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 차례 진행돼 오는 동안 야권의 비판을 단 한번도 피할 수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정례 라디오 연설이 16일 28차에서도 이른바 중도실용과 친 서민정책을 '홍보'한 채 '무대책'과 '남 탓',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이번엔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의 '눈 높이'만 탓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으며, 이에 대해 야권은 일제히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하고 한심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MB 자화자찬 "경제위기 벗어나고 있어"…실업문제엔 "청년 스스로 노력해야" 이 대통령은 이날 "최근 세계은행과 IMF는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들 보다 빠르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 기업들이 대량 해고를 할 때 우리는 잡 셰어링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힘썼다. 그래서 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가 있었다"고 자화자찬식 평가 부터 시작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제 28차 정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청와대 (자료사진) | | 이어 "우리나라 실업률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좀 낮은 편"이라며 "하지만 청년과 여성의 고용환경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을 생각하면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청년실업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을 강조, "산학연계형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시스템,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며 "최근 벤처기업 창업이 기록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년 취업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며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청년 스스로도, 학교도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도 이제 평생 직장의 시대가 가고, 인생 3모작 시대에 산다는 것을 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안정된 직장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자신의 능력도 새롭게 개발해 나가야 한다"며 "전문성을 키우는 노력과 함께, 정부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도 받아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중소기업 경험'을 거론, "대기업에 가면 주어진 틀 속에서 주어진 일에만 매몰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자기가 가진 역량을 보다 넓게 발휘하면서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어쩌면,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하고 투자 환경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일자리 만들기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 일자리야 말로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의 시작이자 끝이며, 또한 최고의 복지"라고 덧붙였다. 민노, 조목조목 반박…"MB 잡 셰어링의 실체는..."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고용문제에서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개발하면 된다'는 뻔한 이야기로는 청년실업과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우 대변인은 특히 이 대통령이 '잡 셰어링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힘썼다'고 자평했으나, 실질적으로 최근 고용통계를 보면 늘어난 것은 30만 5천 명의 비정규직이고, 감소한 것은 비정규직 임금(9만 4000원 감소)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비정규직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정부가 청년인턴과 희망근로 같은 '저임금의 단기 고용'만을 늘리는 처방을 했기 때문"이라며 "언제 실업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불안한 일자리만 만들어 낸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잡 셰어링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또 '청년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해외 일자리에 도전하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 "정부와 재계가 반복해온 '눈높이를 낮추라'와 똑 같다"고 질타했다. 우 대변인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 관행 등이 계속된다면 중소기업들의 영세성은 해결될 수 없고 임금수준이나 고용안정성은 나아지지 않는다"며 "대기업 눈치 때문에 후려치기 같은 관행도 해결할 생각이 없으면서 청년들 눈 높이만 탓하고 있느니 정말 후안무치"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놓고 자화자찬식 평가와 '남 탓'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례 라디오 연설 '폐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 | 우 대변인은 "4대강 예산으로 22조씩 들여 삽질을 할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중소기업의 실질적 활성화 대책을 세우면, 청년들은 자연스레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며 "청년들에게 패기 운운하는 대통령의 무책임과 무지함에 오늘 또 청년들은 한 숨만 한 번 더 쉬게 생겼다"라고 개탄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훈계로 제목 바꿔야"…"'내 탓이요'는 언제 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그 좋다는 경제지표의 과실이 서민들에게 하나도 돌아가지 않는 데 서민들의 분노가 있다는 점을 대통령은 모르고 있다"며 "청년실업도 청년들 탓이라니 전형적인 '네 탓 증후군'이 또 다시 도졌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벤처창업' 발언을 비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등록금 상환의 빚에 허덕이면서 무슨 돈으로 창업하라는 말이냐"며 "공무원도 지방에 안 내려 보내겠다는 대통령이 왜 청년들보고만 지방으로 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어느 때부터인가 이 대통령은 자기가 한 일은 아무런 잘못도 없고, 오직 남 탓을 하는데만 치중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계속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될 경우, 앞으로는 '대통령의 대국민 훈계'로 제목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대통령이 고용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라고 비판한 뒤, 이 대통령의 '인생 3모작' 발언과 관련해선 "결국 실업문제는 오로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말이냐. 무책임하기가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청년 실업대책 실패에 대한 사과도 한마디 없으면서, 앞으로 어떤 대책을 언제 내놓겠다는 구체적인 해법 역시 제시하지 않았다"며 "'내 탓이요'라는 대통령의 솔직한 말을 언제나 들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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