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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손학규' '이찬열'에게 제대로 배워라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9. 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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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손학규' '이찬열'에게 제대로 배워라
<기고> 민주당이 더 먼저 더 많이 변해야 한다
 
김 윤
 

민주당이 더 변해야
 
우리 사회에서 '희생'과 '헌신'이라는 말은 듣기 어려운 말이 되었다. 언론을 통해 간혹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 보통 사람은 그의 희생에 대해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희생과 헌신이 쉽지 않다는 걸 자신의 삶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에서 바로 자기 눈 앞에 떨어진 절호의 기회를 포기한 사람이 있다.
 
이번 10월 재보선과 관련하여 원래 민주당 지도부는 경기 수원과 안산에 거물급 정치인을 전략공천하여 필승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전략공천은 지역에서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십수년간 꾸준히 터를 닦아온 지역 정치인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경남 양산에 박희태 전 대표를 공천하자 김양수 전 의원 등이 탈당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을 보면 지역 정치인에게 전략공천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스스로 사형선고를 내린 사람들
 
그러나 이러한 사형선고를 스스로에게 과감하게 내린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이찬열이다. 현재 수원시 장안구의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서 상대 후보에게 비록 3천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졌지만, 38.2% 득표율이라는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준 이찬열이다. 바로 그가 손학규 전 대표의 출마를 위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먼저 공개 천명한 것이다. 당장 금배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동지도 배신하고 선후배도 몰라보는 작금의 정치 풍토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이 위원장의 용단에 필자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이 위원장의 결단 이후 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 및 언론에서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에서도 손 전 대표의 위상에 걸맞는 거물급 인사의 공천을 준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손학규 전 대표 역시 10월 재보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손 대표라고 해서 어찌 욕심이 없었을까? 하지만, 십수년간 수원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고 인정받는 현 지역위원장의 사심없는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으리라. 자기 지역구인 종로구민들을 생각할 때, 지역구민들의 동의 없이 불쑥 수원으로 내려가기가 쉽게 내키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기회에 편승하기보다는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각오를 더욱 다지지 않았을까? 더구나, 스스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대표가 되었고 차기 대선의 유력후보군이기에 정도(正道)를 추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으리라.
 
손학규 전 대표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에 대해 민주당 일부에서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손학규 전 대표의 출마를 통해 이명박 정부와 거대 여당의 일방독주를 견제하고자 했던 기대감이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 손 전 대표의 불출마는 정치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신선한 계기가 되었다. 정치란 권력을 획득해야 하는 것이지만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오기에 이번 일련의 불출마 선언은 정치에서의 정도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부각시켜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 일부에서 수원 장안구에 대한 공천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한다. 이는 한 마디로 이미 상황정리가 된 낡은 전략공천 구도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이찬열과 손학규라는 두 정치인의 말과 행보를 통해 모처럼 다수 국민들의 관심과 신뢰를 얻기 시작한 민주당의 앞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엄청난 실망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왜 오르지 않는지에 대한 겸허하고 투철한 성찰이 없는 것이다. 총리 후보자가 되었든 장관 후보자가 되었든 비리와 범죄 경력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이명박 정부에게 '친서민'이라는 민주당 고유 가치이자 기반마저 빼앗기고 흔들리고 있는 게 민주당의 냉엄한 현주소가 아닐까?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더 먼저 더 많이 변해야 할 때
 
지금 식의 민주당 의사결정 행태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능가하고 압도하는 치열한 진정성도 대안도 없이, 상대방 실수에 편승해서 반대만 일삼아서는 민주당 자신의 장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제1야당의 엄숙한 국민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정상적인 당내 민주적 절차는 헌신짝처럼 버려진 채 선거 때만 되면 얄팍한 선거공학만 난무하는 걸로 비쳐지는 민주당에 어떤 국민들이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겠는가? 자체 역량이 고갈된 상태에서 언제까지 '헤쳐모여식 당 바꾸기', '외부인사 수혈' 등의 행태를 반복해서 지속할 것인가?
 
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금번 10월 달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매 해 선거가 있다. 필자가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민주당이 구태를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정권 재창출은커녕, 지역당 수준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이번 10월 재보궐선거에서는 수원 장안에서 이찬열 후보가 지고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대안으로 민주당이 인정받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민주당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총리로 내정됐다는 배신감에 치를 떨 것이 아니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향후 민주당의 전략적 승리를 위해서는 지난날 이름 날리던 장수들도 기력을 회복해야 하지만, 새로운 장수군단을 키워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보다 민주당이 더 먼저 더 많이 변해야 할 때이다. 
왜 민주당은 패배를 위한 장송곡을 스스로 울리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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