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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레 민박집_박흥식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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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레 민박집

박흥식

이슬 내린 뜰팡서
촉촉이 젖어서 자던 신발들이 좋다
모래와 발바닥과 강물이 간지럽다
숙취 하나 없다
아침부터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이 바람
바람의 살
그 살결의 허릿매가 저리게 좋다
돌아갈 곳을 가로막는
파꽃 같은 이 집 돌아온 따님이
들어가 나오지 못하는 부끄러운 부엌
그 앞을 종일 햇살로 어정대서 좋다
병 주둥이 붕붕 울리며 철겹게 논다
그렇게 노는 게 좋다 한다
안 떠나는 게 좋아서 아흐레 민박집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던
바람의 속살이 잠을 설쳐서
마냥 이 집이 마음에 좋다.





1956년 충북 옥천 출생
1992년 『자유문학』에 <소의 눈> 외 4편으로 등단
시집 『아흐레 민박집』(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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