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경찰이던 나는 시위 진압을 위해 자주 밤잠을 설쳐야 했다. 그런데 시위에 주로 참여하는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들로 항상 힘없는 약자가 생존권을 위해 거리를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막는 전경도 군인이기 전에 한 인간이니 마음이 아픈 것은 당연지사였다.
한번은 수원 부근에서 시각 장애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주된 직업인 안마시술이 일 반인에게도 허용돼 불만이 터진 것이다. 길을 막고 있노라니 슬펐지만 충돌은 불가피했다. 한참 동안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 장애인이 내 앞으로 오더니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정면을 주시해야 하는 철칙을 지키려 애써 외면했지만 결국 보고 말았 다. 그것은 물이 반쯤 담긴 생수병이었다. 그러나 상사들의 시선 때문에 나는 앞만 주시했다.
그때 중대장님이 웃으며 대신 생수병을 받아 주셨다. 잠깐 의 휴식 시간에 나는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물맛은 백 일 휴가 때 어머니가 끓여 주신 감자국만큼이나 맛있었 다. 힘든 이등병 시절, 시위 현장에서 나눈 따뜻한 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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