 의지를 꺾을 수도 없었다"며 "스님의 의사에 반해서 행동하지 않겠다고 보장한 뒤 스님을 정토회관으로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법륜 스님, 도법 스님 등은 천성산과 지율 스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사회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한 수행자가 단식을 해서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사회, 특히 종교인 해결을 못하고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가 방관을 해 만약 돌아가시게 되면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부담을 할 것이냐"며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옳고 그르고를 따지지 말고 이 사안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지율 스님이 안정된 장소로 옮기고 이 문제를 공론화해보자는 생각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 "정부와 지율 스님 모두가 마음 열고 '공명'해야"

▲ 도법 스님.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도법 스님은 지율 스님과 정부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열고 '공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정부는 정부대로 종단은 종단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최선을 다 했는데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한 수행자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있는 게 현 상황"이라며 "정부와 시민단체, 지율 스님 모두가 마음을 녹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도법 스님은 지율 스님도 공명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이는 자신의 단식을 염려하는 주위의 눈에도 지율 스님이 눈을 돌리길 바란다는 뜻으로 읽힌다.

도법 스님은 "지율 스님의 외침에 정부와 시민사회, 국민이 공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스님도 공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율 스님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상실감과 강렬한 여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지율 스님의 단식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도법 스님은 "국가가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존중받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면 사회 구성원들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문제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호소와 여망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도 "스님이 요구해오신 일이 그렇게 엄청난 일이 아닌데도 정부는 제대로된 환경영향 평가 실시를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속 깬 것은 정부"
박영관 도롱뇽소송단 대표... "협의 어기고 환경부가 단독으로 전문가 검토"

▲ 박영관 도롱뇽소송시민행동대표단 대표가 지율스님이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합의서에 서명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지율 스님이 약속을 파기 한 것이 아니라며 그간의 진행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율 스님의 단식을 놓고 일각에서는 스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으면서 또다시 단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 대표단'(도롱뇽 소송단)은 약속을 파기한 것은 정부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8월 26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쪽이 재판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철도공단 쪽은 천성산 구간 원효터널 공사(13-3, 13-4 공구)를 항고심 판결까지 중지하고 지율 스님은 단식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양쪽은 법원의 재판 결과에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전제가 되는 합의 내용이 있었다. 바로 환경부와 도롱뇽소송단과의 협의 내용이다.

철도공단과 지율 스님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이뤄진 이 협의에서 환경부는 ▲천성산 일원의 고산습지가 유지되고 있는 물수지 상황과 천성산 터널공사가 고산습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 검토 실시 ▲전문가 검토를 위한 방법과 절차, 기간 등을 사업자 측과 협의한 후 환경단체 대표단에 통보·협의한 후 검토 작업 착수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환경부와 환경단체와 공동연구팀을 구성, 연구 착수(9월 중) 등을 약속했다.

박영관(부산시 교육위원)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 대표단' 대표는 이날 두 합의 내용을 설명하며 "지율 스님은 환경부와 도롱뇽소송단과의 협의를 확인한 후 철도공단과의 합의서에 사인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환경부가 (협의와는 달리) 단독으로 3일간 단독 전문가 검토를 한 것을 바탕으로 법원 판결이 났다"고 지적했다.

결국 약속을 깬 것은 정부라는 주장이다.

이어 박 대표는 "스님의 입장에서 단식이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택한 방식"이라며 "이 시점에서도 도저히 천성산 문제를 놓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05/01/30 오전 10:3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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