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 그는 전 대통령으로서 진보적인 통치자였으나 결과적으로 한국사회를 중도사회로 가져다 놓은 최강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반미를 공식적으로 외쳤던 보기드믄 민족주의적 자도자였다.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증진 정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 받을 만 하다. 그는 도처에 산적했던 권위주의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에 마침표 찍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과 가족들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하와이로 망명, 그곳에서 쓸쓸하게 살다가 사망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서 암살당해 권좌에서 물러났고, 육영수 여사도 암살당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쿠데타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은 비리혐의로 투옥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권양숙 여사와 그 가족들은 비리혐의자로 지목됐다. 노무현 자살의 내막을 추적해본다.
▲ 봉하마을회관 분양소에 안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김상문 기자 | |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대통령 자리에 까지 올랐던 투지의 사람 노무현. 그는 왜 삶의 끝을 자살이라는 예사롭지 않는 방법으로 마감했을까? 노무현의 자살은 개인적으로 비겁한 일일 수 있다. 자신이 깨끗하다고 생각했다면 끝까지 견뎌내며 진실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죽음은 정치적으로 정치외압-탄압이 낳은 결과물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그를 궁지로 내몰아 일어났던 “정치적 타살적 사건”이었다. 노무현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노무현의 사망원인을 “자살”로 결론 내렸고. 측근인 문재인 변호사도 그의 사망이 자살이라고 확인시켜줬다. 사망 당일 경남경찰청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은 이날 새벽 5시45분께 이 아무개 경호관과 함께 사저를 출발해 봉화산을 하던 중 높이 30m의 부엉이바위 인근에서 뛰어내렸다”는 것. 경찰측은 “수행 경호관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상태가 위중해 오전 8시13분께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봉하산 바위에서 투신자살 시신을 보관했던 양산 부산대병원의 백승완 병원장은 “병원 도착 당시 의식과 호흡, 심박동이 없는 상태였으며, 머리 부분에 11㎝ 정도의 상처가 발견됐다”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회복되지 않아 오전 9시30분 소생술을 중단했다. 여러 곳의 골절이 확인됐으며 머리 부분 외상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투신에 의한 사망, 자살로 인한 죽음임을 확인했다.
수사 중인 경남경찰청은 봉하산에 함께 등산했던 이 아무개 경호관을 상대로 5월 23일 오후에 투신 당시의 상황을 조사, 발표했다. 경찰은 이 아무개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이 바위에서 갑자기 아래로 뛰어 내렸으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투신 이 경호관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고, 경호관은 ”담배를 가지러 갈까요?“라고 대답하니 ”됐다“고 했다는 등, 가벼운 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대화 직후에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도 남겼다. 경찰이 입수해 발표한 유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장 다른 정치권의 시각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사망한 사건 이후 정치권은 처해진 입장에 따라 미묘한 분위기를 보여 주었다. 국가의 최고 정보를 쥐고 있는 청와대측은 노 사망에 대해 제일 먼저 자살임을 말해주었다. 청와대는 대변인실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오전 7시 20분 김인종 경호처장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락 사고를 보고받고 충격을 감추지 못한 채 신속한 긴급 의료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한·체코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 긴급수석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참으로 믿기 어렵다.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다'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전하고 ”이어 한·EU 정상회담 도중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보고받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문재인 전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여야 정치권도 각자 다른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은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는 참으로 비통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 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께서 갑자기 이렇게 불의의 서거를 맞게 돼서 그 비보를 접한 우리들은 모두 충격에 싸여있고, 또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 국민들도 매우 비통해 하고 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저는 사법연수원 동기생이다. 그리고 친구이다.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당혹스럽고 또 충격을 받아서 그야말로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또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 슬픔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님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감출 길 없다.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영등포당사와 전국 시도당 당사에 분향소를 설치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국민과 함께 빌 예정”이라고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비록 최근에 박연차 회장 사건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기는 했으나,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청문회 스타로, 개혁을 하고자 했던 젊은, 제16대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서거소식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면서 “서거과정과 이유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가 조속히 밝혀져야 하겠지만, 그는 분명 우리의 대통령이었고, 국민은 그를 퇴임 후 고향에서 소박한 삶을 영위하려 했던 대통령으로 속에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명복을 빌며 이승에서 겪어야 했던 모든 업보를 털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부디 영면하기를 기원”했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모두의 비극이자 국민 모두의 슬픔이다. 이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를 뒤돌아보게 한다. 역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주역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임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너무도 슬프다. 큰 충격이다. 평생 민주화 동지를 잃었고, 민주정권 10년을 같이 했던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면서 ”그동안 조사과정에서 온 가족에 대해 매일같이 혐의가 언론에 흘러나와 그 긴장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신 것 같다.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어찌 극단적 방법으로 삶을 마감? 그는 어찌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삶을 마감했을까? 현재까지 밝혀진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검찰의 수사압박에 따른 도피이다. 그는 박연차(구속기소 상태)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의 피의자 신세였다. 지난 4월 30일 봉하마을에서 서울 대검찰청까지 버스로 이동, 소환조사를 받았다. 부인 권양숙 여사는 검찰의 재소환을 앞둔 상태였다. 구속여부가 판가름 나는 조급한 시기였던 것.
그는 이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자신을 버려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면서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되고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사망 직전 자신의 컴퓨터에 한글 로 유서를 남겼다. 김경수 비서관이 공개한 이 유서에는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검찰 수사에 따른 고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자인 이기명 작가는 “타살”로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지금은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목숨으로 국민에게 심경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하며 “현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이 그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 정치적 타살”이라고 표현했다.
박지원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왜 우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런 불행한 역사가 계속돼야 하느냐. 이 고리를 끊어주실 분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 550만표를 리드해서 당선됐고 한나라당 의석은 국회 과반수 의석을 훨씬 뛰어넘는 170~18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이렇게 강력한 지지와 원내의석을 확보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왜 이렇게 역사를 반복시키느냐, 그러면 4년 후에 이러한 일이 또 없다고 누가 보장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정권이 바꿔질 때마다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성 재단은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를 마지막으로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전국에는 추모의 물결이 출렁였다. 자택이 있는 봉하마을에 빈소에 추모객이 이어졌고,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누가 비극적 최후 맞게 했나? 국민들은 노무현 자살의 원인을 거의 완벽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노무현의 사망과 관련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맞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화두를 던졌다. 깨놓고 말해, 민주당이 지적하는 노무현을 자살로 내몬 누가 누군가? 눈에 안 보이는 귀신인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외에 누가 더 있는가? 노무현의 자살은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정치적인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 뻔하다. 벌써부터 위기가 감지되어서인지 경찰이 철통경비다.
이쯤해서 바른 말을 좀 하자. 사형수는 사형과 동시에 죄 값을 모두 상쇄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스스로에게 무죄를 내렸다. 뒤집어 말하면, 결과적으로 무소불위 이명박의 산 권력의 최정점이 죽은 권력의 두목(?)인 노무현을 스스로 제거한 이유를 제공한 셈이다.
노무현의 자살은 이 나라의 모든 비리 혐의자와의 동반자살일지 모른다. 그는 죽음으로써 국민과 현 정권, 공직자들에게 강렬할 메시지를 전달했다. 모든 국민은 충격을 먹었다. 현 정권 최정점인 이명박 대통령과 그 진영은 임기를 마친 이후의 피의 보복을 염려하게 됐다. 그를 자살로 내몬 직접적 당사자인 검찰도 자신 내부의 부패에 대해서 너그러워서는 결코 안된다. 노무현의 자살은 노무현만큼 깨끗한 정치인이, 이명박의 측근이 얼마이겠느냐는 투명성을 묻고 있다. 정치가 없어지지 않는 한 노무현을 지지하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는 이들이 이명박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치 속에 숨겨진 악마의 손이다. 하지만,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
moonilsuk@korea.com /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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