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실천, 왜 처음부터 좌초 됐는가?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7. 14. 12:23

본문

728x90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실천, 왜 처음부터 좌초 됐는가?

[기고] 학교급식운동가가 바라본 경기도 사태

이빈파 (관악․동작 학교운영위원협의회/친환경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흔히들 학교급식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공받는 점심 한 끼로 인식하여 부모가 제 자식밥값을 내는 일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가 되면 자동으로 학교에 납부하는 소위 수익자부담 교육비라는 명목에서 학부모가 별도로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있다.


수익자부담교육비에는 학교급식비 뿐만 아니라 교복, 앨범, 수학여행, 체험학습, 특기적성, 방과 후 교육, 보충수업, 청소년단체 활동과 같은 것들이 있으며 모두 학교회계로 귀속된다. 중학교에서는 학교운영지원금이라는 불법적인 기금도 수익자부담교육비라며 거둬들인다.


의무교육 무상(無償)이라는 헌법조문이 무상(無常)할 뿐이다. 학부모들은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교육재정이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이중 부담의 고충을 겪어야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유의 책무를 학부모인 국민에게 떠넘기고 구걸하는 꼴이다.


이런 와중에 교육현장인 학교에는 정책적으로 기업과 사교육시장의 진출을 허용하면서 ‘효율적 경영‘을 위시한 시장주의가 만연해졌다.


이빈파 (관악․동작 학교운영위원협의회/친환경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이빈파 (관악․동작 학교운영위원협의회/친환경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 민중의소리

지금 학교에서는 학교교육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을 일컬어 최고경영자라 한다. 이는 교장에게 가르침보다 학교운영의 행정적 책임을 부과하고 학교현장을 백년대계의 철학보다는 수요(=배움)와 공급(=가르침)의 시장주의 통념을 심어주었다.


학교교육의 중심은 이미 학생에서 교장위주로 바뀐 지 오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교육을 해야 하는 학교를 시장과 기업의 자본유통에 발전적 기반으로 변형시켰다. 가장 보편적인 예가 학교급식이다.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일”로 각인된 학교급식은 교육일 리 만무하다.


교장들은 학교급식을 운영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한다. 식재료 선정에 철저한 위생과 인력관리까지 해야하는 교장은 식중독과 같은 중과실 사고 발생시 실형의 전과자가 된다. 가부장 사회에서 관료주의 교장들은 ‘아이들 밥 먹이는 일’에 이 같은 책임을 주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다며 반발이 심하다.


교장의 책임부담을 덜어주면서 효율적 학교경영은 물론 기업까지 살리게 되는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정치권이 학교급식제도를 위탁방식으로 앞장서서 바꿔놓았다. 학교급식업무와 경영의 모든 책임을 업자에게 몽땅 떠넘길 수 있으니 교장들은 당연히 위탁을 선호한다. 학교급식위탁제도 10년을 시행하면서 학교급식은 자연히 “돈 내고 밥 먹는 일”일 뿐이다.


한편, 위탁이든 직영이든 학교급식은 반드시 “업체와 학교 간 계약”이 따르는 것이어서 업자와 일부 잘못된 교장들의 부패 고리를 양산하면서 저질 식재료 납품과 대형식중독사고를 초래해 왔다.


특히 급식관련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학교 회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학교급식비’여서다. 업자들에게 학교납품계약은 “가장 안정적인 현찰장사”여서 기를 쓰고 학교와 계약을 끌어내고 더 많은 학교로 진출하고자 한다. 여기서 저질의 급식재료사용과 식중독문제가 끊이지 않고 사회문제로 까지 확산됨으로써 전국적인 급식개선운동을 촉발시켰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하지만, 잘못된 급식으로 인해 병을 얻게 된 것을 바꿔보자는 노력에서, 이제는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명확히 자리매김하며 아이들의 건강권과 기본적인 교육권을 지켜주고 안전한 우리농산물로 전통적인 식생활문화를 가르침으로써 건강한 국민을 육성하자는 교육본질회복차원에서 『직영-국내산(친환경)농산물사용-무상의 3대원칙』을 제시한 제도개선운동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직영원칙의 학교급식법이 전격 도입되었고 전국의 82%인 189개 자치조례가 만들어졌다.


지난 2004년, 지방자치분권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국가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학교급식관련업무 또한 자치단체책임으로 정리되었다. 지방자치 일환에서 민주적으로 제정된 급식조례는 학교급식재료사용과 급식비지원의 범위를 정하여 제도화한 것이다.


한때 중앙정부가 대법원을 앞세워 전국적인 자치입법 과정에 제동을 걸고 WTO협정위배라며 우리농산물 사용을 막으려했지만, 결국엔 국민다수와 농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적어도『학교급식에 국가조달형태로 납품하는 농산물은 국내산을 사용한다.』는 국제협상(‘WTO 국가조달 양허안’과 ‘한미FTA 조달부문 협상’)내용을 정리하였다.


조례의 모법인 학교급식법에 직영원칙과 무상급식내용도 수록하게 했으며 자치법인 조례에서 안전한 급식재료공급을 다루도록 했다. 가장 현실적으로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으며 유통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급식공급방법을 급식지원센터에서 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경남을 비롯해 전국의 40%가 무상급식을 자치제도화 하였고 궁극적으로는 국제협상 등에서 우리농산물사용학교급식을 우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었다. 한미FTA조달협상에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을 제외한 정부조달에 자국산 농산물 사용 학교급식은 상호 양허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법이 바뀜에 따라 민선으로 당선된 경기도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단계적 과제로 우선 남은 예산으로 당장 굶는 아이들부터 무상급식을 추진하자고 했다가 반대정파 교육위원들로부터 강한 반대를 받았다. 부자아이까지 나라가 거저 먹여줘야 하냐며 무상급식 망국론이 대두되었고, 학교시설 고치는 일이 더 급하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하지만 시설이 급히 필요하다면 이듬해 본예산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정작 급한 것은 점점 더 어려운 경제사정에 날마다 굶는 아이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당장에 굶는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교육위원들이 과연 교육을 논할 자격이나 있는가 싶다.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먹는 문제에 이토록 잔인한 논리로 가당찮은 반대만을 일삼는 자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들은 한미FTA비준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한미FTA가 비준되고 나면 학부모가 내는 급식비로는 국가조달방식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그전에 분명한 무상급식원칙을 세우고 그를 위한 ‘급식지원센터’운영을 제도화해야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할 수 있으며 우리농업도 지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적 논리에서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교육감 길들이기에만 역점을 두고 있는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수준이다. 주민 다수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아 교육도 농업도 모두 망쳐버릴, 반국가적이며 반자치적인 정치행적을 서슴지 않는 경기도한나라당 의원들은 역사의 분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전한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