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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과 행동을 가르쳐야 하나요_양영애

박종국교육이야기/노는아이풍경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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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과 마음을 가르쳐야 하나요 228
관리자(good) 2009/05/08 15:17 110422


살다보면 가족들을 통해서 자기도 모르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주말 저녁 가족들이 다같이 집에서 TV를 즐겁게 보고 있었다. 텔레비젼에는 예쁘고 매력적인 여배우가 나왔는데, 그 여배우는 미모에 지성, 그리고 우아함마저 겸비하여서 여자인 내가 보아도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방송에 빠져들어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들이 채널을 돌리는 것이었다. 나는 큰 소리로 “왜 바꾸니? 엄마 재미있게 보는데.” 라고 말하자, 아들은 “엄마는 저런 걸 보면 저 사람이 어쩌니 저쩌니 말하면서 질투하잖아. 그래서 내가 바꾸는 거야.” 라고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나는 바로 “내가 언제 그랬다고. 난 그런 적 없는데?” 라고 하자, 아들은 “아니야. 정말 그랬어. 엄마는 텔레비젼에 누가 나오기만 하면 저 사람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늘 그랬어.” 라고 지지 않고 말하면서 옆에 있는 남편과 큰아들에게 동조를 구하는 것이었다. 남편과 큰아들은 “맞아!” 라고 하며 큰 소리로 웃었다.나는 무언가에 머리를 강하게 한 대 땅 맞은 기분이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우며 닮아 간다. 가족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 몇 가지 생각이 아주 복잡하게 스쳐 지나갔다. ‘내가 정말 그랬었나?’  ‘나는 아주 모범적인 엄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구나.’ ‘나 때문에 내 아들들이 밖에서 그런 행동을 하면 어쩌지? 나쁜 영향을 주면 어쩌지?’ 등등, 잠깐 사이 어쩌면 그리도 많은 걱정이 밀려 들었는지.나는 곧 마음을 진정하고 “엄마가 그랬었어. 미안해. 그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라고 하자, 남편과 아이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믿어도 될까?” 라고 외쳤다.그 후로는 가능하면 아이 앞에선 비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엔 편하게 TV를 보면서 출연자에 대해 편하게 말하곤 했는데, 그 때 이후론 나도 모르게 먼저 아들들의 눈치를 살펴본다.아마도 남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어린 아들인가보다!

우리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언어,
사랑이 담긴 언어를 많이 사용하자! 

언젠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교실에서 하는 아이들 말투에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말에는 오랜 생활 습관이나 생각이 그대로 배어 나오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말 한 마디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칭찬받고 자란 아이는 칭찬할 줄 알고, 사랑 받고 자란 아이는 배려와 사랑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며 자라난다.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칭찬의 말을 많이 하자. 자녀에 대한 사랑을 자주 표현하자. 이것이 곧 아이들을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부모의 기본적인 역할일 것이다.

아이들은 순수하다. 말과 관련하여 또 하나 생각할 점은 거짓말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악의적 거짓말’과 ‘선의의 거짓말’로 구분하고 ‘선의의 거짓말’에는 관대한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런 선악의 판단이 어렵다.
몇 년 전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아들은 전화를 받더니, “응. 지금 없어. 몰라.” 라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나는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아이를 쳐다보면서, “왜? 누군데?” 라고 묻자, 아들은 “응, 엄마. 친할머닌데, 엄마가 바쁜 것 같아서 없다고 했어.” 라고 대답을 했다.나는 어이가 없어서 “아니, 이 녀석아. 엄마가 있는데, 없다고 하고. 할머니가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하셨을 텐데,그러면 어떡하니?” 하고 야단을 쳤다.아들은 “엄마가 저번에, 할머니가 전화 와서 이것 저것 많이 꼬치꼬치 물어봐서 귀찮고 싫다고 했으면서.” 라고 대답을 했다.나는 “어머머, 얘 좀 봐라?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니?” 라고 언성을 조금 높였다.아들은 지지 않고 “정말 그랬어. 나 들었어. 저번에 엄마가 친구랑 한참 전화하면서 그랬잖아!” 라고 말했다.나는 너무 우스워서 하하하 큰 소리로 웃으면서 “그것은 엄마가 정말 싫어서가 아니고 엄마 친구가 그런 일이 있어서 속상하다고 해서 엄마가 아줌마 위로해 주려고 맞장구 쳐 준 거야.” 라고 설명해 주었다.그렇다. 나는 친한 친구랑 통화할 때면 남에게 솔직하게 말 못하는 시댁 흉을 보았던 것이다.녀석은 어쩌면 그렇게 잊어버리지도 않고 그런 것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나는 얼른 “그것은 진심이 아니고 가짜 마음이야. 엄마가 정말 싫은 것이 아니야.” 라고 일러 주었다.어린 아들 녀석은 “엄마는 거짓말은 다 나쁘다고 했잖아.” 라고 물었다.아들은 아직 어려서 나의 복잡한 심정을 이해하기 어려우리라.

어느 음식점에 갔더니 메뉴판에 고모밥상과 이모밥상이 나란히 적혀 있었는데 이모밥상이 고모밥상보다 더 비싸고 반찬도 많고 맛이 더 좋았다.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음식점 주인은 “아줌마들은 시금치도 안 먹는대요. ‘시댁 시’ 자인데 고모밥상이 비싸면 안 되죠.”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맞다! 엄마들이 몇 명만 모여 앉으면 주저하지 않고 아주 스스럼없이 시댁 흉을 보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엄마들의 미묘한 대화방법을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어린 아들에게 설명하기 미묘한 상황을 쉽게 풀이해 주려고 하다 보니,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이기만 했다.그 후로는 흉을 보는 방법과 태도가 달라졌다.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의 흉을 전혀 안 보고, 먼저 양보하며 사랑하고 사는 것이지만 나같이 부족한 사람이 어디 그렇게 살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 흉도 조금 덜 보려고 하고 좀더 용서하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특히, 남의 말을 하거나 남의 흉을 볼 때는 아들들이 못 듣게 꼭 방문을 닫고 혼자 있는 곳에서만 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본다. 남을 평가하고 남의 흉을 보는 것이 엄마들에겐 스트레스 해소법이 될 수도 있지만 어린 아들이 엄마의 말에서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친구들과의 전화도 여전히 매우 조심스럽다. 아마 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리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이에게 왜곡된 감정이나 판단의 기준을 심어주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그리고 아들이 가까운 가족부터 사랑하고 용서하는 포용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먼저 노력을 하려고 늘 다짐한다. 그런데 또 실수하고 또다시 후회하니,
나는 참 부족함이 많은 엄마인가보다!  

                                                                           양 영 애 교수(인제대학교 작업치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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