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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모의 근심

박종국교육이야기/좋은훈육부모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1. 2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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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모의 근심 307
관리자(good) 2009/11/12 15:29 125685

위의 내용은 손자녀 양육을 전담하고 있는 필자가 만난 한 할머니의 고민이다. 이 작은 이야기 속에 ‘시간에 벗어난 부모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조부모의 근심이 묻어나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어느 할머니 개인의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자녀의 부재나 무능으로 손자녀를 키우고 있는 조부모들의 현실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조손세대 조부모들은 자신의 발달주기에 역행하는 과업을 떠맡게 됨으로써 심리적인 부담감을 포함한 많은 어려움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된다.

최근 우리사회는 급격한 사회변동이 가져온 다양한 아동문제와, 이전에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던 아동문제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우리정부는 아동, 청소년들의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한 포괄적이며 예방적인 가족정책을 제시하고 ‘출생에서 자립 시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빈곤아동과 그 가족을 위한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림스타트사업과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겠다는 아동발달지원계좌(Child Development Account: CDA)사업은 요보호아동에 대한 국가의 장기적인 개입을 강조한 선진화된 예방사업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다문화’와 ‘다양성’이 사회담론의 주축을 이루면서, 휴먼서비스기관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욕구에 부합한 맞춤식 서비스 지원에 심려를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가족의 독특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상담, 문화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손세대로 이루어진 조손가족은 다른 유형의 가족에 비해 사회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일례로, 200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조손가족은 행정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족분류에 독립된 항목으로 포함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공적지원을 받고 있는 조손가족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가 그동안 불가피했음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 사회서비스 대상에서 이들이 제외 될 가능성이 컸음을 짐작케 한다.

앞으로 조손가족은 가족구조 및 기능의 변화, 가족해체의 증가, 가부장적 친족관계 유지, 평균수명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뒤엉켜 지속적으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족구조의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New York에서는 조부모와 친족을 위한 제 1회 국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회담에서는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아동이 최근 가족붕괴, 국가적인 재해, 국가간의 분쟁속에서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으며, 조부모와 친인척들은 아동의 보호와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원임을 강조했다. 덧붙여 이 회담에서는 조손가족 입장에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최선의 실천과 제도들을 정비함으로써 이들 가족을 지원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우리정부가 중장기 아동, 청소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인적자본개발도 조손가족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조부모와 손자녀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지원하는 서비스와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그 중 하나로 필자는 조부모의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조부모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을 제시하고자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일반부모를 대상으로 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은 학계와 실천현장의 관심으로 꾸준히 개발되고 보급되어 왔으나, 조부모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부모교육프로그램이나 정서지원사업은 매우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아프리카 격언이 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일상에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손세대 조부모의 양육지원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과 합의된 노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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