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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외국과는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2. 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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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외국과는 거꾸로 가는 이명박 정부

[기고]신개념 치수정책은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박창근 /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하천이 산지에서 흘러와 평지에 이르면 흐름이 갑자기 느려져 토사가 침식되고 완만한 지형이 만들어진다. 내륙지역에서는 저지대 습지가 만들어지고, 하류에 이르면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삼각주가 만들어진다. 낙동강을 보자. 굽이굽이 내려온 강은 홍수가 발생하면 자신의 영역을 인간에게 알려준다. 하천의 영역은 홍수를 잠시 쉬어가게 하는 공간으로 작용하고 뭇 생명체들의 삶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인간은 자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 즉 홍수가 발생하는 위험지역을 벗어나서 거주공간을 마련하였다.


농경생활이 시작되면서 인간은 제방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하천의 공간을 야금야금 잠식하여 농경지로 활용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하천변 가까운 일부 지역을 주거공간으로 이용하였다. 일제시대에는 산미증산사업의 일환으로 하천에 제방을 쌓아 농경지를 확보하였고, 1960∼70년대에는 새마을 사업의 중요부분인 보릿고개를 넘기 위하여 하천변에 제방을 쌓아 한평의 농경지라도 더 확보하여 쌀 한톨을 더 생산하는 것이 당시로는 묵시적인 사회적 합의였다. 80년대에 들어서도 제방을 줄기차게 쌓아왔고, 홍수위험이 있는 일부 제방을 더 높이는 사업도 꾸준히 진행되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의 하천은 제방으로 그 영역이 명확해졌고, 제방없는 하천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하천의 변화는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일어났다.


새로운 하천관리 개념, '하천에게 더 많은 공간을'


하천의 영역을 인간이 잠식함에 따라 하천은 종종 인간사회에 경고를 하는데, 그것은 홍수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큰 홍수가 지면 제방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림으로써 하천변은 심각한 홍수피해를 겪게 된다. 제방이 높아질수록 제방이 터질 경우 홍수피해는 가중되고, 홍수를 더 이상 제방으로 막는다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사회가 도입한 새로운 가치는 ‘홍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현’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하여 ‘하천에게 더 많은 공간'을 돌려주는 방안이 새로운 하천관리 개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사업을 이미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한반도 대운하의 연장선에서 정부가 제시한 4대강 사업 보고서를 살펴보면, 홍수방어를 위하여 보건설과 대규모 준설을 신개념의 치수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신개념의 치수정책을 선진외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다고 사례로 든 국가는 다음과 같다. 먼저, 네델란드 라인강의 하천공간확보(Room for the river)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홍수방어사업이다. 이 사업을 살펴보면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보건설과 대규모 준설을 통하여 홍수방어를 하겠다는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네델란드의 라인강 살리기 사업은 ①기후변화에 의한 극한홍수에 대비하기 위하여 기존 제방선 안에서 하천공간을 확보하고 강변저류지, 제방후퇴(제방선 이동) 등 적극적인 홍수대책을 추진하고 ②강 및 강변에 인공적인 친수시설을 거의 설치하지 않고 제방을 완경사로 설치하여 치수안전도를 제고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음 그림은 네델란드 안헴 라인강의 마스터플랜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천변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하천에 제방을 쌓아 농경지로 이용하고 있는 공간을 하천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림 1> 네델란드 안헴 라인강의 마스터 플랜(①주택이전지 조성, ②누출수 배수로(seepage ditch), ③초기 라인강 제방, ④현재 제방선, ⑤신규 제방선, ⑥홍수시 배수로, ⑦유량조절 웨어, ⑧홍수시 비상 저류지 ⑨배수펌프장) 자료:국토연구원 심우배 박사

<그림 1> 네델란드 안헴 라인강의 마스터 플랜(①주택이전지 조성, ②누출수 배수로(seepage ditch), ③초기 라인강 제방, ④현재 제방선, ⑤신규 제방선, ⑥홍수시 배수로, ⑦유량조절 웨어, ⑧홍수시 비상 저류지 ⑨배수펌프장) 자료:국토연구원 심우배 박사ⓒ 민중의소리



다음으로 일본 요도가와(淀川)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1971년 증대된 홍수량을 소통시키기 위하여 최대 약 4m 준설하고, 저수로 폭을 120m에서 300m로 늘려 홍수위를 저하시킨 사업이다. 그러나 요도가와는 퇴적이 많이 발생하여 하천의 바닥이 인근 저지대 보다 높은 천정천(天井川)으로 홍수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따라서 그 당시(1971년) 일정부분 준설을 통하여 홍수방어를 하겠다는 논리는 적절하였다. 그러나 낙동강과 한강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은 골재채취사업으로 하천바닥이 오히려 낮아져 있기 때문에, 퇴적토가 많이 쌓여 하상이 높아져 홍수위험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준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못하다. 다음 그림은 일본 요도가와의 치수사업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의 순서로 ①기존 저지대에 있던 집들을 이주시키고 ②현재 제방으로부터 약 40m 뒤에 신규 제방을 건설하고 ③현재 제방을 준설하여 홍수소통공간을 확보한다는 사업이다. 요도가와 치수정책의 핵심은 홍수위험이 있는 지역에서 하천폭을 넓히고 그에 따른 준설로 홍수소통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준설이 우선이 아니라 하천폭을 증가시키는 것이 치수정책의 우선이고, 이것이 신개념의 치수정책이다.


<그림 2> 일본 요도가와 하폭확대 사업(규모:폭 40m, 길이 약 1.5km)

<그림 2> 일본 요도가와 하폭확대 사업(규모:폭 40m, 길이 약 1.5km)ⓒ 민중의소리



다음 <그림 3>은 스위스 투르(Thru) 강의 하천복원사업을 보여주고 있는 모식도이다. 하폭을 넓히고 낮아진 하상을 오히려 높이는 사업을 통하여 홍수방어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치수정책의 원칙은 홍수소통과 생태복원을 위한 공간을 하천에 돌려주는 것이다. 치수사업에서도 반드시 하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라인강에서 하천에 공간을 돌려주는(Room for the River) 정책은 제방후퇴와 강변 저류지를 이용하여 저류공간을 확보하고 습지화하여 철새도래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본 역시 제방을 후퇴시키는 사업이 우선이다. 신개념 치수정책의 방점은 ’하천공간의 확보‘에 있는데, 준설과 같은 방법으로 하천의 깊이만 증가시키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하천공간의 확보라 할 수 없고 또한 친환경적이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하천내 퇴적토 준설과 같은 하도관리 정책을 추진하여 하천의 홍수소통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을 신개념 하도관리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홍수방어 방안으로 하책은 재방증고이고 그 다음으로는 준설이고 상책은 하폭확대이다. 제방증고와 준설은 하천중심의 1차원적 치수대책인 반면, 하폭확대는 2차원적인 유역차원의 홍수방어대책이다. 따라서 신개념 치수대책은 하폭확대, 강변저류지 등을 도입하여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러한 대책이 선진 외국에서 추구하고 있는 홍수방어 방법이다.


<그림 3> 스위스 투르(Thru) 강 하천정비 모식도(자료:스위스 Dr. Baumann) 그림에서 흰색 선은 현재의 하천단면이고, 붉은 선이 하천정비를 한 후 하천단면임.

<그림 3> 스위스 투르(Thru) 강 하천정비 모식도(자료:스위스 Dr. Baumann) 그림에서 흰색 선은 현재의 하천단면이고, 붉은 선이 하천정비를 한 후 하천단면임.ⓒ 민중의소리



정부는 물확보를 위하여 보를 건설할 계획이다. 하천법에서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계획에 따르면, 낙동강의 경우 2011년에 오히려 물이 0.1억톤이 남는데도 10억톤의 물을 개발하기 위하여 8개의 보를 낙동강에 설치하기 위한 가물막이 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를 쌓아 하천에 흐르는 물을 가두어 놓은 곳을 ‘호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하천에 보를 설치하면 법률상 4대강은 하천이 아니고 호소로 바뀌게 된다. 하천에 보를 설치하면 흐름이 느려져서 수질이 악화되기 때문에 보건설로 확보된 물은 거대한 섞은 ‘물덩어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하천본류에 보를 설치하여 물을 저류시켜 확보하겠다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그 유래가 없으며, 설령 물을 확보하였다하여도 쓸모가 없다.


다음 <그림 4>는 고양시에 있는 곡릉2보를 철거하였을 경우, 수질개선효과를 분석한 자료이다. 이 연구는 4대강 마스터플랜을 작성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그림 4> 고양시 곡릉2보 철거 전후 비교(좌측은 철거전, 우측은 철거후 전경임; 자료 환경부

<그림 4> 고양시 곡릉2보 철거 전후 비교(좌측은 철거전, 우측은 철거후 전경임; 자료 환경부ⓒ 민중의소리



<표 1> 곡릉2보 철거전·후 수질조사 결과(단위:mg

<표 1> 곡릉2보 철거전·후 수질조사 결과(단위:mgⓒ 민중의소리



<표 1>에 따르면 곡릉2보를 철거한 후 하천수질이 3급수에서 2급수로 개선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막혔던 물이 흘러 정체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수질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잘 흐르고 있는 물을 보를 쌓아 정체시키면 자연스럽게 하천수질이 악화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선진외국의 경우 기능을 상실한 보 또는 소형 댐 등은 물론 일부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댐을 철거(dam removal)하여 하천생태 통로의 복원과 같이 하천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세계적 추세이다. 즉 하천의 연속성을 차단하는 하천횡단구조물(예를들면 댐)을 철거하여 옛 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 전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12년부터 지금까지 총 650개 이상의 보 또는 댐을 철거하였으며, 이중 높이가 소규모 댐에 해당하는 높이 15m 이하의 구조물이 338개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1년 4월 조사결과 농업용 보 326개를 시설노후화 등의 이유로 철거하였는데, 철거된 시설물의 대부분이 높이 15m 이하의 보 또는 소규모 댐이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하천관리청이 댐의 철거를 지시하거나 철거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림 5> Marmot dam의 철거 장면(2007년)

<그림 5> Marmot dam의 철거 장면(2007년)ⓒ 민중의소리



만약 4대강 사업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으로 삼으려면 지금과 같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잘못하면 돌이킬 수없는 환경파괴, 예산낭비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요체는 보건설과 대규모 준설이고, 이것이 운하의 1단계로 의심받고 있고 또한 사회적 논란의 핵심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추진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3단계 속도조절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표 2> 4대강 사업의 3단계 속도조절 방안

<표 2> 4대강 사업의 3단계 속도조절 방안ⓒ 민중의소리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표 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과학적 근거가 있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업은 1단계로 시행하고, 과학적으로 일정 부분 그 타당성이 인정된 사업이지만 지역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업은 2단계로 시행하고, 아직 과학적으로 그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업은 3단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2단계 사업의 경우 지역차원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하여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학적 검토도 병행되어야 한다. 3단계 사업은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기 위한 전단계인 과학적 검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업이므로 3단계 사업이 가져다 올 환경파괴, 사업의 근거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2, 3단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 다른 대안으로 4대강중 대표하천을 선택하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하천을 정비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이에 근거한 문제점 도출과 대책마련을 한 후, 나머지 하천으로 사업을 넓히는 방안이다.

- 1단계:4대강중 대표하천 선정(사회적 합의에 근거하여)

- 2단계:모니터링(수질과 수량 등)을 통해 문제점 도출과 대책 마련

- 3단계:나머지 4대강으로 사업 확대


이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하여 일정 부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적극 검토할 시점에 와있다.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고 하천을 깨끗하게 만들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경제성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4대강 사업이 그나마 환경영향평가서도 부실하게 작성하고 졸속으로 심의한 상태에서 곧 착공될 계획이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무의미하다. 아무리 바람직한 사업이라도 절차를 따라야 한다. 관련 절차를 따르는 과정에서 사업의 방향이 수정될 수도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한다면, 보다 바람직한 사업의 방향을 합의할 수 있다. 4대강 사업과 같이 되돌릴 수없는 하천의 변화를 가져오는 사업일수록 더 그렇다. 수만년을 흘러온 하천은 후손들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다. 오늘 우리가 하천에 어떤 행위를 할 계획이면 후손들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냉철한 가슴으로 성찰해야 한다. 우리는 나그네지만, 강은 내일도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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