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위원회가 절반으로 삭감한 무상급식 예산을 경기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 다시 전액 삭감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월 23일 경기도교육위원회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예산 171억 중 절반인 85억원이 삭감되고 나서 분노한 국민여론이 최근 잠잠했던 것은 마지막 심의기관인 경기도의회에서 부활을 기대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는데 그 기대는 역시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관련 예산안 삭감에 항의하며, 지난 6월23일부터 8일간 경기도 교육위원회 본회의장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이재삼 교육위원(왼쪽)과 최창의 교육의원ⓒ 민중의소리
이는 어쩌면 예측되었던 결과이다. 다만 순진한 우리들이 특정정당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의회(현재 경기도의회 의석분포는 재석의원 117석 중 한나라당101석, 민주당 12석, 무소속 3석, 민주노동당 1석)에 너무 많은 기대치를 가졌던 게 잘못인지도 모른다. 이 두 곳에서 벌어진 사태를 보며 교육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무상급식 이야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부득이 현행 시도교육청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예산심의과정을 설명하자면 각 시도교육감이 예산을 편성한 후 1차로 교육위원회에서 심의를 받고, 다시 도의회 교육관련 상임위(일반적으로 다른 시도는 문교위이지만 경기도는 똑같은 이름인 교육위로 되어있음)에 가서 똑같은 심의를 2차로 받은 후, 3차로 시도의회 예결위원회에서 또 심의를 받고 최종적으로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다.
어쨌든 현재 경기도교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의 의미를 이야기 하자면 이는 단순히 이곳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 아이들의 문제로 봐야하고, 시도교육청의 문제가 아닌 중앙정부가 진작 책무성을 가지고 대책을 세웠어야 할 문제로 봐야 한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위원회의 다수의원과 위원들이 무상급식 예산 삭감의 명분이자 억지논리인 차별적 복지나 선별 복지를 내세우며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교와 교실에서 아이들을 다시 줄 세우려고 하는 일을 보며 교육계의 한사람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교육현장에 시장논리가 도입되고 나서 학교를 서열화하고 아이들조차 상품인양 성적으로 줄 세운데 이어 이제는 부를 기준으로 공개적으로 줄을 세운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가슴에 이보다 더한 상처가 어디 있겠는가?
현재 새학년이나 새학기마다 부모나 아이들이 기초생활수급이나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극빈가정 등 각종 증빙서류나 신청서를 작성하여 급식비지원을 받는 심정이 어떠한지를 알고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가난 때문에 교실 내에서 기죽어사는 아이들 모습을 알고 있다면 이제는 정부가 교육예산을 늘려서라도 몇몇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지원이 아닌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지원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에겐 무상급식을 실시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고 우리는 이 문제를 단순히 기초생활수급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만의 선별적 시혜차원이 아닌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복지차원에서 이를 바라봐야 한다.
소득 2만불 시대라고 하지만 각 가정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수업료, 급식비, 체험학습비,보충수업비, 등 공교육 내에서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과 학원비, 교통비, 부교재비 등 사교육으로 인한 비용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떠안고 있는 고통이 어떠한가?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 민중의소리
국가는 말로만 사교육비경감이 아닌 공교육기관내에서 무상급식 하나만이라도 당장 시행하여 국민 부담을 줄여주고 더 나아가 현재 도시지역 중학교 아이들에게 받고 있는 운영비도 빠른 시일 내에 없애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걸 맞는 교육복지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앙정부나 정치권이 이 문제를 경기도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무책임한 모습이고 경기도의회의 책임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만 선별적 복지로 접근함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지구상 모든 나라 아이들 중 우리나라 아이들만큼 공부를 강요받고 이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최소한 밥은 먹여주고 공부를 하도록 해야 하는 게 맞지 아니한가?
무상급식 문제는 정치논리가 아닌 교육논리로 풀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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