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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 청설모의 지혜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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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 - 청설모의 지혜

재빠르게 나무를 타고 오르는 청설모의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좁고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그에게는 넓은 운동장 같습니다. 겁도 없이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훌쩍훌쩍 건너다니는 걸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제 세상을 만난 듯, 땅에 내려오지 않고도 나무에서 나무로 뛰어다닙니다.

하루는 바람도 없는데 나뭇가지가 흔들리기에 유심히 바라보니 청설모가 온갖 묘기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미루나무, 아카시나무, 모과나무 등을 오가며 잎사귀를 따먹는데, 정말 오두방정이라 할까요, 묘기 대행진이라 할까요? 거꾸로 매달렸다 바로 앉았다 뒤집어졌다 하며 식사를 하더라고요. 나무를 오가며 재주를 부리는 게 원숭이 같기도 했고, 귀여운 표정이 판다 같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 온갖 묘기를 보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즐거움이 있기에 숲에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청설모는 잎사귀를 꼭 동그랗게 말아서 바나나 먹듯이 먹습니다. 특이하게도 한 가지에서만 따먹지 않고, 이 가지에서 한 잎, 저 가지에서 한 잎, 사방을 오르내리며 따먹는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한 가지에 달린 잎을 모두 먹으면 그 가지가 죽는다는 것을 아는 모양입니다. 나무에게 잎사귀를 얻어먹되 나무의 형편을 헤아리는 듯한 청설모가 참 기특합니다.

자연은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서로를 이용하지만 탐욕을 부리지 않습니다.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모든 생명이 어울리는 한 마당인 셈이지요.


- <알면 사랑한다> '청설모의 지혜'에서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퍼온 곳 :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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