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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가슴 설레고 아름답다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2. 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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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가슴 설레고 아름답다
[교육 이야기] 개학을 맞는 바람 하나
  박종국 (jongkuk600)

 

  
▲ 가을 화왕산 등반 부곡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가을에 화왕산을 올랐을 때의 모습
ⓒ 박종국
화왕산

 

“선생님, 낼 개학인데요. 저는 일기 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그렇다고 혈압 올리지 마세요! 낼 만나요. 안녕히 계세요.”

 

방금 우리 반 소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전 엄포인 셈입니다. 하지만 녀석, 방학 동안 제 하고픈 것 하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건강하게 지냈다니 대견합니다. 사십 여 일 방학에 들었다가 내일 개학합니다.

 

작년 이맘때쯤이면 때 이른 섬진강변에 활짝 피었습니다. 봄의 전령 매화는 여느 봄꽃보다 일찍 피어납니다. 모든 꽃나무들이 그렇듯이 매화는 맵살스런 추위 속에서도 꽃대를 밀어 올리듯 겨자씨만한 꽃망울을 만들고, 녹두알만하게 키웠다가 마침내 콩알만해지면 꽃송이를 화들짝 터뜨립니다.

 

마찬가지로 개학날 만나는 아이들도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들썩이며 한껏 기지개를 켭니다. 마치 물오른 버들강아지처럼 그 조그만 눈망울에다 새잎 달 듯 뽀송뽀송한 손아귀로 해맑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늘 새롭습니다.

 

모든 첫 시작은 가슴 설레고 아름답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마음일까요. 교사들에게 아이들은 언제나 봄날 같은 희망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바람 하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개학 때가 되면 풀꽃 같은 마음결을 지닌 아이들을 서둘러 만나고 싶어집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마늘대궁처럼 꿋꿋하게 부쩍 자란 모습이 또렷해집니다.

 

모든 시작은 가슴 설레고 아름답습니다

 

그렇기에 더러 밉상스럽게 짓궂은 장난을 일삼는다 해도 여느 아이나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잘 큰다’는 게 필자의 교육 소신입니다. 그냥 얌전하고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틀에 박힌 생각을 가진 아이들보다 자기만의 빛깔을 가진 아이들이면 만족합니다.

 

  
▲ 교내학예회 때 공연 교내학예회 때 6학년 여학생들이 재기발랄한 공연을 선보였다.
ⓒ 박종국
교내학예회

  
▲ 수학여행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용인 에버랜드를 찾아서
ⓒ 박종국
수학여행

 

친구 오인태(경남작가회의 회장) 시인은 아이들을 크게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시로 개학날 우리 아이들을 만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 따사롭습니다.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숲이 눈부신 것은

파릇파릇 새잎이 눈뜨기 때문이지

저렇듯 언덕이 듬직한 것은

쑥쑥 새싹들이 키 커가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듯 도랑물이 생기를 찾는 것은

갓 깨어난 올챙이 송사리들이

졸래졸래 물속에 놀고 있기 때문이지

저렇듯 농삿집 뜨락이 따뜻한 것은

갓 태어난 송아지, 강아지들이

올망졸망 봄볕에 몸 부비고 있기 때문이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새잎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새싹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다시 오월이 찾아오고

이렇게 세상이 사랑스러운 것은

올챙이 같은, 송사리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송아지 같은, 강아지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 오인태,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모두다

 

그렇습니다. 교사들에게 아이들은 언제나 봄날 같은 희망입니다. 시인은 현재 진주 도동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봄날 같은 희망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개학 때면 아이들만큼이나 선생님들도 바람 하는 게 많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자기 것만을 챙기려 드는 아이들보다 서로 소중한 존재로서의 다 다름을 인정하는 아이, 친구의 일을 내 일처럼 애틋하게 배려할 줄 아는 아이, 세상을 따사롭게 이해하고 바라볼 줄 아는 아이를 만나는 게 더없는 바람입니다. 무릇 사람의 인품이란 그가 사귀는 친구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참된 친구란 또 다른 자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가을 현장체험학습 가을 현장체험학습으로 김해박물관에 갔다.
ⓒ 박종국
김해박물관

 

자기만의 빛깔을 가진 아이들이면 만족합니다

 

그럼으로 다시 만나는 내 반 아이들에게 남은 2월 한 달 동안은 친구를 다정하게 알아가는 데 모든 것을 소요할 것입니다. 그 친구가 무엇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 친구가 자기 부모나 형제자매와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를 눈여겨보게 할 것입니다. 또한 그 친구와 함께 나아가라고 일깨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친구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그 친구의 잘잘못에 대해서 기꺼이 충고해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그 친구에게 언제까지나 충실하라고 다독일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만나고픈 아이는 스스로 외톨이로 만들지 말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나아가는 아이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일수록 인정이 있고, 의리가 있으며, 정의가 있고, 진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나고 싶은 아이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 가을 운동회 가을 운동회에 참가한 6학년 아이들
ⓒ 박종국
가을 운동회

 

그러나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게 생각가지가 다 다릅니다. 그냥 아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반 여자애들의 경우 그저 6학년이라고 함부로 대접해서는 득달같은 원망을 사게 마련이다. 하나하나 하는 행동을 지켜보면 야무지고 당찹니다. 조그만 것 하나도 아무렇게나 함부로 계획하지 않고 세세합니다. 언제나 출발점 행동이 너무나 가지런합니다.

 

개학을 맞은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개학을 맞은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가슴 콩콩거리는 설렘이었을 것입니다. 쉬는 시간 교탁을 에워싸고 도는 아이들, 궤간순시 짬짬이 내 손을 움켜잡는 아이들, 끊임없는 질문마다 제 먼저 답변하겠다고 불쑥불쑥 손을 든 아이들, 그 의기가 선연합니다. 마음은 벌써 개학 첫날에 가 있습니다. 마치 미지의 세상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처럼 사위가 모두 새롭게 느껴집니다. 아이들도 제 마음과 같으리라 자신해 봅니다. 

 

  
▲ 매사 야무진 아정이 책을 열심히 읽는 우리 반 이아정이가 2월 달에 부산으로 전학을 간다고 한다.
ⓒ 박종국
전학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 많이 야물어지고 훌쩍 자란 모습으로 건강하게 다가들 겁니다. 언제나 웃음이 해맑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니까 방학 동안 미뤄뒀던 이야기 다 끄집어내려면 시간이 바틀 겁니다. 아이들 방학 생활이 궁금해집니다. 방학 동안 못다 한 이야기가 오죽 많겠습니까. 내일은 여느 날보다 출근을 서둘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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