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내린 뜰팡서 촉촉이 젖어서 자던 신발들이 좋다 모래와 발바닥과 강물이 간지럽다 숙취 하나 없다 아침부터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이 바람 바람의 살 그 살결의 허릿매가 저리게 좋다 돌아갈 곳을 가로막는 파꽃 같은 이 집 돌아온 따님이 들어가 나오지 못하는 부끄러운 부엌 그 앞을 종일 햇살로 어정대서 좋다 병 주둥이 붕붕 울리며 철겹게 논다 그렇게 노는 게 좋다 한다 안 떠나는 게 좋아서 아흐레 민박집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던 바람의 속살이 잠을 설쳐서 마냥 이 집이 마음에 좋다.
1956년 충북 옥천 출생 1992년 『자유문학』에 <소의 눈> 외 4편으로 등단 시집 『아흐레 민박집』(창작과 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