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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무료급식소에 가면 그곳 사정이 딱하고, 시위 진압 하다가 다친 전의경들이 경찰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현장에 가서 서민의 고통을 눈으로 보고 체득하는 것과 책상서류를 보고 아는 것 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저는 오늘도 그 답을 찾으려 현장에 갑니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이재오 위원장 10.17)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취임 이후 '1일 1현장'을 내걸고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 각지를 방문하고 있다. 재개발지역 현장, 경찰병원, 동네 시장에 이어 지난 10월 재보선 직전에는 선거운동이 한창인 양산 부근 밀양을 방문해 야당으로부터 선거개입 의혹을 살 정도였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에도 새벽같이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도는 것으로 유명했다. 여름에는 수해가 난 지역을 방문해 며칠씩 직접 삽을 들고 복구작업을 하는 것으로 휴가를 갈음하기도 했다. 권익위 홈페이지에 실린 이 위원장의 프로필 사진 옆에는 "국민의 억울함이 없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생각하며 실천하겠다"고 돼 있기도 하다.
올해 1월 20일 용산 참사가 발생한 이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은 용산 참사 철거민 희생자들의 유족들이다. 지난달 28일 법원이 용산 참사 당시 망루에 있던 철거민 9명에 대해 모두 유죄를 내리고 7명에 대해서는 중형을 선고했다. 유족들은 검찰이 수사기록 3천쪽을 공개하지 않은 데 이어 법원마저 "철거민을 두 번 죽였다"고 성토하고 있다.
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용산참사 판결 토론회'에서 철거민들의 변론을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결국 돈에 의해 꼼짝 못하는 사회가 됐고 돈이 여섯 분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 용산 참사의 본질이다. 재판에서도 그랬다"며 "사법부도 철저히 자본과 권력의 편이 돼 있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그쪽 편으로 갔다"고 했다.
추석날 남일당 건물을 찾아 "장례도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연인으로서 무한한 애통함과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눈물까지 흘린 정운찬 총리는 유족들과의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 유족 전재숙씨는 이날 토론회에 와서 5일 유족들을 찾아 온 총리실 관계자가 '유족들이 요구하는 정부의 사과나 임시.대체상가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니 재개발조합과 싸우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금이나마 기대가 없지 않았던 정운찬 총리와 사법부마저 철거민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유족들은 이날도 "우리는 밟으면 밟을 수록 단단해 진다"며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4일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만났을 때는 "이제 악에 받쳐 눈물도 안나온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추석날 용산 참사 현장을 찾은 정운찬 총리ⓒ 사진제공=촛불미디어센터 '레아'
이런 현실에 대해 "형법과 법률에 따라 무죄를 확신했다. 송두율 사건에 비하면 쉬운 사건이라고 생각했다"는 김형태 변호사 조차 이날 토론회 발제 말미에 "제가 겪어 보니까 법이라는 것은 들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로써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렇지만 법이 아니라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발제와 토론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청중은 정부도 사태해결에 미온적이고, 수사기록 3천쪽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부가 중형을 구형했는데 이제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질문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유족들이 바라는 보상과 임시상가 등이 합의되면 (정치적 부담이 줄어)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하기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심스럽게 "정운찬 총리는 이런 역할을 하기 힘들고, '여권의 힘있는 사람'이 나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민주노동당은 여권 실세이자 '억울함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재오 권익위원장에게 용산 참사 300일이 되는 이달 15일 전까지 용산 참사 현장에 가서 현장방문 소감과 해법에 대한 의견을 권익위 홈페이지에 남겨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현장이 중요하다면 지금 용산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 총리실 직속인 권익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한 뒤 연일 언론에 위상 변경을 위한 법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 행정부에 속한 기관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기관들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끼쳐 국민들의 억울함을 푸는 권익위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법 개정을 통해 권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되기 전이라도 정운찬 총리마저 외면한 용산 참사 해결에 '여권의 힘 있는 사람'인 이 위원장이 나서면 위원회의 위상은 저절로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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