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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되면 국민건강권 없고 양극화만 심화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8. 7. 1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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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되면 국민건강권 없고 양극화만 심화
[동향] 이상이 교수, 민영화 저지하고 유럽형 의료보건제도 도입 주장
 
안일규
 
지난 15일 오후 2시 <한겨레> 주최로 이어진 제3회 시민포럼은 서울 흥사단에서 <한겨레> 안수찬  기자의 사회로 우리 사회의 현안인 보건의료, 먹거리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보건의료정책을 강연한 한 이상이 교수는 국가의료제도, 민영화, 국민건강권이란 핵심단어로 나눠 발제했으며 시장주의자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낮아 의료양극화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병원체계는 유럽과 미국의 중간단계로 평가했고, 영리법인 병원 추진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 기사는 이 교수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내용 전달을 위해 편집과 수정을 거쳤으며, 발제문 전문과 강연 영상은 인터넷 <한겨레> 에서도 볼 수 있다.


유럽의 공공적 의료제도와 미국의 민간적 의료제도

모든 국가는 국가의료제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다. 국가의료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의료제공체계와 의료재정체계이다. 의료제공체계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계, 의약품과 같은 의료자원을 조직하며 의료서비스를 생산하고 필요한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시스템이다. 의료재정체계는 의료제공체계를 통해 만들어진 의료서비스를 병원에 가서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를 해야 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돈을 개인에게 고스란히 맡겨버릴 경우 갑자기 큰돈이 필요한 경우 구매력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갈 수 없다. 이를 대비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재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이다. 이와 같이 의료제공체계와 의료재정체계를 잘 아우른 것이 국가의료제도이다.

국가의료제도는 나라들마다 차이가 있으며 이를 쉽게 분류하는데 있어 공공형과 시장형으로 나눈다. 공공형은 대체로 유럽형 제도이며 앞에서 설명된 의료제공체계와 의료재정체계가 얼마나 공공성을 띄느냐에 달렸는데 의료제공체계에서는 얼마만큼의 병원이 국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의 비율에 따라 의료제공체계의 공공성비율로 표현하고, 의료재정체계는 의료비 조달을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합치면 국민의료가 될 것인데 여기서 공공적 방식으로 조달된 비중이 얼마인지를 공공으로, 사회제도적 방식이 아닌 시장적 방식 혹은 개인부담의 방식은 민간으로 나눠 구분한다.

의료제공체계인 병원의 성격과 국민의료의 공공성 정도가 공공인가 민간인가로 구분하면 한 나라의 의료제도 성격이 드러나는데 영국과 스웨덴(북유럽)은 병원을 모두 정부가 짓기 때문에 100% 공공의료체계이며 국민 세금으로 사실상 무상의료를 하는 특징을 띠고 있다. 이들을 완전 공공형으로 국영의료체계로 부른다. 유럽대륙국가들은 특이한 경우로 우리나라처럼 사회의료보험제도로서의 국민건강보험과 6~70%의 병원이 (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지은)공공병원으로 되어있다. 돈과 병원, 두 부분 모두 공공성이 크나 영국과 북유럽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이들을 사회의료보장형 의료체계로 칭하며 영국과 북유럽, 유럽 대륙국가들을 통틀어 국가의 역할과 비중이 큰 공공적 의료제도라 한다.

미국식 의료제도는 유럽과 달리 공공병원이 23%에 불과해 민간병원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국민들이 알아서 의료비를 만들어내야 한다. 민간의료보험제도로 민간보험사들이 보험체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주식회사의 형태로 보험료가 비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병원이 얼마만큼 공공적인가? (국가나 지방정부가 지은)공공병원은 불과 9%에 불과하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적은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간병원들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의료법상 비영리병원이란 것이다. 종합병원과 같은 대형병원도 역시 비영리법인이며 의료법인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영리법인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자본투자가 되어있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설립된(영리) 병원은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는 비영리 민간들이 주도하는데다 의료수가도 낮아 의료과잉으로 이어지는 등 민간의 특성상 수익추구경향이 타 나라보다 높지만 영리법인으로 구성되어있는 미국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미국은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줘야 되기 때문에 압박 강도가 높지만 우리나라의 비영리 병원들은 병원의 수익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없는 비영리만의 특징뿐 아니라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내보낼 이유도 없어 고스란히 재투자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한국의 모델은 현재 비영리적인 유럽의 모델과 영리적인 미국 모델의 중간적인 위치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는 '과도한 시장'

우리나라가 고쳐야 할 의료문제가 큰 것은 과도한 민간중심으로 영리인 미국 만큼은 아니지만 시장이 너무 과열되어있다. 의료 소비자들은 의료에 무지하고 자연스레 의사(전문가)의 말에 따르게 되는데-내일도 오라고 하면 오고, 입원하라면 입원하고-유럽사회는 매년 의료비 인상 3% 이내에서 통제되는 반면 한국은 의료과잉으로 이어지고 매년 12~15%이상 오르는 급격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낭비적이고 과잉적인 의료기반 위에 의료비 사용이 많은 노인 인구의 급작스런 증가에 병원 병상의 급격한 증가(최근 3년 동안 대학병원에서만 1만 개의 병상이 늘어났으며 병상증가율 세계1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한국의료체계로는 견디기 어렵다. 이러한 한국의료시스템의 잘못은 민간중심으로 구성되어있고, 병원과의 과당경쟁(과다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시장주의자들은 우리가 사회주의 의료시장이어서 문제라며 시장과 경쟁이 없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민영화를 하고 시장을 더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영리법인과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서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도입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진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논리는 보건경제학에서 나오지도 않으며 후생경제학에서의 시장의 실패도 잊은 듯 하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당시 민간보험 도입, 당연지정제 완화 등이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건강보험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은 무식의 극치다. 의료보장제도와 같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를 민영화를 한다거나 안한다는 말 자체가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기득세력 프랜들리'를 위한 의료민영화

의료민영화의 개념정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의료제공분야든 의료재정분야든 간에 어느 한 분야에 돈벌이 목적의 자본이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고 자본이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다른 분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우리의 의료제도 전체가 영리를 추구하는 방향
으로 움직일 때를 의료 민영화로 말하고자 한다.

미국식으로 가자는 이들 중 우리나라의 일부 의료자본은 영리법인을 통해 떼돈을 벌고 싶어한다. 비영리법인으로 아무리 잘 벌어도 다시 병원에 재투자를 해야 되고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로 대표되는 금융자본들도 간절하게 원한다. 지금의 보험회사들은 기존 보험 상품들을 다 팔아서 더 팔 것이 없기 때문에 미국식의 민간의료보험을 제도화하면 어마어마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가엘리트들 역시 이들과 손잡고 의료 민영화로 가려 하는데 이들은 의료 민영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식 의료 민영화를 통해 시장이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에 이러한 믿음을 가진 나라는 미국뿐이다.

서서히 의료복지제도 무너뜨리고 의료 양극화시대로

현재 제주도에는 영리병원이 추진 중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제주도에 외국자본이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외국자본은 탐색과정일 뿐이다. 그러자 내국인도 영리법인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데 이들이 추진하는 영리병원은 대형영리병원이 아닌 여러 개로 조그맣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충분한 이윤과 배당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기존의 비영리병원과는 비교되지 않는 막대한 이익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의료수가보다 최소한 3배 이상 높아야 한다. 민간보험은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고 질병에 대한 값을 매기는 등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지금은 단순히 몇 개에 지날지 모르겠지만 이름만 들어도 척할 정도로 굵직한 영리병원까지 들어오기 시작할 경우 부자들은 영리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본격적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하게 되고 나중에는 중산층도 민간보험에 가입하게 될 것이다.

갈수록 민간보험과 영리병원의 덩치가 커지는 반면 국민건강보험은 작아지게 되며 부자들의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반발은 커져간다. 부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적게 내려하거나 민간보험으로 빠져나가려고 하게 되고 국민건강보험의 재원부족으로 인해 최신의료기술을 보험 처리할 수 없게 되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서민들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의료제도는 상층의료제도와 하층의료제도로 나눠지고 의료(이용) 양극화가 극에 달한다.

제주도는 영리병원에 대한 시민사회와 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내국인도 영리병원을 만들 수 있게 하되 국민건강보험 환자도 받도록 하는 안을 제안했는데 국민건강보험은 국가가 공적제도재원으로 영리목적병원에 돈줄 역할을 해주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를 허용한 후 예상되는 결과는 구멍 병원들이 모두 영리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건보환자도 받고 영리환자도 받으면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비중을 늘리게 될 것이다.

영리병원을 어떤 형태로든 시작하게 될 경우 제주도에서 시작해서 제주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인천을 포함한 전국 6군데의 '자유무역지구'를 통해 영리병원은 대륙으로 상륙하게 된다. 자유무역지구가 전국에 골고루 배치된 만큼 자가용 운전을 통해 1시간 이내에 영리병원에 도달할 수 있게 되고 전국적으로 들어선 효과를 내게 된다. 이렇게 되어졌을 때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환자를 앞으로도 받을 가능성이 없어진다. 말 그대로 국민건강보험환자를 받지 않고 영리활동만 추진할 것이며 또다시 민간보험과 짝을 지어 미국식 의료모델이 완전하게 장착되어 작동하게 된다.

자본의 노예가 된 국민건강권을 헌법이 보장할 수 없다

그 결과 국민건강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97년 IMF 이후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건강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부자와 서민의 의료이용 역시 양극화가 급격히 심화되었다.

원래 가난한 사람이 병에 더 많이 걸리고 생존률도 가난한 사람들이 낮다. 부자들은 큰 병원에서 자주 검진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사회가 건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급격한 양극화가 벌어지고 서비스 이용에서도 사회계층간 격차가 벌어지는 현재 이러한 격차들이 만약 더 벌어진다면 살만한 세상도 아니며 헌법에서 보장받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지 않는 반 헌법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의료제도가 변할 가능성 없다

여러 사회제도들은 장고한 역사에서 나오는 것인데 한 번 잘못 길을 들어서게 될 경우 고쳐잡기 어렵다. 미국은 의료제도에서 혼자 외톨이로 시장형 모델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현 제도도 비참하지만 의사들과 국민들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한국과 캐나다처럼 전국민 의료보험을 하자고 늘 요구함에도 시장형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개혁하려 했지만 민간보험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는 것으로 끝났고 이번 대선 경선때도 의료제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의료제도가 돈벌이 수단으로 포획된 사회에서는 그 의료제도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견고하게 제도화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혁명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개혁으로의 발걸음이 유럽형으로 확고해져야 함에도 지배세력들이 이를 퇴보시켜 미국형으로 가고자 하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저항할 것은 굳건한 의지밖에 없으며 그 의지를 견고화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형으로 갈 경우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자본의 힘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대자보> 정치부 객원기자
 
2008/07/16 [18:26]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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